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이 한 TV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증조부 안상호를 소개하는 모습 . 연합뉴스
민족문제연구소가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에 대해 “명백한 친일 행위”라고 평가했다. 다만 조상의 행적을 이유로 후손인 하영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연좌제적 비난이라며 선을 그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4일 ‘안상호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고 “당시 시대적 상황과 단체의 성격을 고려하면 안상호가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참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친일 행위”라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안상호는 1909년 안중근 의사에게 피살된 이토 히로부미 추도회인 ‘국민대추도회’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또 일제 식민통치를 뒷받침한 경성부 협의회원으로 세 차례 관선 임명됐으며, 1916년에는 내선융화를 내세운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활동했다. 반일운동 배척을 표방한 동민회에서도 회원과 평의원을 지냈다.
연구소는 특히 대정친목회가 이완용·민영휘·조중응 등 대표적인 친일 인사들이 중심이 돼 결성된 단체라며 “조선인 유력자와 일제 당국을 연결하고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선전한 친일 엘리트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안상호가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데 대해서는 “2009년 사전 발간 당시 확보된 자료만으로는 선정 기준에 미치지 못해 수록이 보류된 것”이라며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없다는 사실이 친일 행적이 없다는 뜻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소는 이번 논란이 하영 개인에 대한 ‘친일파 후손’ 낙인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역사적 과오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은 행위 당사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선대의 과오를 후손에게 전가하는 연좌제적 발상은 민주사회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하영이 최근 한 TV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자신을 4대째 의사 집안 출신이라고 소개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증조부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이 알려졌고, 하영은 지난 12일 자필 사과문을 통해 “무지한 상태에서 증조부에 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며 사과했다.
그는 “미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역사를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길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그 과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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