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심포지엄
후보 없고, 경쟁 사라지는 지방선거
지역정당·결선투표제로 다양성 확보
6.3 지방선거 이후 한국 사회가 풀어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다양성 보장’으로 보인다. 지역정당, 정치결사의 자유 보장, 정당 지역조직 다양화 등 지역에서 민주주의를 북돋을 제도 개혁이 없으면 거대 양당 정치가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개최한 ‘6.3 지방선거가 남긴 한국 사회의 균열과 질문’ 심포지엄이 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세대·정체성 정치의 결합, 부동산 불안, 선거 시스템 불신 등 바닥 민심의 변화를 심층 진단하고자 심포지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6.3 재보궐선거 이후 국회 의석 수 /연합뉴스
민주주의 위협하는 양당 정치
발제는 정한올 한국사람연구원 리서치 디자이너,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 교수가 맡았다. 정한올 디자이너는 ‘6.3 지선 결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각종 지표를 통해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서복경 대표는 정당정치 위기와 재편, 신진욱 교수는 선거 불신의 위기를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서복경 대표는 2024년 총선 비례, 2025년 대선, 2025년 지방선거 광역 비례 득표율을 놓고 분석했다. 그 결과 경남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양당이 표를 독점했다. 제3당이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후보가 줄고, 후보가 줄면서 경쟁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 대표는 지역 민주주의를 위한 제도 개혁으로 지역정당, 정치결사의 자유 보장, 정당 지역조직 다양화,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서 대표는 “동네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지역정당과 시민의 정치결사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라며 “정당 지역조직은 정당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만들고, 정당 간 연합을 제도화하는 결선투표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4년 총선 비례와 2025년 대선, 2026년 지선 광역비례 선거에서 정당별 득표율을 비교하면 양당 독점 구도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남 지역 중심으로 선거 결과를 보면 2024년 총선 비례 당시 민주연합(21.5%)과 국민의미래(46.2%), 조국혁신당(20.5%)이 주로 득표했다. 개혁신당·녹색정의·자유통일은 3% 미만 득표율을 보였다.
2025년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39.4%를 득표했으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52%를 기록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7.5%,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1%, 송진호 무소속 후보 0.1% 순이었다.
올해 지방선거 광역 비례에서도 민주당 41.3%, 국민의힘 50.1%를 얻어 양당만 도의회에 입성했다. 조국혁신당(2.7%), 개혁신당(2.1%), 진보당(1.8%), 정의당(1.0%)은 비례 의석을 받지 못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양당 독점 구도가 민심을 왜곡하고 견제와 경쟁을 사라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사회가 직면한 기후위기, 지역소멸, 돌봄, 주거, 소상공인 보호와 같은 생활 의제가 주변화되고 있다”며 “시민 참여와 숙의를 통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공론장도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의제의 위기는 더 많은 시민 참여와 민주주의의 확장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는 시민의 역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통로가 협소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스템 불신 민주주의 근본 흔들어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선거관리위원회 사태도 거론됐다.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해 유권자 참정권이 훼손됐다. 여기에 전산 기입 오류, 선거인 명부 누락 등과 관련된 의혹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
일부 시민은 서울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시위대가 투표함 이동을 막는가 하면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도 일어났다. 시위대는 재선거와 사전투표 폐지, 수개표 요구 등을 했다. 부정선거론까지 제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관위 사태로 선거의 고정성과 선거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면 민주주의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부정선거론을 재점화시키고 극단주의 선동을 확대 재생산하는 파장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신 교수는 “정부·국회·정당은 선관위 문제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실하게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훗날 이 사건은 헌정 체제를 삼키는 화마의 불씨로 기록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적 문제 해결과 반민주적 음모론을 구분하는 법을 우리 사회가 배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헌정 준수 틀 안에서 여야가 다투는 공동의 규범을 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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