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위해 중국 베이징서 만난 미중 정상. 사진=연합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중국 그린테크 기업들이 미국 내 제조 투자 계획을 잇달아 철수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를 겨냥해 미국 공장 투자를 확대했던 태양광·배터리·전기차 공급망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환과 대중국 규제 강화로 사업 구조를 다시 조정하는 흐름이다.
블룸버그는 13일 로디엄그룹(Rhodium Group) 분석을 인용해 중국계 그린테크 기업들이 지난해 미국에서 약 28억 달러(약 4조 1798억 원) 규모의 제조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발표된 중국계 그린테크 기업의 미국 투자 계획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올해 3월 말 기준 취소·중단·지연된 상태다.
미국 전체 그린테크 투자도 둔화되고 있다. 로디엄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미국 내 그린테크 투자가 전년대비 17%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세액공제 요건 변화가 중국 기업들의 투자 철회뿐 아니라 미국 청정기술 제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진코솔라, 플로리다 공장 지배지분 매각…중국계 기업 미국 철수 신호
이번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는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 진코솔라(Jinko Solar)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진코솔라는 최근 미국 플로리다 태양광 모듈 공장의 지분 약 75%를 사모펀드 FH캐피털(FH Capital)에 매각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통해 세액공제 혜택과 현지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려 했지만, 정책 환경이 바뀌면서 미국 사업의 지배구조를 조정한 것이다.
진코솔라 측은 블룸버그에 “해외 자산 배분을 최적화하고, 미국 내 장기 전략 배치를 보장하며, 유연성과 규정 준수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별도 공시에서도 이번 결정이 “미국 국내 제조 규정”을 준수하고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규정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의 외국우려기업 관련 세액공제 제한이 핵심 배경으로 해석된다.
진코솔라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미국 소재 기업 코닝(Corning)이 JA솔라(JA Solar Technology)의 애리조나 공장을 인수했다. 중국계 태양광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을 직접 보유·운영하는 방식에서 한발 물러나거나, 현지 자본에 지배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노출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바이든 정부가 펼친 IRA는 미국 내 청정기술 제조시설을 늘리기 위해 태양광 모듈, 배터리, 전기차 부품 등 생산에 세액공제를 제공했다. 당시 중국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구축하면 관세·물류 리스크를 줄이고, 동시에 제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확대했다. 실제 중국계 기업들은 2023년에만 56억 달러 규모의 미국 청정기술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상황은 바뀌었다. 기존 청정에너지 인센티브가 축소되거나 재설계됐고, 특히 중국과 연계된 기업이 세액공제를 받기 어려워지는 규정이 강화됐다. 미국의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은 이른바 외국우려기업(FEOC) 또는 금지외국기업(PFE)과 관련된 제한을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전반으로 넓혔다.
세액공제 불확실성 투자 리스크…"정상회담도 투자 회복엔 한계" 전망
외국우려기업 규정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특정 국가와 소유·지배 관계가 있거나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 미국의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다. 이전에는 전기차 세액공제에서 주로 적용됐지만, 최근에는 태양광·풍력·배터리·청정전력·탄소포집 등 IRA 기반 세액공제 영역으로 확대됐다. 중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지어도 지배구조나 핵심 부품 공급망이 중국과 강하게 연결돼 있으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세액공제를 받는 미국 기업과 받지 못하는 중국계 기업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면, 중국계 기업은 원가 측면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롭 바넷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국 소유 공장이 세액공제를 잃을 경우 미국 내 경쟁사에 비해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최대 태양광 제조업체인 퍼스트솔라(First Solar)는 올해 20억 달러가 넘는 세액공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투자자들에게 밝힌 바 있다.
미 재무부는 올해 하반기까지는 외국우려기업 관련 세액공제 적용 요건을 제시할 예정이며,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최종 요건이 어떻게 확정될지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태양광 공급망은 폴리실리콘, 웨이퍼, 셀, 모듈 등 주요 공정에서 중국 비중이 높다. 미국에서 최종 조립을 하더라도 핵심 소재와 부품을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면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의 리숴 중국기후허브 디렉터는 진코솔라의 결정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중국 청정기술 기업들이 직면한 엄청난 도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는 기업들에게 “냉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거릿 잭슨 선임연구원도 “정책 환경이 더 제한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때로는 중국 제조업체의 미국 투자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더라도, 행정부 내부와 정책 집행 단계에서는 중국 투자에 공간을 열어주려는 의지가 크지 않다고 봤다.
한편 블룸버그는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청정기술 분야의 대미 투자를 곧바로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정상 간 대화가 무역 긴장을 일부 낮추는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중국계 기업의 세액공제 접근을 차단하는 FEOC 관련 시행 기준은 이미 미국의 산업·안보 정책 틀 안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그린테크 기업의 미국 투자 위축이 단순한 외교 갈등을 넘어, 미국이 청정기술 공급망을 자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적 변화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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