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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목숨 걸고 찍은 5·18 사진, 역사의 증언 돼 뿌듯”

“사진은 증언이 되고 증언은 역사가 됩니다. 47년 전 광주에서 촬영한 사진은 광주, 나아가 한국의 역사가 됐습니다. 한국이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향했던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목숨 걸고 찍은 5·18 사진, 역사의 증언 돼 뿌듯”

“목숨 걸고 찍은 5·18 사진, 역사의 증언 돼 뿌듯”

5월 참상 세계에 알린 프랑스 출신 기자 패트릭 쇼벨 광주 강연

“진실 모른 채 사진 찍어…숨진 청년 도와주지 못한 것 후회 돼”

전남광주 1호 명예시민…사진 635점 5·18기록관에 무상 기증

2026년 07월 23일(목) 20:00

80년 5월 26일 상무관에 안치된 고(故) 박금희씨의 관 앞에서 오열하는 어머니.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사진은 증언이 되고 증언은 역사가 됩니다. 47년 전 광주에서 촬영한 사진은 광주, 나아가 한국의 역사가 됐습니다. 한국이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향했던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프랑스 출신 기자 패트릭 쇼벨(77·Patrick Chauvel·사진)이 23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열린 ‘패트릭 쇼벨 특별 강연회’에서 47년 전 광주의 이야기를 펼쳐보였다.

쇼벨은 5·18 당시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촬영한 사진 635점을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무상 기증했다. 광주시는 쇼벨에게 1호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그는 1980년 5월 세계적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로부터 한국 광주에서 혁명이 일어났다는 연락을 받은 뒤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바리케이드에 막혀 광주 진입이 불가능해지자 차에서 내려 버스를 한참 탄 뒤 나룻배로 옮겨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광주에 닿을 수 있었다. 그가 광주에 도착한 시점은 5월 23일로 추정된다.

쇼벨은 자신이 촬영한 수백 장의 사진 중 YMCA 건물 앞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가던 청년의 모습을 담은 순간을 유독 잊지 못한다고 전했다.

“당시 저를 포함한 외신기자 2명은 전일빌딩 9층에서 계엄군에게 붙잡혔어요. 몰래 촬영하려 셔터 소리에 맞춰 기침을 하곤 했죠. 감시가 느슨해졌을 때 밖을 보니 YMCA 앞으로 쓰러진 남성이 보였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보고 ‘Help me’라고 외쳤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Wait’라고밖에 할 수 없었어요. 그는 결국 탱크에 탄 군인에 의해 숨졌습니다.”

쇼벨 기자는 광주를 떠올리면 늘 이 청년의 잔상이 남아있다고 회상했다. 차라리 사진을 찍지 않고 청년을 도와줄 걸 그랬다는 후회도 남았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5·18 당시 숨진 박금희 열사의 언니 박금숙 씨, 김동수 열사의 형 김창수 씨, 조사천 열사의 어머니 정동순 씨가 참석했다.

패트릭 쇼벨이 23일 강연회를 마치고 명예특별시민패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전남광주시 제공>

쇼벨과 유족들은 사진 속 자신들의 모습과 열사들의 사진을 함께 보며 당시를 돌아봤다.

박금숙 씨는 “당시 촬영했던 외국인 기자를 보며 ‘우리는 이렇게 힘든데 왜 사진을 찍지?’ 하는 원망 섞인 눈으로 바라봤는데, 오늘날 이렇게 사진으로 5·18을 증명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군에게 사진을 뺏길지도 모르니 서둘러 복귀하라는 윗선의 지시로 인해 광주에 사흘밖에 머물지 못하고 떠나야 했다. 걸프전쟁, 아프간전쟁,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전쟁 등 34건이 넘는 분쟁 기록을 남겼던 그는 본래 현장에 오래 머물며 상황을 파악하고 피사체의 이름부터 처한 상황까지 취재하며 사진을 촬영해 왔다.

하지만 5·18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하나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사진을 찍은 인생의 유일한 경험이었다.

쇼벨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스피커를 통해 도청 앞으로 모여달라고 했던 절망적 외침과도 같았던 목소리, 금남로에 선 사람들의 표정과 시선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광주는 뭔가 미완결 상태로 떠나온 기분이 들어 오랫동안 마음에 담고 있었어요. 47년이란 시간이 지난 오늘 광주에서 다시 초청해 줌으로써 끝맺음한 기분입니다. 한국의 역사적 현장에 함께했고, 또 내 사진이 증언이 될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강연회를 마친 뒤 5·18 유공자와 유족들은 쇼벨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당시 사진 촬영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악수를 주고받았다.

/김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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