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DAE 2026서 방산 3사 동시 출격
K9·타이곤·SAR 위성까지 총망라
7일(현지시각)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FIDAE 2026'에 참가하는 한화 통합부스 전경 /사진=한화
| 스마트비즈 = 이장혁 기자 | "육·해·공·우주 전 영역에 대응 가능한 통합 방위 솔루션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
한화가 중남미 최대 방산 전시회 ‘FIDAE 2026’을 앞두고 내놓은 메시지는 출사표라기 보단 개별 무기를 파는 단계를 넘어 전장 전체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 담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3사가 동시에 칠레 산티아고로 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상·해양·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전력을 한 번에 보여줘 중남미를 수출 다변화의 핵심 거점으로 삼겠다는 방향이 분명해 보인다.
‘시장’ 아닌 ‘플랫폼’
FIDAE(칠레 국제항공우주박람회)는 1980년 칠레 공군 창설 50주년을 계기로 시작됐고 40여 년 동안 중남미 방산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2026년 행사에는 35개국, 440개 기업이 참여한다.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중남미 방산 시장은 성장 구간에 들어섰다. 영토 분쟁, 치안 강화 수요, 노후 장비 교체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24년 613억 달러에서 2033년 968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러시아·중국산 무기의 신뢰도가 변하면서 친서방 대안으로 K방산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방산 수출이 2025년 152억 달러로 반등한 배경도 이를 방증한다.
FIDAE는 전시회라기 보단 방산 시장 질서를 선점하기 위한 플랫폼에 가깝다. 한화가 이 무대에 통합 전력으로 올라선 이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5년 2월 열린 IDEX 전시회에서 신형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와 천검 유도미사일이 탑재된 타이곤 차륜형장갑차 등을 선보였다. /사진=한화
타이곤부터 천무까지…지상 전력 ‘풀 패키지’
가장 눈에 띄는 카드는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이다. 6×6 모델이 남미에서 처음 공개되며, 독립 구동 바퀴 구조를 통해 기동성과 방호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원격사격통제장치(RCWS) 등 다양한 장비를 얹을 수 있어 운용 유연성도 강조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칠레 육군의 장갑차 현대화 사업인 ‘CROMO 프로그램’을 겨냥해 4×4·6×6·8×8 라인업을 제안한 상태다. 기술 이전과 공동 생산, 현지 인력 훈련까지 묶은 패키지 전략으로 협상에 들어갔다.
타이곤 외에도 K9A1 자주포, K10 탄약운반차, 다연장 유도무기 ‘천무’,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대전차 미사일 ‘천검’까지 함께 전시된다. 개별 장비가 아니라 ‘지상 전력 체계 전체’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해양·우주까지 확장된 ‘전장’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맡은 역할은 전장의 범위를 넓히는 데 있다.
한화시스템은 AI 기반 전투체계가 적용된 ‘스마트 배틀십’과 소형 SAR 위성을 통해 미래 전장 개념을 보여준다. 기상 조건과 무관하게 25cm급 해상도를 구현하는 위성 데이터에 AI 분석을 결합해, 감시·정찰·의사결정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한화오션은 칠레 해군 현대화 사업을 정조준했다. 3000t급 잠수함(장보고-III), 2000t급 잠수함(OCEAN 2000), 호위함 등을 앞세워 기술력과 납기 역량을 동시에 강조한다. 이미 칠레 군 관계자들이 국내 사업장을 방문해 기술력을 확인한 만큼, 이번 전시는 실질적인 수주 경쟁의 연장선에 가깝다.
‘유럽 중심’에서 ‘다변화’로…수출 전략 전환
K방산 수출 구도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한국 방산 수출은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 시장 비중이 컸다. 그러나 중동과 중남미로의 확장이 중기 과제로 떠오르면서, 시장 다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중남미에서는 전차, 장갑차, 함정 등 다양한 사업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단일 장비보다 패키지 도입 수요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화가 지상·해양·우주를 묶어 선보이는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각각의 무기가 아니라, 전력 운용 체계 전체를 설계하고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무기를 넘어 체계를 판다
이번 FIDAE 2026의 핵심은 무기가 아니라 체계다.
한화는 특정 무기를 판매하는 기업을 넘어 전장을 통합 관리하는 '설계자'로 자리매김 할 계획이다. 장갑차, 자주포, 잠수함, 위성까지 이어지는 포트폴리오가 그걸 대변한다.
중남미는 군 현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드문 시장이다. 이 수요를 단일 기업군이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협상력은 가격 경쟁을 넘어설 수 있다.
무기를 파는 기업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전장의 질서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올라설 지는 칠레에서의 성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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