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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목요칼럼]지역이 키운 대학, 대학이 키운 지역

2002년 국립대학을 세우자는 서명운동에 울산 인구의 절반이 넘는 58만여명이 참여했다. 2005년 울산시는 해마다 100억원씩 대학에 출연하기로 약속했고, 울주군은 캠퍼스 부지를 내놓은 데 이어 2010년부터 10년 동안 해마다 50억원을 보탰다.

[목요칼럼]지역이 키운 대학, 대학이 키운 지역

시민 서명·지역 투자로 UNIST 설립

울주군 제조업 일자리 약 1만개 증가

대학 발전이 지역성장 선순환 이끌어

▲ 이사야 UNIST 경영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중소벤처기업정책센터 연구위원

2002년 국립대학을 세우자는 서명운동에 울산 인구의 절반이 넘는 58만여명이 참여했다. 2005년 울산시는 해마다 100억원씩 대학에 출연하기로 약속했고, 울주군은 캠퍼스 부지를 내놓은 데 이어 2010년부터 10년 동안 해마다 50억원을 보탰다. 2009년 3월 울주군 언양읍에 UNIST가 문을 열었고, 두 곳이 2021년까지 낸 출연금은 약 1760억원에 이른다. 지역이 대학에 건 이 투자는 지역에 무엇을 돌려주었을까.

필자는 지난해 1월 본지 칼럼 ‘UNIST가 없었다면, 울산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에서 이 질문을 다룬 적이 있다. 연세대 이종관 교수가 2021년 국제학술지 ‘Regional Science and Urban Economics’에 발표한 방법대로, 개교 전 울주군과 비슷하게 움직이던 지역들을 조합해 ‘UNIST가 없는 울주군’을 통계로 만들고 실제 울주군과 비교했다.

이번에 필자 연구실은 분석을 2024년까지 넓혀 보고서로 정리했다. 통계청 통계는 고용노동부 자료로 잇고, 총고용 대신 제조업에 초점을 맞췄다. 자료와 기간에 따라 수치는 달라도, 결론은 같았다.

2024년 울주군의 종사자 10인 이상 제조업 고용은 4만2385명으로, UNIST가 없었을 경우의 추정치보다 9853명(30%) 많다. 개교 직전보다 늘어난 제조업 일자리의 약 4분의 3이다. 제조업 사업체도 추정치보다 632개(28%) 많다. 고용 격차는 2013년 이후 울주군을 포함한 28개 비교 지역 가운데 가장 뚜렷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어떤 기업이 늘었느냐다. UNIST와 협력하는 기업이 있는 자동차·기계·금속가공·화학 등 13개 ‘연관 업종’의 사업체는 추정치보다 736개(49%) 많았지만, 식료품·의복·가구 같은 나머지 업종은 차이가 거의 없었다. 울주군 제조업체 가운데 연관 업종의 비중은 개교 직전 3곳 중 2곳에서 4곳 중 3곳으로 높아졌다. UNIST가 없었다면 69%에 머물렀을 비중이다. 대학의 연구와 산학협력이 닿는 곳에서 기업이 늘어 지역 제조업의 구성까지 바뀐 것이다.

▲ 실선은 실제 울주군, 점선은 유니스트가 없었을 경우의 추정치. 자료: 통계청 광업제조업조사, 필자 계산.

다른 설명도 따져 보았다. KTX울산역과 같은 날 역이 생긴 김천·경주·청주(오송)에서는 울주군만큼 제조업 사업체가 늘지 않았다. 울산 주력 산업의 호황으로도 다 설명되지 않는다. 주력이 아닌 연관 업종은 울산의 다른 구에서 전국보다 덜 늘었지만 울주군에서는 주력 업종만큼 늘었다. 이종관 교수가 2000년대 이후 새로 들어선 대학 9곳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개교 시점부터 지역 고용이 늘어난 곳은 UNIST를 포함한 2곳뿐이었다.

이 결과를 선순환으로 읽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이종관 교수는 국가와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투자로 단기간에 우수한 연구 인력을 갖춘 점을 UNIST의 성과 요인으로 꼽았다. 지역사회의 투자가 UNIST의 발전으로, UNIST의 발전이 다시 지역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 울주군은 2019년, 울산시는 2021년에 출연을 마쳤지만, 2022~2024년 연관 업종 사업체의 격차는 여전히 50% 안팎으로 출연이 이어지던 때와 비슷했다.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성과는 대학과 지역이 함께 만든 것이다. 산업단지 같은 여건도 제 몫을 했지만, 같은 시기 산업단지가 들어선 울산의 다른 구에서는 울주군만큼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차이를 만든 것은 대학이었고, 그 대학 뒤에는 지역의 투자가 있었다. 격차가 뚜렷해지기까지 3~4년이 걸렸고, 한번 벌어진 격차는 10년 넘게 이어졌다. 시민의 서명에서 시작된 투자가 개교 15년 만에 울주군의 제조업 일자리 약 1만 개로 돌아온 셈이다.

이사야 UNIST 경영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중소벤처기업정책센터 연구위원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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