코스피가 중동발 유가 급등과 미국 금리 인상 우려에 다시 7000선 아래로 밀린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자금이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주요 파킹형 ETF 5종에 유입된 자금만 1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동시에 미국 대표지수 ETF에도 자금이 몰리면서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피해 현금성 자산과 해외 지수로 자금을 분산하는 모습이다.
12일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국내 ETF 가운데 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온 상품은 'TIGER 머니마켓액티브'로 5523억원이 순유입됐다.
머니마켓액티브 ETF는 단기 채권과 단기 금융상품 등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투자할 곳을 정하기 전 자금을 잠시 보관하면서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어 대표적인 '파킹형 ETF'로 꼽힌다.
같은 유형인 'RISE 머니마켓액티브'에도 3633억원이 들어오며 자금 유입 규모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3125억원이 유입된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였다. 이 상품은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를 기초로 한 지수 수익률을 추종한다.
이 밖에 한국의 무위험금리지표인 코파(KOFR·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를 추종하는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에 1696억원, 'KODEX 머니마켓액티브'에는 922억원이 각각 들어왔다.
이들 5개 파킹형 ETF에 유입된 자금은 일주일 동안 총 1조4899억원에 달한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기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단기금융상품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운용업계에서는 반도체주 반등 이후 투자자들이 일부 자금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시키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파킹형 상품과 함께 미국 대표지수 ETF에도 자금이 몰렸다. 'TIGER 미국S&P500'에는 같은 기간 1803억원이 유입됐고 'KODEX S&P500'에는 1179억원이 들어왔다. 'TIGER 미국나스닥100'에도 1095억원이 유입됐다. 이들 3개 미국 대표지수 ETF로 향한 자금만 4077억원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TIGER 미국S&P500'을 1082억원어치 순매수해 ETF 가운데 가장 많이 사들였다. 반면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KODEX 200'은 236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변동성에 대비하는 투자 움직임도 나타났다. 개인은 코스피200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를 1059억원어치 순매수했고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도 993억원어치 사들였다.
반대로 상승장에서 수익을 확대하는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자금을 뺐다. 'KODEX 레버리지'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각각 1729억원, 158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증시 주변의 대기자금도 다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7조6572억원으로 전날보다 4조8111억원 증가했다. 이틀 동안 증가한 금액은 10조670억원에 이른다. 한때 100조원 아래로 내려갔던 예탁금이 단기간에 다시 100조원대를 회복한 것이다.
반면 이른바 '빚투'를 보여주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감소세다. 지난 1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2조3598억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493억원 줄며 4거래일 연속 감소했다.
코스피는 지난 9일 33거래일 만에 7000선을 되찾았지만 이후 다시 변동성이 커졌다. 11일에는 7000선을 내주며 6909.91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자금 흐름을 종합하면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완전히 이탈하기보다는 현금성 ETF에 자금을 대기시키면서 향후 진입 시점을 저울질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국내 지수에 대한 공격적인 베팅은 줄이는 대신 파킹형 상품과 미국 대표지수 ETF로 자금을 나눠 담는 흐름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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