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청, 비양도 1.5㎞ 구간 무인 물류 검증
최대 40㎏ 생활물품 바다 넘어 문 앞까지 배송
(ㅍㅍㅅㅅ 이주환 기자) 우주항공청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드론과 자율주행 로봇을 결합한 ‘문 앞 배송’ 실증에 나서면서 무인배송 상용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함께 최대 40kg 화물을 배송할 수 있는 드론과 배송 협업 로봇, 도킹스테이션을 갖춘 ‘드론·로봇 협업 문 앞 배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 드론 배송이 착륙지점이나 거점까지 물품을 옮기는 데 그쳤다면, 이번 체계는 로봇이 물품을 이어받아 고객 문 앞까지 이동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증은 지난 3월 26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제주 금능포구와 약 1.5km 떨어진 비양도 56개 배달점(주민 자택, 식당 앞 등)에서 진행됐다.
이용자가 제주도 드론 배송 공공앱 ‘먹깨비’로 생활용품을 주문하면, 드론이 바다를 건너 비양도 도킹스테이션에 물품을 내리고, 대기하던 로봇이 이를 수령해 집 앞까지 배달하는 과정을 거쳤다.
우주항공청은 다양한 기상 조건과 야간 환경에서 확인된 기술적 보완점을 개선해 올해 하반기 실증 지역을 확대하고, 향후 5년 내 상용화 서비스를 지원할 방침이다.
오태석 청장은 “이번 실증은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그간의 드론-로봇 산업 육성 노력 및 성과를 보여줌과 동시에 사업화를 위해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을 해결하여, 향후 물류를 혁신하는 무인 배송서비스의 실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이어 “드론과 로봇을 활용한 국내 배송서비스를 5년 이내에 상용화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첫 시장은 도서·산간, 도심 상용화는 안전·규제가 관건
드론·로봇 배송이 도서 지역에서 먼저 시험되는 이유는 물류 공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섬과 산간 지역은 물류비가 높고 배송 빈도가 낮아 생활용품을 제때 받기 어렵다. 특히 선박 운항이 제한되는 시간대에는 주민이 직접 물품을 찾으러 가거나 배송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크다.
제주도는 이미 가파도·마라도·비양도 등 부속섬을 대상으로 드론 배송 상용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선박 운항이 없는 물류 취약 시간대에 생활물품을 배송하고, 지역 특산물을 역배송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공공배달앱 ‘먹깨비’와 연계해 가맹점과 배송 품목을 확대하고, 이착륙과 물품 적재를 무인으로 처리하는 스테이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도심 확장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거 밀집 지역의 상공 비행에 따른 안전 문제, 추락 위험, 소음 민원, 개인정보 보호, 로봇의 보행로 통행 동선, 공동주택 출입 문제 등이 함께 따라오기 때문이다.
드론 배송이 기술 실증을 넘어 생활 서비스가 되려면 기체 성능만이 아니라 비행 승인, 보험, 사고 책임, 주민 수용성까지 제도적으로 정리돼야 한다.
무인배송 생태계, 관련 수혜는 로봇·관제·지도 데이터 등 무궁무진
무인배송 시장이 열리면 관련 산업은 드론 제조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드론이 화물을 싣고 이동하더라도 실제 상용화에는 배송 로봇, 도킹스테이션, 자동 충전, 원격 관제, 주문 플랫폼, 지도·공간 데이터, 물류센터 자동화가 함께 필요하다. 핵심은 드론 한 대를 띄우는 기술이 아니라, 주문부터 최종 배송까지 끊기지 않게 연결하는 통합 운영 시스템이다.
