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교수
대방평생학습센터 주최 인문학 강연서
무너진 공론장 비판…사회통합 강조
선관위·균형발전·청년세대 문제 언급
“진영 안 환호만 좇으면 나라 발전 어렵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가 8일 창원축구센터 대강의실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정종엽 기자
문형배(전 헌법재판관) 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가 사회 통합의 조건으로 ‘공통의 원칙’을 강조했다. 정치권 진영 갈등과 선거 불신, 지역 불균형, 청년세대 문제는 따로 떨어진 일이 아니라 공론장이 약해진 사회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창원시 대방평생학습센터는 8일 창원축구센터 대강의실에서 개관 27주년 기념 인문학 강연을 열었다. 대방평생학습센터는 시민사회단체 사단법인 나눔을 누리는 세상(나누세)이 수탁 운영한다. 강연 주제는 문 교수의 저서 제목이기도 한 ‘호의에 대하여’였다.
문 교수는 함께 지킬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통적인 게 있어야 토론하는 것이지, 공통적인 게 아무것도 없으면 토론이 될 수 없다”며 “원칙의 통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당 정치도 같은 기준에서 봤다. 문 교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각각 A정당과 B정당으로 표현하며 양대 정당 모두 민주주의 관점에서 위기라고 했다. 문 교수는 “한쪽은 상대를 징계해 내보내려 하고, 다른 한쪽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못된 사람, 개혁을 막는 사람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진영 내부에서 환호받는 데 몰두하는 정치 문화도 비판했다. 그는 “서로 믿지 않으니 상대 진영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자기 진영 안에서 박수받는 말만 한다”며 “이런 태도로는 나라가 발전하기 어렵다”고 쓴소리를 했다.
문형배(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가 8일 창원축구센터 대강의실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정종엽 기자
선거관리위원회 문제도 언급했다. 문 교수는 잠실 투표소 운영 논란을 두고 국민 참정권 침해와 선관위 개혁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투표소 운영 부실을 부정선거 주장으로 연결하는 것은 논리 비약이라고 했다. 이어 부실 선거라면 선관위 제도를 고쳐야 한다며 중앙선관위원장 상근화, 시민 통제 장치 도입, 감사 책임자 외부 공모 등을 개선 방안으로 들었다.
지역균형발전 문제에서는 호남 반도체 투자를 ‘재벌의 손목 비틀기’로 보는 주장을 비판했다. 문 교수는 “수도권과 영남 중심의 불균형 성장에서 벗어나 지역마다 산업 기반을 키워야 한다”며 “호남에 반도체 투자를 반대하는 것은 양심에 어긋난다. 구미에 오라고 한 것도 손목 비트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청년세대를 두고는 기성세대의 책임을 먼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을 정치 성향으로 재단하기보다 4050세대가 누리는 권리가 2030세대 희생 위에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왜 20대는 극우가 됐느냐고 묻기보다, 사회가 청년을 위해 무엇을 주고 있는지 봐야 한다”고 짚었다.
문 교수는 사회 통합이 무작정 한편이 되자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기 진영을 향한 비판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진보 지식인은 여당을 비판해야 하고, 보수 지식인은 야당을 비판해야 한다”며 “정치인의 역할과 지식인의 역할은 다르다”고 말했다.
강연은 정치와 선거, 지역, 세대를 오갔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서로 다른 생각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함께 지킬 원칙 위에 올려놓아야 공론장이 다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종엽 기자
문형배(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카이스트 초빙석학교수가 8일 창원축구센터 대강의실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정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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