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이중 구조를 해소해 기업의 채용 부담을 덜어줘야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반도체 ‘슈퍼사이클(Super-cycle │ 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초호황)’이란 호재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반등과 세수 풍년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호황의 온기가 고용시장에까지 닿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잠식하는 속도까지 더욱 빨라지면서 취업시장은 혹한기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반도체 호황이 경기 전망을 끌어올리는 사이 노동시장은 되레 얼어붙으며 ‘일자리 없는 성장’의 경고음을 키우고 있어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국가데이터처의‘2026년 4월 고용동향’은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 준다.
우선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내다보는 국내외 시각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1분기 한국 경제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다. 올해 2분기에도 반도체 ‘슈퍼사이클(Super-cycle)’에 올라탄 수출이 역대 최대의 실적을 내면서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중동전쟁 종전(終戰) 협상이 변수이긴 하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오래 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중동전쟁 와중에도 미국 뉴욕증시와 한국 코스피(KOSPI)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는 이유이자 이를 뒷받침하는 방증(傍證)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5월 13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불과 3개월 전 전망 1.9%보다 0.6%포인트나 끌어올렸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의 전망은 그나마 보수적인 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5월 11일 발표한 ‘2026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기존 예측 2.1%보다 0.7%포인트 높은 2.8%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JP Morgan)’과 씨티은행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1분기 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가장 높은 1.7%로 뛰어오르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중동전쟁의 악영향도 반도체 ‘슈퍼사이클(Super-cycle)’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해졌다.
반도체 호황을 타고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날아오르고 있다. 지난 5월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694%를 기록했다. 전날까지 발표한 22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1% 이상 성장한 국가는 한국, 인도네시아(1.367%), 중국(1.3%)뿐이었다. 전체 국가는 아니지만 성장률 1위는 지난해 4·4분기에 -0.161% 성장률로 주요 41개국 중 38위를 했던 우리나라로서는 급반전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694%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까지 속보치를 발표한 22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1% 이상 성장한 국가는 한국·인도네시아(1.367%)·중국(1.3%) 등 3개국뿐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161%에 그치며 주요 41개국 중 38위까지 밀렸지만 급반등했다. 분기 기준 성장률 세계 1위는 16년 만이다.
이러한 ‘깜짝 성장’의 배경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급증이다. 1분기 수출은 정보기술(IT) 품목 중심으로 5.1% 증가했고, 순 수출(수출 - 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에 달했다. 반도체 덕분에 올해 1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739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은 2분기에도 맹렬한 기세다.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0% 늘었다. 5월 1∼10일은 184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3.7%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주요 41개국 중 38위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대반전이다. 끝까지 현 위치를 지키게 되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조기 탈출한 2010년 1분기 이후 16년 만에 분기 성장률 세계 1위를 달성하게 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월 11일 “올해 성장률은 2%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얼마나 웃돌지는 반도체 업황 흐름과 중동전쟁 양상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청년 고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5월 13일 발표한 ‘2026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6년 4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2,896만 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만 4,000명(0.3%) 증가하였고, 고용률은 63.0%로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하였다. 특히 취업자 수는 60세 이상에서 18만 9,000명, 30대에서 8만 4,000명, 50대에서 1만 1,000명 각각 증가하였으나, 40대에서 1만 7,000명, 20대에서 19만 5,000명 각각 감소하였다. 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만 4,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5만 2,000명 감소했던 2024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소치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 수가 22개월 연속 줄어든 것에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청년층 고용률도 1.6%포인트 하락한 43.7%를 기록하며 2025년 5월 이후 24개월 연속 내림세다.
