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각서 서명했지만…미 하원은 ‘예산 사용 금지 법안’ 빗장
물량 소수인데…독점 기술 라이선스 제공 등 미국 조건 까다로워
전문가 “리스크 여전…양국 ‘윈윈’할 세부 협력 구조 설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군함의 해외 건조를 허용하는 각서에 서명하면서 한·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릴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수상전투함을 포함한 3종의 선박에 해외 건조의 길을 열어주되 최초 2척 이후에는 미국에서 건조하고 현지 조선소 투자 등을 병행하는 모델로 구체적 이행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서명한 각서의 주요 내용을 16일 보면, 미 정부는 ‘미 군함의 해외 건조 금지’ 원칙에 예외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은 연방법에 따라 미 군함을 자국에서만 짓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국가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예외를 둘 수 있다.
다만 이번 각서가 실제 집행으로 매끄럽게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미 하원은 ‘미 군함의 해외 건조’에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켰다.
이번 각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한 무역협정에서 약속된 재정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언급해 한국이 약속한 조선협력 자금 1500억달러가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해당 재원의 활용 대상으로 명시된 배는 전투함이 아닌 콘솔탱커와 로로선이다. 군함의 경우 해외 건조는 미 의회의 문턱을 넘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마스가가 이행된다고 해도 국내 조선업계가 실익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미국이 허용한 해외 건조 물량이 소수인 데다 이를 대가로 받아들여야 하는 조건은 까다롭다. 미국 선박을 짓는 데 활용한 독점 기술의 라이선스 제공, 미국인의 고용·훈련, 미국 공급망 활용 등을 약속해야만 한다.
정부와 업계는 초기 물량의 국내 건조 다음 단계로 선수(배 앞부분), 선미(배 뒷부분) 등 블록을 한국에서 제작하고 전체 조립은 미국에서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법적·경제적 제약을 넘어야 한다.
미 연방법은 미 군함의 ‘주요 구성품’ 역시 해외에서 만들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형 블록을 태평양 너머 미국까지 운송하는 비용과 한·미 양국의 인건비를 감안할 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정교한 계산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각서가 마스가의 출발점이 된다면 양국이 ‘윈윈’ 할 세부 협력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종훈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군함의 경우 통상 1호선에서는 큰 이익을 내기 어렵고 후속선을 건조하면서 학습효과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는 여전히 리스크가 커 보여 정부 차원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역시 “인력 및 공급망 회복과 관련한 미국 스스로의 노력도 수반되도록 우리 정부가 미국과 지속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미국의 조선 인력 양성 등을 돕는 대신 미국이 강점을 가진 인공지능(AI)·로보틱스·첨단소재 기술을 국내 조선업에 도입·실증하는 등 단순한 선박 수주를 넘어 중장기적인 과학기술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미 군함 시장이 한층 가까워졌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필리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에 이어 HD현대 역시 미국 조선소 인수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의 미국 진출 경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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