좌 : 카카오모빌리티 브링 / 우 : 로보티즈 개미 (사진=각 사)
관련 기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물건을 실제로 옮기는 배송로봇 기업이다. 국내 실외 배송로봇 분야에서는 로보티즈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로보티즈는 실외 자율주행 배송로봇 ‘개미’를 통해 도심지, 아파트단지, 호텔, 관공서 등에서 택배와 식음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카카오모빌리티는 로봇 배송 서비스 ‘브링’을 운영하고 있다. ‘브링’은 배송로봇과 로봇 오픈 API 플랫폼 ‘브링온’을 결합한 상품으로, 식음료 배달, 사무실 우편 배달,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 등을 하나의 로봇으로 수행하는 구조다. 특히 기존 건물에도 로봇을 배치해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어, 향후 드론이 건물 인근까지 물품을 옮기고 로봇이 실내외 최종 배송을 맡는 모델과 맞닿아 있다.
둘째는 드론 운항과 관제 영역이다. 드론 분야에서는 파블로항공과 네온테크가 관련 생태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파블로항공은 다수의 드론을 동시에 제어하고 관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드론 배송 운영의 핵심 기술로 내세우고 있으며, 네온테크는 ‘NDrone’ 플랫폼을 통해 물류배송과 영상촬영 분야의 드론 솔루션을 제공한다.
셋째는 물류센터와 배송 거점 자동화 영역이다. 물류센터와 배송 거점 자동화 영역에서는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트위니 등도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두산로보틱스는 물류·운송 과정에서 물건을 팔레트에 정렬하거나 적재하는 팔레타이징(물류창고에서 박스나 물품을 운반용 받침대에 쌓는 작업) 협동로봇을 내세우고 있고,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바퀴형 고속 모바일 플랫폼을 갖춘 이동형 양팔로봇 RB-Y1을 공개했다. 트위니는 물류센터에서 작업자의 단순 이동 업무를 줄이는 오더피킹 솔루션을 제공한다.
"오토바이 대신 마우스 잡는 시대" 올까… 해외는 이미 상업 서비스 단계
국내 실증이 아직 초기 단계라면, 해외에서는 제한된 지역을 중심으로 드론과 배송로봇이 이미 상업 서비스에 들어가고 있다. 해외 사례는 무인배송이 어떤 방식으로 확산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참고 지점이다.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계열 드론 기업 윙은 월마트와 함께 2027년까지 미국 내 270개 이상의 드론 배송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윙은 이를 통해 4000만 명 이상의 미국 소비자에게 드론 배송 접근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로봇 기업 ‘스타십 테크놀로지스’ 역시 우버이츠와의 협업을 통해 이미 누적 900만 건 이상의 배송 실적을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들은 현재 2,700대 수준인 운영 로봇을 2027년까지 1만 2,000대 이상으로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무인배송이 확산되면 배달 노동자의 일자리 상실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반복적이고 짧은 구간의 단순 배송은 로봇과 드론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 배송의 모든 영역이 자동화의 영역으로 곧장 편입되기는 어렵다. 도심 배송은 예외 상황 대응, 고객 민원, 건물 출입, 물품 분실 대응, 장비 정비, 원격 관제 등 사람의 판단과 손길이 필요한 영역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로봇 도입이 저숙련 노동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동시에 고도화된 장비를 운영·관리할 수 있는 숙련 인력 수요를 키울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결국 무인배송의 확산은 배달 인력을 단순히 없애는 문제가 아니라, 현장 배송 중심의 일자리를 원격 관제, 장비 운영, 안전관리, 물류 데이터 관리 업무로 재편하는 과정에 가깝다. 일부 단순 배송 업무는 줄어들 수 있지만, 드론과 로봇을 관리하고 고장이나 민원을 처리하는 새로운 업무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실증의 의미는 단순히 ‘드론이 물건을 나른다’는 데 있지 않다. 배송의 마지막 구간이 사람의 노동에만 의존하던 구조에서 드론, 로봇, 관제, 데이터가 결합된 시스템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앞으로는 어떤 기업이 기체를 잘 만드는가보다, 복잡한 배송 과정을 누가 더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연결하느냐가 무인배송 시장의 핵심 경쟁력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ㅍㅍㅅㅅ / PPSS ) 이주환 기자 kamchatka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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