문제는 청년 고용 부진이다. 특히 주된 원인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반도체 등 첨단 주력 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자본·기술 집약 산업일수록 고용 효과는 제한적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낸 ‘주요산업동향(2022년 기준)’을 보면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 효과는 생산 10억원당 1.85명이었다. 제조업 평균 4.85명과 자동차 5.41명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기업의 경력직 선호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인공지능(AI) 전환이 가속화(加速化)하면서 청년들의 취업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청년층 인구다. 4월 ‘쉬었음’ 청년 인구는 39만 1,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만 4,000명이나 줄었지만 여전히 취업준비생 40만 3,000명과 맞먹는다.
이란 전쟁 여파 속에서도 지난 3·4월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두 달 연속 8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슈퍼사이클(Super-cycle)’에 올라탄 반도체주 덕분에 코스피 지수가 8,000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정작 이런 호황의 온기가 고용시장으로 번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5%로 상향 조정했음에도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固着化)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청년 고용 부진의 원인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반도체 등 첨단 주력 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乘勝長驅)하고 있지만 자본·기술 집약 산업일수록 고용 효과는 제한적이다. 해법은 시장의 활력을 되살려 기업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게 하는 친시장 정책에 있다.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청년 뉴딜’도 기업이라는 구심점이 없으면 표류할 수밖에 없다. 당·정이 추진하는 일률적 정년 연장은 청년 채용을 더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직된 노동정책이 아니라 기업을 뛰게 할 규제 혁파가 더욱 필요하다.
중요한 문제는 경제성장의 온기가 고루 퍼지게 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은 뜨거운데 서민경제는 여전히 냉골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23일 발표한 ‘2026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전월 대비 7.8 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소비자들이 경제를 낙관적으로, 이하이면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계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생활형편지수는 91로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했고, 생활형편전망지수는 92로 5포인트 떨어졌다. 가계수입전망지수와 소비지출전망지수 역시 각각 3포인트씩 하락해 소비 여력이 줄어들 것이란 인식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주식시장은 활황이지만 자산 가격 상승이 내수를 진작하는 ‘부(富)의 효과’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 노조는 45조 원(영업익 300조 원 기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사회적 논란을 낳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고물가·고금리 3고(高)가 내수를 압박하면 서민경제는 더 움츠러들 것이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수출과 내수의 양 날개로 날아야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 간격이 더 벌어지지 않도록 산업과 금융, 통화와 재정정책의 최적 조합을 찾아야만 한다.
정부는 최근 ‘청년 뉴딜 정책’을 내놓으며 직업훈련 확대와 일자리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기업 주도의 ‘K-뉴딜 아카데미’로 1만 명을 교육하는 식으로는 실업 파고를 넘기에는 역부족이다. 청년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고용 한파는 이미 재난 수준에 이른다. 단기 재정사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청년 고용 절벽은 혼인 포기와 저출생 심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이를 방치(放置)하고 방기(放棄)하다가는 국가 존립을 흔드는 ‘거대한 재앙’으로 번질 수도 있다. 미래 세대에게 일할 기회조차 주지 못하는 사회에는 아무런 희망도 없다. 청년들이 일터에 들어설 기회를 잃어버린 만큼 한국 경제의 미래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반도체에만 의존해 얻는 성장의 과실(果實)은 극소수의 산업 종사자들에게만 편중될 수밖에 없다.
이대로 취약한 경제구조가 굳어지게 되면 ‘고용 없는 성장’과 ‘K자형 양극화’의 그늘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 ‘외 날개’만으로는 지속적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도 없다. 우리 경제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동반하는 성장세를 이어 가려면 균형 잡힌 산업 생태계를 서둘러 회복하고 반도체를 이어 나갈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화급한 급선무(急先務)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이중 구조를 해소하는 개혁을 통해 기업의 채용 부담을 덜어주고 인력 수급‘미스매칭(Mismatching │ 불일치)’을 해소하는 것은 기본이다. 기득권 노조의 밥그릇만 고집하는 기존 노동구조에선 청년들은 당연히 희생될 수밖에 없음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청년 고용 문제를 국가 명운(命運)이 걸린 최우선 과제로 격상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구조개혁에 국가역량을 총력 집중하여 쏟아부어야만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