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먹는 방송)은 2000년대 후반 인터넷방송에서 시작됐다. 당시 인기 BJ들이 음식을 먹으며 시청자와 소통하는 형식이었는데, 1인 가구 확산으로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 트렌드와 맞물리며 인기를 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른 사람이 비상적으로 많은 음식을 먹는 콘텐츠들이 쏟아졌다. 라면 10봉지, 고기 10인분씩 먹는 일이 예사였다. 그 모습에 다이어트나 건강 때문에 마음껏 먹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심리적 쾌감과 대리 만족을 느꼈다. 영화, TV도 경쟁하듯 먹방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배우 하정우는 먹방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연예인이다. 그는 영화 ‘황해’ ‘범죄와의 전쟁’ 등에서 극 중 캐릭터 성격과 상황에 맞춰 음식을 먹는 연기를 펼쳐 화제가 됐다.
음식 먹는 모습만으로 관심을 끌기 어려워지면서는 ‘쿡방’이 등장했다. 쿡방은 음식을 요리하는 과정을 소재로 한 콘텐츠다. 셰프들이 등장해 레시피 경쟁을 펼치고, 연예인 냉장고 속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전문가들이 레시피뿐 아니라 식재료, 음식에 얽힌 역사를 들려주며 먹방의 진화를 이끌었다.
먹방 인기는 예능과 드라마, SNS에 실려 중국, 동남아 등지로 퍼졌다. 이들 콘텐츠가 우리 음식과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며 한류 열풍에 힘을 보탰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먹방을 대체할 단어가 없어 한국어 발음 그대로 ‘먹방’(mukbang)을 썼다. 단어 ‘mukbang’ 은 2021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등재됐다.
먹방은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낳았다. 뒤로 협찬이나 금적전 대가를 받은 사실을 감추는 ‘뒷광고’가 논란이 되거나, 많은 음식을 먹는 것처럼 영상을 만들고는 카메라 밖에서 음식을 뱉어내는 행위가 폭로되기도 했다. 조회 수 경쟁과 자극성이 과열돼 발생한 부작용들이었다.
멈출 줄 모를 것 같던 먹방 열풍이 최근 위기에 직면했다. 구독자 수십만 명을 거느린 먹방 유튜버들이 기존 영상을 수백 개씩 삭제하거나 “앞으로 적당히 먹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최근 섭식장애 및 폭식 관련 정책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폭식, 음식 쌓아두기 등 섭식장애를 유도·모방할 위험이 있는 콘텐츠, 극단적인 다이어트나 체중 감량을 조장하는 콘텐츠 등에 수익 창출을 제한한 것이 골자다. 먹방 유튜버에겐 날벼락일지 모르나 먹방이 점점 자극적이 되고, 부작용도 컸다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김영한 논설위원 kim01@
김영한 논설위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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