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로 홍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원용 에스지헬스케어 경영본부장이 발표하는 모습. [출처=이재아 기자]
"이제는 장비를 판매하고 끝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장비 공급부터 운영 수익까지 이어지는 안정적인 사업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로 홍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발표에 나선 최원용 에스지헬스케어 경영본부장의 이 한 문장은 이날 행사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줬다.
이날 간담회는 단순한 사업 설명 자리를 넘어, 국내 의료기기 기업이 제조 중심에서 의료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변곡점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특히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개원한 '서울메디컬센터' 1호점을 중심으로 검진·원격진단·의료관광을 결합한 '토탈 헬스케어 밸류체인' 전략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공급은 부족하고 수요는 넘친다…중앙아시아 정조준
에스지헬스케어가 첫 해외 거점으로 카자흐스탄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중앙아시아 의료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인구 100만 명당 자기공명영상(MRI) 보급률이 1.1대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인 19.6대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반면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7.2개로 OECD 평균을 웃돈다. 병원 인프라는 존재하지만 정밀 진단을 위한 장비와 전문 인력이 부족한 전형적인 의료 환경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민간 의료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이후 민간 의료 지출 규모는 약 4.1배 확대되며 시장 자체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영상진단 서비스 수요 역시 동반 확대되는 추세다.
구매력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2024년 기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 중 카자흐스탄 환자의 1인당 카드 의료비 지출액은 약 608만원으로 전체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특히 피부·미용보다 종합병원 중심의 치료형 소비가 크다는 점에서 고부가가치 의료 서비스 수요가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최 본부장은 "현재 중앙아시아는 의료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서울메디컬센터는 이러한 현지 의료 환경의 구조적 공백을 해결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에스지헬스케어가 운영할 서울메디컬센터의 사업 운영 모델. [출처=이재아 기자]
◆장비 판매에서 병원 운영까지…"수익 구조 자체가 달라진다"
에스지헬스케어는 현재 전 세계 85개국에 140개 유통망을 구축하며 매출의 95% 이상을 해외에서 발생시키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유통 네트워크와 운영 경험을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서울메디컬센터'라는 서비스 모델을 결합하면서 단순 제조 기업을 넘어 글로벌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메디컬센터의 가장 큰 차별점은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 기존 의료기기 기업이 장비 판매에서 매출이 끝났다면, 에스지헬스케어는 장비 공급 이후 발생하는 의료 서비스 수익까지 사업에 포함시켰다.
회사는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초음파, 엑스레이(X-ray) 등 영상진단 장비 풀 라인업을 직접 공급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지 센터를 운영한다. 환자가 검사를 받으면 검사비가 발생하고 여기에 병원 의뢰 검사 수수료가 더해지며 지속적인 수익이 창출되는 구조다.
한국 의료진 약 150명 규모의 영상의학 전문의가 원격 판독을 제공한다는 것도 이 회사가 내세우고 있는 강점 중 하나다. 이를 통해 현지의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진단 정확도를 한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인 것이다.
환자 배분 흐름 역시 체계적으로 설계됐다. 알마티를 중심 거점으로 삼고 인근 지역에 지점을 연결하는 '허브(Hub) 앤 스포크(Spoke) 전략'이며, 이는 단순 검사 환자는 지역 지점 스포크(Spoke)에서 처리하고 고난도 검사는 중심 역할을 하는 허브(Hub) 센터로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후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국내 의료기관으로 연계해 의료관광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에스지헬스케어는 향후 5년 내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25개 지점,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 4개 대륙에서 총 100개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장비 매출, 병원 운영 수익, 원격 판독료, 의료관광 연계 수익까지 다층적인 수익 구조가 형성된다. 최 본부장은 "일련의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한 자금은 현지에서 발생한 수익을 바탕으로 재투자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운용할 것"이라며 "자금 50억원 정도 보유하고 있어 운영에 큰 어려움 없는 상태"라고 부연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로 홍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원용 에스지헬스케어 경영본부장이 발표하는 모습. [출처=이재아 기자]
◆AI와 초소형 MRI…"영상진단 시장 판을 바꾼다"
기술 경쟁력 역시 이번 사업의 핵심 축이다. 에스지헬스케어는 KAIST 예종철 교수와 공동으로 개발한 AI 기반 MRI 영상복원 솔루션을 통해 촬영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기존 대비 절반 수준이던 촬영 시간은 현재 4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든 상태다. 이는 병원 입장에서 검사 회전율을 높여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요소다.
또 다른 핵심 기술은 '초저자장 MRI'다. 회사는 0.064테슬라 수준의 초저자장 MRI 개발을 진행 중이며, 기존 MRI 대비 공간과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 장비는 자체 차폐 기능을 갖추고 있어 별도의 대형 차폐 시설이 필요 없고, 냉각 시스템 역시 최소화돼 설치 공간 제약이 크게 줄어든다. 그 결과 기존에는 종합병원급에서만 가능했던 MRI 도입이 치과, 정형외과, 1차 의료기관까지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치과 분야에서는 CBCT로 확인이 어려운 연조직 질환까지 진단할 수 있어 새로운 시장 창출이 기대된다. 턱관절 질환, 수면무호흡, 구강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발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다. 핵심 부품인 마그넷 개발이 완료 단계에 있으며, 이르면 내년 프로토타입 공개가 예상된다. 회사는 현재 임상 데이터 확보와 식약처 및 FDA 승인 절차를 거쳐 상용화가 임박했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AI 기술과 초소형 MRI가 결합되면 기존 영상진단 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며 "초소형 MRI를 치과 영역을 시작으로 정형외과, 동물병원 등으로 확장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반려동물 MRI 시장은 장비 소형화 수요와 맞물려 새로운 성장 축으로 주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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