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4일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 추정 폭발사고 관련 즉각 조사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이어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등 현안을 선점하며 야권의 대여 공세를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 의원의 문제 제기에 연일 맞서면서 오히려 정치적 체급을 키워주는 역설적인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당내 불만까지 맞물리면서 한 의원의 복당론에도 다시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한 의원이 야권의 의제 설정을 주도하기 시작한 계기는 김 전 후보자 인사청문 정국이었다. 한 의원은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검증 국면을 이끌었다. 민주당은 한 의원이 검찰에서 불법 유출된 수사자료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맞섰지만 김 전 후보자가 결국 자진 사퇴하면서 한 의원은 야권의 대여 공격수로 존재감을 높였다.
김 전 후보자 사퇴 이후에도 한 의원이 새로운 현안을 선점하고 여권이 이를 반박하는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서부전선 DMZ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다. 한 의원은 지난 24일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 즉각적인 현장조사를 요구한 데 이어 유엔군사령부가 신속한 현장조사를 요구했지만 우리 군이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DMZ 사고를 둘러싼 한 의원의 문제 제기는 곧바로 여야의 정치적 쟁점으로 번졌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한 의원을 향해 “모르면 입 좀 닥치고 있으라”며 현장조사를 서두를 경우 장병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한 의원이 다시 정부와 민주당을 겨냥하면서 공방도 확대됐다. 군은 사고 지점이 군사분계선(MDL)에 가깝고 기존 수색로가 없는 만큼 현장조사에 앞서 안전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방이 확산하는 사이 군과 유엔사는 26일 DMZ에 인력을 투입해 현장조사를 위한 기동로 확보와 작전환경 조사에 착수했다. 한 의원은 양측이 27일 합동 현장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군은 현장조사 일정 등 구체적인 작전계획은 조사단의 안전과 직결되는 보안사항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와 이에 따른 더불어민주당의 대응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현안을 선점한 한 의원에게 민주당이 거듭 맞서면서 ‘여권 대 한동훈’ 구도도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무소속 초선 의원인 한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여권이 이를 반박한 뒤 한 의원이 다시 맞받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여권 내에서도 “괜히 존재감을 키워주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김민석 대표가 한 의원에게 윤 전 대통령과 한 의원은 한 몸이라며 붙여준 ‘윤동훈’에 대한 네이밍 등도 한 의원의 정치적 입지를 넓혀주고 있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 한 의원의 높아진 존재감은 국민의힘 지도부와도 대비되고 있다.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장 대표의 리더십과 당 운영 방식을 둘러싼 당내 이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 밖의 한 의원이 굵직한 대여 현안을 잇따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은 여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장 대표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1%,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1%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긍정 평가가 39%, 부정 평가가 49%로 나타났다.
이는 한 의원의 복당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장 대표가 한 의원의 복당에 거듭 선을 긋고 있는 것과 달리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의원을 다시 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한국일보가 에스티아이(STI)에 의뢰해 지난 14~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53.5%가 한 의원의 복당에 찬성했다. 반대는 33.3%였다. 전체 응답자에서는 찬성 33.2%, 반대 32.4%, ‘잘 모르겠다’ 34.3%였다.
결국 한 의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 생긴 정치적 공간을 파고들며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과 정부가 한 의원의 문제 제기에 거듭 맞서면서 한 의원은 당 밖에서도 야권의 대여 의제를 주도할 공간을 확보했다”며 “국민의힘에서는 장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불만과 맞물려 한 의원의 복당론이 다시 힘을 얻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