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지역 순세계잉여금·기금
군 지역은 늘어난 교부세로
지역마다 재정 여력 제각각
창원시 성산구 한 상가 약국에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경남도민생활지원금 사용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이원재 기자
추석을 앞두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너도나도 ‘민생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고유가와 경기 침체 장기화 속 주민들의 생활 부담을 덜어주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는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지급하는 것이어서 지역별로 지급 여부나 지원 금액이 다르다.
구체적인 지급 계획이 정해진 지자체 중 지원액이 가장 많은 곳은 의령군과 전남 함평군으로, 각각 1인당 5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통영시도 오는 31일부터 1인당 35만원 규모의 ‘통영형 민생회복지원금’ 신청을 받는다. 김해시도 추석 전 1인당 10만원 규모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고유가와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을 지원하고 지역 내 소비를 늘리는 데 지원금의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사용처가 제한되는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지급함으로써 지역 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매출 증대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민생지원금을 지급했거나 지급을 확정한 경남지역 지방자치단체 6곳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시 지역, 비축한 돈으로
김해시는 결산 때 남은 순세계잉여금을 활용했고, 통영시는 비축해둔 기금에 크게 의존했다. 하동·의령·고성·산청군은 정부 추경 이후 늘어난 보통교부세를 주요 재원으로 삼았다. 이들은 민생지원금을 우선 순위에 두고 늘어난 재원을 운용했다.
민생지원금 예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김해시다.
김해시는 시민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고자 544억 5756만 원을 편성했다. 순수 지원금은 537억 3720만 원이다. 이 외 상품권 발행 수수료와 전산시스템 개발비, 보조인력 인건비 등이 더해졌다.
김해시는 지난 21일 민생지원금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재원은 한 곳에서 가져오지 않았다. 순세계잉여금 476억 원을 활용하고, 부족한 재원은 보통교부세 증가분과 세입 증가분, 집행하지 않은 예산의 낙찰 차액 등으로 마련했다. 여기에 통합재정안정화기금 160억 원도 추경예산에 투입했다.
순세계잉여금은 한 해 예산을 집행하고 남은 돈으로 다음 연도 세입으로 잡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또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재정 여유가 있을 때 적립해뒀다가 대규모 사업이나 재정 위기 등에 활용하는 비축 재원이다.
통영시는 기금 의존도가 높았다.
통영시는 시민 1인당 35만 원씩 지급하고자 409억 원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349억 원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60억 원을 일반재원에서 충당할 예정이다.
현재 통영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총 예치액은 753억 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하면 기금의 46%를 한 차례 민생지원금에 투입하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주요 현안사업과 재정 여건 등을 함께 검토해 재원 배분을 결정했다”며 “민생지원금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다른 사업은 없다”고 말했다.
군 지역, 정부 이전 재원으로
산청군은 지난 3월부터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했다. /산청군
도내 군 지역은 정부 추경 이후 늘어난 보통교부세를 주요 재원으로 활용했다. 재정자립도가 10%도 채 되지 않은 지역에서 모든 군민에게 민생지원금을 줄 수 있었던 여력은 중앙정부에서 내려준 돈이었다.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재정 균형을 위해 내국세 수입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배분하는 이전재원인다. 이 중 보통교부세는 자치단체 재정 부족액을 산정해 자유롭게 쓰도록 교부하는 핵심 재정지원책이다.
하동군은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하고자 123억 원을 편성했다. 지원금 120억 원에 상품권 제작비와 유통 수수료, 읍·면 기간제근로자 인건비 등 3억 원이 더해졌다. 재원은 정부 추경으로 늘어난 보통교부세 194억 원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일부다.
앞서 상반기에 지급을 시작한 군 지역도 마찬가지다.
의령군은 전 군민에게 1인당 50만 원을 지급하는데 약 125억 원을 들였다. 군은 올해 보통교부세 2000억 원을 예상했는데, 100억 원 이상이 추가로 배정됐다.
고성군은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하면서 142억 원을 투입했다. 정부 추경 이후 늘어난 보통교부세 179억 원을 활용했다.
산청군도 1인당 20만 원씩 약 66억 원을 투입했다. 산청군도 추가로 교부된 보통교부세 225억 원을 활용했다.
이처럼 도내 지자체마다 재정 상황이 다른 만큼 현재 확보할 수 있는 재원에 따라 부담 크기는 달랐다.
민생지원금 지급을 검토하는 도내 다른 지자체가 고민하는 지점도 같다.
“시점, 방식, 사용처 세밀해야”
전통시장에 민생지원금 사용 가능처 문구가 적혀있다. /연합뉴스
도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창원시는 지원금 규모 자체가 다른 곳보다 크다. 전 시민에게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면 약 1000억 원이 필요하다. 5만 원만 지급해도 500억 원이다.
창원시의 2024년 결산 기준 순세계잉여금은 1874억 원,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1498억 원이다. 올해 순세계잉여금은 15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더불어민주당 창원시의회 의원들은 올해 결산 때 발생할 순세계잉여금을 활용해 내년 설 전에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창원시는 단순히 보유액만 보면 지원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순세계잉여금이 넉넉한 수준은 아니라는 태도다. 2024년 순세계잉여금 비율은 4.4%로 전국 기초지자체 평균 6.7%보다 낮다. 타 특례시(수원시 5.6%, 용인시 5.9%, 고양시 7% 등)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또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그동안 공공사업 융자와 청사 건립 등 공공성이 큰 사업에 활용해왔다. 민생지원금에 투입하면 다른 사업을 당장 삭감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주기완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금성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 재정 여력과 집행 역량에 대한 판단”이라며 “또 단체장의 예산 정책 기조에 따라 지급 형태와 시기, 방법 등을 세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현금성 정책 이후 소상공인 매출이 증가했다는 평가했지만 효과가 장기간 지속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정책 시점과 차등 지원 방식, 사용처 등을 정밀하게 설계해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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