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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건호 칼럼] 오늘의 청소년, 내일의 도시를 여는 정책

인공지능(AI) 기술의 일상화, 청소년 인구 감소, 지역 간 격차의 심화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청소년 담론은 여전히 '문제 행동'이나 '보호 대상'이라는...

[박건호 칼럼] 오늘의 청소년, 내일의 도시를 여는 정책

박건호 인천 부평청소년수련관장

박건호 부평청소년관장.

인천투데이|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일상화, 청소년 인구 감소, 지역 간 격차의 심화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청소년 담론은 여전히 ‘문제 행동’이나 ‘보호 대상’이라는 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수련시설에서 30년 동안 실무자와 중간관리자, 기관장으로 현장을 경험하며 수많은 청소년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청소년 정책이 결코 행정 문서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점이다.

행정은 계획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청소년의 삶은 훨씬 더 복잡하고 유연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은 단순한 정책 대상이 아니다. 각자의 고민과 환경을 가진 한 사람의 시민이다.

어떤 청소년은 진로를 고민하고, 어떤 청소년은 친구 관계로 어려움을 겪으며, 또 어떤 청소년은 새로운 활동을 찾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현실을 하나의 정책 문서로 모두 담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현장의 경험이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다. 청소년을 직접 만나고 함께 활동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논의에 포함될 때 정책은 현실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된다. 지금의 청소년 정책은 과연 누구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는가.

청소년 정책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프로그램이나 행사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은 어디에서 배우고, 어디에서 쉬며, 어디에서 치유받고 있는가.

코로나19 이후 청소년들의 삶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정서적 불안과 관계 단절, 학교폭력과 차별, 청소년 노동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 삶 지탱하는 구조 만들 정책 방향 세가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소년 정책은 단순한 프로그램 지원을 넘어 청소년의 삶을 지탱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가지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청소년 활동 활성화를 위한 교육청과 학교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최근 자원봉사활동이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게 되면서 교외 청소년활동 참여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는 지역의 청소년수련시설,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등 다양한 청소년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활동의 가치는 기록이 아니라 경험에 있다.지역사회 활동과 봉사활동으로 청소년은 공동체 의식과 사회성을 배우게 된다. 교육청과 학교가 지역 청소년시설과 협력해 교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홍보할 때 지역사회 전체가 청소년의 배움터가 될 수 있다.

둘째, 청소년 복합 치유 문화공간 조성이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청소년의 정서적 불안과 대인관계 어려움은 분명히 커졌다. 그러나 청소년이 편하게 찾아가 마음을 털어놓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성 상담, 진로 상담, 학교폭력과 가정폭력 상담, 청소년 노동 상담 등 다양한 상담 기능과 함께 문화·예술·힐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합 치유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간은 문제 해결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청소년이 일상적으로 머물며 회복할 수 있는 삶의 안전망이 돼야 한다.

셋째, 아동·청소년·청년을 연결하는 생애주기형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의 정책 체계는 아동, 청소년, 청년 정책이 서로 다른 부서와 제도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삶의 흐름 속에서 보면 아동은 청소년이 되고, 청소년은 다시 청년으로 성장한다. 정책 역시 이러한 성장의 흐름에 맞게 유기적으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영유아 가족 프로그램부터 청소년 활동과 상담, 그리고 청년의 진로와 창업 지원까지 하나의 체계 안에서 이어지는 아동·청소년·청년 통합형 복합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구조가 마련될 때 정책은 단편적인 사업의 나열을 넘어,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생애주기형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정책은 단순히 청소년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이다. 청소년이 활동할 수 있는 도시, 청소년이 치유받을 수 있는 도시, 청소년이 성장할 수 있는 도시가 될 때 비로소 청소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가 만들어진다.

인천이 청소년에게 기회의 도시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청소년이 떠나는 도시가 될지는 지금 우리의 정책 선택에 달려 있다. 청소년의 오늘을 지키는 일은 곧 도시의 내일을 준비하는 일이다.

인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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