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 간의 주도권 경쟁이 단순한 노선 대결을 넘어 당의 유산을 둘러싼 ‘적통 논쟁’과 정책 추진 시점을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치닫으며 격화하고 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쏘아 올린 ‘재건축론’이 계파 갈등의 도화선이 된 가운데 과거 행적 파헤치기와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당 전선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발단은 이재명 대통령의 외연 확장 기조를 비판한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이었다. 유 전 이사장은 지지층 이탈을 우려하며 지지자들은 기존 틀을 유지하는 ‘증축’을 원했으나 대통령이 ‘재건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친명(친이재명)계 송영길 의원과 김민석 국무총리는 “평론가는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이를 ‘과잉된 자신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청와대 홍익표 정무수석과 이언주 의원 역시 패러다임 전환을 바라는 지지자들은 ‘재개발’ 수준의 변화까지 원한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를 적극 옹호했다.
그러나 노선 갈등은 이내 당의 정통성을 가리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송영길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청래 전 대표를 향해 “노무현 대통령과 완전히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전 대표가 최근 ‘노사모’ 출신임을 내세우며 강성 지지층 결집에 나서자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에 정 전 대표는 “100% 허위사실”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갈등이 격화하자 DJ(김대중)계 핵심인 박지원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발탁한 김 총리가 진짜 적통”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여기에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시점을 둘러싼 정부와 당 지도부 간의 ‘진실 공방’까지 더해지며 전당대회는 혼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 총리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월 지방선거 전에 총리실에서 먼저 보완수사권 폐지를 끝내자고 제안했으나 당이 거부해 연기됐다”고 밝혔다. 이성윤·문정복 등 친청계 최고위원들은 일제히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런 의사를 전달받은 바 없다”며 김 총리를 공개 저격했다. 문 최고위원은 “실제 전달한 적이 없으면서 당이 막은 것처럼 말하는 것이라면 거짓으로 당을 흔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거친 언사로 김 총리를 압박했다.
전당대회가 민생 현안이나 정책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 대신 과거 들춰내기와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자 당 안팎의 우려와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박 의원은 “모든 것을 파묘하듯 헤치면 안 된다”며 “우리끼리 싸워서 이익을 보는 것은 결국 내란 세력뿐”이라며 진영 내 자중을 촉구했다. 당내 갈등이 과거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내달 1일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동이 이번 계파 갈등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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