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후보로 나선 민형배 의원. 민형배 후보 캠프 제공.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구상이 단순한 행정 통합을 넘어 시민주권형 행정, 권역별 산업 재편, 투자형 재정 구조, 공직사회 안정, 의료·역사 정체성 재설계까지 포괄하는 청사진으로 제시됐다. 통합 이후 시민이 가장 먼저 체감해야 할 변화는 청사 위치나 조직 명칭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라는 게 이번 구상의 출발점이다. 민형배 의원은 본보와 서면인터뷰에서 통합이 시민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냐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통합특별시의 핵심을 시민주권정부 수립에 두겠다고 언급했다.
민 의원은 제1호 공약으로 주민참여예산제와 시민의회, 부시장 시민 추천제, 간부회의 생중계 등을 묶은 시민주권정부 수립을 제시했다. 그는 “가장 먼저, 가장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은 일하는 방식”이라며 통합이 아무리 거창해도 시민이 주인이 되지 못하면 행정의 통합일 뿐 삶의 통합은 아니라고 밝혔다. 시민이 결정하면 행정이 따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번 구상의 첫 단추다.
민 의원은 시민이 일상에서 바로 느낄 수 있는 변화도 함께 내놨다. 남도패스와 통합환승요금제로 교통비를 낮추고, 전남의 햇빛과 바람에서 나오는 수익을 마을월급으로 돌려주며, 상병수당과 주 4.5일제를 통해 노동의 품격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민 의원은 “청년에게는 서울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와 주거를 만들겠다”며 “통합 논의가 제도와 조직에만 머물지 않고 시민의 교통비와 소득, 노동과 정주 여건까지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의 결합 넘어 삶의 원상회복으로”
그가 제시한 통합특별시의 최종 모습은 권역별 역할을 나눈 ‘신경제지도’다. 광주권은 AI·문화수도, 동부권은 신산업수도, 서부권은 에너지 전환수도, 중남권은 생태문화관광 힐링수도로 재편하고, 20조 원을 종잣돈으로 기업을 유치해 수익을 시민에게 배당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서울로 가지 않아도 길이 있다는 확신을 시민 개개인이 느끼는 순간, 그것이 통합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통합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청사 문제에 대해서는 입지 결론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민 의원은 “지금 논쟁의 본질이 건물을 어디에 두느냐보다 행정이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작동하느냐에 대한 두려움에 있다”며 “특별시장이 일하는 곳이 그날의 청사”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시장이 책상 앞에 앉아 시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찾아다니는 구조로 바꾸고, 권역별 책임 부시장이 각 지역 행정을 상시 책임지며, 시장은 3개 청사를 순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주청사의 최종 위치는 운영 경험을 축적한 뒤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이 직접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와 전남의 의회 대표성 불균형 문제도 언급했다. 민 의원은 “현재 구조대로 통합이 이뤄질 경우 광주 시민의 대표권과 발언권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며 광주 지역을 중선거구제로 전환해 의석을 확대하는 방안과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를 기준으로 선거구당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광주 시민의 대표성이 축소되는 방식의 통합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 구상에서는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투자자 전남광주’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20조 원을 받아 나눠 쓰고 끝나는 방식은 황금알을 받아 먹는 것일 뿐, 황금알을 낳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 의원은 20조 원의 80%인 16조 원을 산업 투자에 집중하고, 통합특별시가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320조 원 규모의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공유자본펀드를 결합해 데이터센터, 반도체 팹, 재생에너지 발전소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시민도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고 배당을 받는 구조를 제시했다.
민 의원은 그 수익이 청년에게는 학자금과 주거 자본, 중장년에게는 재교육 자금, 노년에게는 노후소득으로 돌아가는 시민 생애소득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고 봤다. 통합특별시 전체가 하나의 장기 투자자이자 배당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두고 “스스로 돈을 버는 도시의 선순환 모델”이라고 말했다.
“황금알 받아먹기보다 낳는 구조로!”
공직사회 불안 해소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특별법에 불이익 배제 원칙이 담겼음에도 인사 불이익과 근무지 이동, 조직 재편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전남·광주 공무원 노조와 정책간담회를 열고 인사제도·조직개편, 근무환경 개선, 공무원 복지 지원 등 3대 핵심 과제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인사교류는 강제가 아닌 희망자 중심의 자율적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생활 기반과 통근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근무지 이동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승진 적체 문제에 대해서도 특정 지역에 불리한 구조가 고착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승진 경로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정체성에 대해서는 광주의 민주·인권 가치와 전남의 역사·생활권 정체성을 함께 살리는 방향을 제시했다. 민 의원은 광주와 전남이 1986년 전두환의 서명 하나로 갈라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통합의 의미를 행정 효율이 아니라 역사적 원상 회복으로 규정했다. 통합특별시 안에 ‘5·18 민주주의 역사 특구’를 지정해 광주 정신을 공간적 실체로 보존하고 세계와 공유하는 민주주의 자산으로 키워내겠다고 했고, 전남 22개 시·군이 하부 기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인사·재정·조직 자율성을 법으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여순사건으로 상징되는 역사적 상처도 제자리를 찾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남 국립의대 설립 문제와 관련해서는 입지 경쟁보다 전남 전체 의료 인프라를 어떻게 균형 있게 확충하느냐가 본질이라고 짚었다. 민 의원은 ‘하나의 의과대학, 두 개의 캠퍼스, 두 개의 병원’ 모델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순천대·목포대 통합을 전제로 100명 정원을 50명씩 동·서 캠퍼스에 배치하되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운영하고, 대학병원은 동부권과 서부권에 각각 1곳씩 설립하는 방식이다. 다만 병원 설립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정부 설득이 관건이며, 대학의 자율적 합의를 우선 존중하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특별시장이 결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자신의 정치 인생의 결정적 순간으로 2022년 4월 20일 민주당 탈당을 꼽았다.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위한 결단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판과 고립의 시간을 거쳤지만 그 결정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했고, 지금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역시 또 다른 결정적 순간이라며 “쉬운 길이 아니라, 옳은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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