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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상규의 직설] 증시와 지지율 연계의 리스크

특히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락 폭이 두드러져서 두 종목에서만 300조 원의 시총이 최근 날아갔다. 구글이 최근 내놓은 획기적 메모리 축약 프로그램인 '터보 퀀트'가 떨어지는 삼성과 SK의 주가...

[박상규의 직설] 증시와 지지율 연계의 리스크

코스피 시총 663조 증발, 원화 가치 G6 최하위…이란 전쟁이 한국 경제를 강타하다

코스피 7000·8000 호언은 어디로…주가와 지지율 연계하던 이재명 정권의 자충수

미국 항공모함 제너럴 포드 호. [연합뉴스]

지상전 초읽기…후티 반군, 홍해까지 전선 확대 위협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한 달을 지나면서, 지상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중동 전쟁을 총괄하는 미 중부 사령부는 현재 해군과 해병대 3500여 명이 작전 준비 상태를 완료했으며, 미 전쟁부는 보병과 기갑 부대를 포함한 1만여 명의 증파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을 끌어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기지에 후티 반군이 쏜 미사일들이 개전 후 처음으로 떨어져, 부상자들이 20명 넘게 나왔다.

후티 반군은 세계 원유와 교역량의 12~14%를 통과시키는 홍해의 바브엘멘데브 해협을 장악해, 전선을 확대시키겠다고 위협 중이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경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하게 된다.

4월 말 시한 압박받는 트럼프…'제2의 이라크' 우려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이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시한은 4월 말까지다. 미국 법에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전쟁을 할 수 있는 시한이 60일뿐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전쟁을 되도록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 최근 미국 보수 진영에서 인기가 급상승 중이라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지상전 없이 전쟁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란이 제2의 이라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정이다. 이란은 국토가 넓고 해안 지대와 산악 지형이 까다로운 데다, 인구가 9천만 명 이상이며, 이란 신정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이슬람 혁명수비대와 정규군, 바시즈 민병대까지 합쳐서 100만 명을 동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도대로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소위 '초승달 트라이앵글'의 지원을 받으며, 끝까지 저항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지리한 장기전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세계 경제와 대외 의존형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이다.

한 달 새 코스피 시총 663조 증발…삼성·하이닉스만 300조 날아가

나프타 대란으로 인한 공급망 쇼크가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의 합산 시가총액이 이란 전쟁 발발 한 달 사이에 700조 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1년 예산에 근접하는 막대한 액수이다.

특히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락 폭이 두드러져서 두 종목에서만 300조 원의 시총이 최근 날아갔다. 구글이 최근 내놓은 획기적 메모리 축약 프로그램인 '터보 퀀트'가 떨어지는 삼성과 SK의 주가 하락에 불을 지르고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두 종목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가 30조 원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재명 정권이 이른바 '전쟁 추경'으로 쏟아붓겠다는 액수보다 무려 5조 원 많은 돈이 없어진 셈이다.

코스피의 수익률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급증한 외국인 순매도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초래해 원화의 가치가 주요 6개국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보도됐다.

구글이 전격적으로 내놓은 '터보 퀀트'란 프로그램이 날린 직격탄은 앞으로도 그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코스피 6300 시대를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전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삼성과 하이닉스도 단타 종목이 됐다는 농담 같지 않은 진담이 나온다.

2월 말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5146조 원 남짓이었는데, 지금은 4482조 7295억 원으로 무려 663조 원 이상이 쪼그라들었다. 코스닥 시총도 약 23조 원이나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잘 나갈 때도 비실댔던 여타 기업들은 제대로 된 '호황' 한 번 누려보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질 판이다. 그런 종목이 900개에 가깝다.

하루에 수백조 증발했다 되살아나는 극심한 변동성…'빚투' 개미들 망연자실

이란 전쟁은 한국 증시를 롤러코스터에 태웠다. 하루에도 수백조 원이 증발했다가 되살아나는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 3월 3일에는 코스피 시총이 하루만에 376조 원이 급감했고, 주가가 12%가 넘게 폭락한 다음 날에는 시총이 574조 원 넘게 녹아내렸다.

그 바로 이튿날에는 9%대 반등이 나오면서,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409조 원이나 불어났다. 마치 하루살이 같은 모습이다. 잘못 올라탔다간 쪽박 차기 십상이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빚을 내서 투자한 소위 '빚투' 개미들은 처참한 주가 성적표를 받고 망연자실하며, 일할 맛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주가와 대통령 지지율을 연계시키며 성과를 자랑하던 목소리가 사라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집권당 대표는 주가 지수 7000, 8000 시대를 열겠다고 호언했었다. 주가와 정권 지지율을 한데 묶던 자신감은 어디 갔는가.

한국 수출을 이끄는 시총 3위의 현대차도 시가총액이 36조 원 이상 줄었고, 4위인 LG에너지솔루션 시총도 7조 원 넘게 감소했다. 수출로 먹고 살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일대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어떻게든 그런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주식이 오르는 게 특정 정권 덕분이 아니듯, 주가 하락도 정권 탓만은 아닐 것이다. 주식은 철저히 개인의 정보력과 판단력에 따라서 하는 냉정한 '머니 게임'이다. 증시는 국가가 허가해준 도박판이란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 증시의 앞날은 언제 갤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박상규 시사평론가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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