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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미국의 실책, 중국의 실력 [편집장 레터]

중국은 산업혁명이나 IT 혁명보다 몇 배 빠르게 진화한다는 AI(인공지능)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심천이나 광저우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자연스럽게 거리에 다니고, 달리고 춤추고 일하는 로봇이...

미국의 실책, 중국의 실력 [편집장 레터]

지난 4월 1일 발간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표지는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표지 사진에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입니다. 그런데 표정이 묘합니다. 흐릿하게 처리된 트럼프 대통령 얼굴은 뭔가 불만스럽습니다. 그 뒤에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며 속내를 알 수 없는 특유의 미소를 짓습니다. 이코노미스트 제목은 이렇습니다.

“Never interrupt your enemy when he is making a mistake(적이 실수할 때는 절대 방해하지 마라).”

이 문구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권력을 잡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1805년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적군이 도망칠 때 한 말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 전투에서 나폴레옹은 대승을 거뒀고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프랑스를 견제하기 위해 결성됐던 유럽 국가들의 3차 동맹은 무너졌죠.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미국·이란 전쟁은 분명한 미국의 실책이라고 판단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1일 발간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며 시진핑 주석이 속내를 알 수 없는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다.

미·이란 전쟁 방관하며 조용히 실력 키우는 시진핑

조악한 中 기술·브랜드 옛말…전 세계 곳곳 파고들어

미국은 이란 핵 억제라는 전쟁 명분을 내세웠지만 동맹국은 외면했습니다. 막대한 재정적인 손실 또한 감내해야 했죠. 되레 중국은 ‘어부지리’격으로 우군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변덕스러운 미국보다 냉소적이고 실리만 찾지만 그래도 ‘해석 가능한’ 중국이 낫다는 평판을 얻은 겁니다.

실질적인 이익도 상당합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많은 나라가 에너지 전환에 눈을 돌리면 중국의 태양광, 배터리 등 친환경 기술이 주목받습니다. 또한 중국은 희토류에 이어 비료와 화학 등 여러 산업에서 새로운 초크포인트(급소)를 쥐게 됐습니다.

숨겨진 소득 또한 적지 않죠. 이코노미스트는 미·이란 전쟁이 시진핑 주석의 ‘안보를 우선하는 노선’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합니다.

진영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에 전 세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용히 실력을 키우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중국은 산업혁명이나 IT 혁명보다 몇 배 빠르게 진화한다는 AI(인공지능)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심천이나 광저우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자연스럽게 거리에 다니고, 달리고 춤추고 일하는 로봇이 즐비합니다. “AI 시대 미국이 소프트웨어를, 중국이 하드웨어를 장악할 것”이라는 한 투자사 대표의 말이 귓등을 때립니다.

대한민국 곳곳에도 중국 기술과 브랜드가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 브랜드 점유율이 70%입니다. BYD, 지커 등은 전기차 시장에서 거부감 없이 굴러다닙니다. 중국 브랜드는 ‘저가 대체재’가 아닌 하나의 선택지가 됐습니다.

문득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한 분기에만 57조원 넘게 벌어들인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진핑 주석이 어떤 다짐을 했을까요? 아마 이를 악물고 그런 중국 기업을 만들어내고 싶었을 겁니다. 미국의 실수를 발판 삼아 전방위로 기회를 얻은 중국. 힘 있는 나라의 빠른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등골에 식은땀이 납니다.

[명순영 편집장·경영학 박사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9호(2026.05.13~05.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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