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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산책] 창조의 언어 ‘한국어’

2026년 7월, 프랑스 아비뇽에는 낯설고도 뜨거운 호흡이 가득하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이 아시아 언어권 최초이자 단일 국가 최초로 ‘한국어’를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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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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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경 작곡가·예술감독

조용경 작곡가·예술감독

2026년 7월, 프랑스 아비뇽에는 낯설고도 뜨거운 호흡이 가득하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이 아시아 언어권 최초이자 단일 국가 최초로 ‘한국어’를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연극, 무용, 판소리 등 한국의 공연예술 작품 9편이 공식 초청 프로그램(IN)에 올랐다. 전통과 동시대적 감각을 함께 품은 이 작품들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어가 지닌 문화적 깊이와 예술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아비뇽은 한국어를 단순한 외국어가 아니라 하나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탄생시키는 ‘창조의 언어’로 만나고 있다.

언어는 한 사회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자 오랜 시간 축적된 역사와 철학, 공동체의 정서가 켜켜이 쌓인 문화의 집합체다. 한국의 예술에는 우리말이 가진 특유의 리듬과 호흡, 고유한 정서가 스며 있다. 가야금의 눅진한 농현(弄絃)과 판소리의 맺고 푸는 장단, 한옥의 처마 선을 닮은 무용의 몸짓은 모두 우리 언어와 함께 자라난 문화의 결이다. 예술은 언어 속에 축적된 역사와 삶의 기억을 온몸의 감각으로 드러낸다.

이번 아비뇽 페스티벌에는 제주4·3의 아픈 역사부터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일상까지 한국의 다양한 이야기가 무대에 올랐다. 세계의 관객들은 한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도 공연을 보며 울고 웃고 공감했다. 대사의 뜻을 정확히 알아들어서만은 아니다. 말과 말 사이의 침묵, 음절 속에 밴 한의 울림, 그리고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한국인의 시선과 삶의 철학이 ‘예술’이라는 표현의 언어로 번역돼 그들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결국 예술이 세계와 나누는 것은 문화이며 그 문화의 가장 깊은 뿌리에는 언어가 있다.

오늘의 이 눈부신 위상이 단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백성을 위해 태어난 우리말은 이름과 글자마저 빼앗겼던 암흑 같은 시대를 지나왔다. 총칼 앞에서도 선조들이 끝까지 우리말을 지켜낸 것은 그것이 단순히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민족의 혼과 정신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끝내 우리말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기록되고 노래됐으며 어떠한 억압도 언어의 숨결을 지워낼 수 없었다. 그 혹독한 침묵의 시간을 견디고 이어온 끈질긴 생명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세계를 사로잡는 K¯컬처 역시 ‘한국어’라는 굳건한 토양 위에서 꽃필 수 있었다.

세계는 이미 케이팝은 물론이고 드라마와 영화, 문학을 통해 우리 문화의 힘을 깊이 체감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관심은 한국의 현대 공연예술로 확장되고 있다. 아비뇽에서 한강 작가의 소설이 낭독되고 소리꾼 이자람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국어가 지닌 리듬과 정서, 여백의 미학을 전 세계인이 공감한다. 공연은 언젠가 막을 내리지만 그 작품을 낳은 언어와 문화는 또 다른 예술을 탄생시킨다.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개별 작품만이 아니라 그 작품들을 끊임없이 길러내는 한국어의 창조성과 문화적 깊이다.

아비뇽에서 울려 퍼지는 한국어는 오랜 시간 우리 안에 축적된 역사와 삶, 감정과 철학이 세계와 대화를 시작했음을 선언하고 있다. 언어는 노래가 되고, 몸짓이 되고, 끝내 하나의 예술이 돼 세계와 만난다. 한 언어가 세계의 예술이 된다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과 기억, 그리고 문화까지도 모두 존중하고 공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6년 7월, 아비뇽에서 세계가 만난 것은 낯선 문자 하나가 아니다. 쓰고, 말하고, 노래하고, 움직이며 빚어낸 한국의 문화, 바로 한국어라는 거대한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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