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희 무신사 최고기술책임자(CTO), 무신사 테크 조직이 운영하는 '테크 블로그' 화면. [사진: 무신사, 무신사 테크 블로그 화면 갈무리]
#30대 여성 A씨는 4월 중순 예정된 지인 결혼식에 가기 전 '하객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출근룩과 비슷하게 단정하면서도 주말 따뜻한 날에 맞는 화사한 스타일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카카오톡의 '챗지피티 포 카카오(ChatGPT for kakao)' 툴을 열고 '30대 여성 4월 결혼식 하객룩을 추천해줘'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무신사에서 판매 중인 추천 리스트가 열렸고, 챗GPT의 추천 코디 설명과 함께 무신사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 상품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디지털투데이 안신혜 기자] 무신사가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AI 네이티브는 AI가 보조적인 도구 역할이 아닌 처음부터 AI를 핵심 요소로 사업 시스템이나 업무 방식, 제품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무신사의 AI 전환을 진두진휘 중인 전준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고객 쇼핑 경험 개선을 위해 브랜드와의 상생관계, 내부 업무 효율화 등 전방위 적으로 AI 내재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말 무신사에 합류해 테크 조직을 이끌고 있다.
◆'소비자 접점' 확대하는 무신사의 AI 기술
일환으로 무신사는 지난달 카카오톡 내 챗지피티 포 카카오에 입점, 대화형 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가 무신사 스토어 앱에 들어가지 않고도 무신사의 패션 상품 데이터를 검색, 추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무신사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에는 자체 개발 모델컨텍스트프로토콜(MCP) 기술이 적용됐다. AI 기반 쇼핑 경험을 구현하기 위한 에이전틱 커머스 프로토콜(ACP) 개념이 활용된 기술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장소·상황(TPO)와 날씨, 브랜드 취향 등의 문맥을 분석해 탐색에서부터 후기, 구매까지 연결하는 초개인화 경험을 도울 수 있게 했다.
이는 무신사가 주력하고 있는 무신사 테크 조직의 'AI 네이티브' 프로젝트가 실제 서비스에 적용된 최근 사례다. 이 외에도 무신사는 AI 관련 신입 개발자 채용 등 AI 기술을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상반기 중에는 무신사 입점 브랜드 관리 체계에 자체 개발 AI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검수 시스템을 도입을 앞두고 있다.
전 CTO는 또 "테크 부문 총괄로 무신사에 합류한 직후부터 고객 경험 향상과 커머스 운영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AI 프로젝트를 속도감있게 전개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현재 소비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AI 고객경험관리(CS) 솔루션을 29CM에 도입했고, 무신사 스탠다드에는 AI 기반 후기 요약 서비스를 적용했다. 중고패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에는 이미지 피팅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이런 AI 기술이 문제 해결에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고 패션 거래 시 전문적인 착용샷을 만들기 어렵다는 고질적 문제가 있는데, AI를 활용해 제품 착용시 예상되는 스타일과 핏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후기 사진 및 내용이 중요한 패션 플랫폼 특성을 반영해 후기에도 즉각 AI를 적용했다.
현재 AI 후기 서비스는 무신사 스탠다드 등 플랫폼에 입점한 9개 브랜드 글로벌 서비스의 약 2100만건의 실사용 리뷰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무신사 스탠다드·스탠다드 우먼에서 2주간 주문량이 20% 늘었고,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주문으로 이어지는 전환율(CVR)은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CTO는 "이같은 기술 적용을 통해 회사가 지향하는 초개인화 쇼핑 경험이 무신사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AI 적용 확대…글로벌 패션 플랫폼 선행 사례로
무신사가 전사에 AI를 적용하는 배경에는 무신사의 가파른 성장이 꼽힌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진출 본격화하면서, 플랫폼별로 분산된 서비스 구조를 정비하고 글로벌 소비자 데이터와 상품 정보를 통합 관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토어와 29CM, 솔드아웃 등 다수의 버티컬 플랫폼을 동시에 운영하는 구조다.
실제 무신사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4667억원에서 지난해 1조4679억원으로 확대됐다. 2024년 흑자 전환에 이어 지난해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운영체계를 효율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AI 확대가 최신 기술 도입 자체보다 커진 플랫폼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패션 플랫폼 업계 전반에서도 AI 활용은 확대되는 추세다. 패션 플랫폼 경쟁 양상이 단순한 입점 브랜드 확대에서 탐색 효율과 개인화 추천 고도화로 이동하면서 추천과 검색, 이미지 기반 탐색과 고객 응대 자동화까지 AI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무신사의 최근 움직임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전 CTO는 이같은 상황에서 무신사의 글로벌 플랫폼 관리 총괄 적임자로 꼽혔다. 그는 이스트소프트 공동 창업자 출신으로 구글·유튜브·우버 등을 거쳐 쿠팡 엔지니어링 부사장, 요기요 최고기술책임자(CTO)·최고경영책임자(CEO) 등을 맡았다. 데이터 및 엔지니어링 조직 관리 필요성이 커진 시점에서, 글로벌 빅테크 경험이 있는 전 CTO는 2024년 말 무신사 테크 부문 총괄로 무신사에 합류했다.
업계는 무신사의 테크 조직을 중심으로 한 AI 기술 확대가 선례가 많지 않은 패션 버티컬 플랫폼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패션에 특화된 대형 플랫폼은 많지 않은 만큼 벤치마킹할 만한 비교 사례가 제한적이다. 무신사의 시도가 향후 버티컬 플랫폼 업계의 AI 적용 방향을 가늠하는 선구자적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사 AI 확산 나선 무신사…장기적 성과 입증 기대
전 CTO는 "무신사는 이제 'AI 리터러시(AI Literacy)'를 강화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무신사 테크 조직이 강화한 AI를 역량을 전사적으로 활용할 차례라는 설명이다. 초기 AI 전략이 내부 업무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전사 임직원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체계 구축으로 범위를 넓히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무신사는 개발 조직,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비개발 부문에서의 AI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패션 사업 부문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트렌드 예측과 콘텐츠 제작 과정에 AI를 적용하고,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AI 신입 개발자 66명을 실무에 투입했고, 사내 AI 해커톤도 개최했다.
전 CTO는 "앞으로 무신사 테크가 추구하는 AI 기술의 핵심은 'AI 네이티브 인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신사 기존 구성원이 AI 네이티브 인력으로 전환되는 것 또한 중요한 시점이다.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인재로 구성된 조직 DNA를 빠르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무신사는 'AI 네이티브 신입 개발자' 전형을 신설해 지난달 66명 선발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들은 단순 교육생이 아니라 AI 도구를 활용해 복잡한 실무 문제를 해결하는 의사결정권자를 목표로 실제 서비스에 투입됐다.
무신사는 이제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비개발 직군까지 AI 기술을 업무 프로세스에 이식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다만 전사 AI 리터러시 확대 및 비개발 직군 적용은 아직 검증 단계라는 평가다. 개발 조직과 달리 기획·디자인·마케팅 부문에서는 AI 적용 효과를 정량화하기 쉽지 않고, 업무 성격에 따라 활용 수준 편차가 클 수 있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의 AI 네이티브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직 초반 단계인 만큼 실제 업무 체계와 성과 측정 등으로 측정되기까지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버티컬 플랫폼 통합과 글로벌 확장 측면에서 무신사의 AI 적용이 어떤 변화를 만들지가 주목된다.
전 CTO는 "구성원 개개인의 AI 활용 역량을 극대화해 무신사가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신사의 목표는 명확하다. 기술이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AI라는 강력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패션 테크 생태계의 압도적인 초격차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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