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hatGPT.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강하게 주문한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의 선제적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발행어음 내 모험자본 투자 비율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제시한 데 이어 전담 조직 신설과 리서치 체계 개편을 단행하며 생산적 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금융투자업권 모험자본 역량강화 협의체'를 열고 증권업계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업의 본질적 역할이 성장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선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증시 호황으로 호실적을 거둔 증권사들의 이익이 혁신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등 모험자본 공급으로 흘러 생산적 금융에 기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향후 생산적 금융에서 증권업계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제적으로 모험자본 공급에 공을 들여온 신한투자증권의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기준 앞선 신한투자…모험자본 35%, 부동산 0% 초강수도
신한투자증권의 모험자본 확대 기조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발행어음 운용 전략이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발행어음에서 조달한 자금의 35%를 모험자본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당국이 올해 의무 투자 비율로 정한 10%를 세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같은 시기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하나증권의 목표치(25%)와 비교해도 10%포인트(p) 높다.
목표치에 걸맞은 실행력도 확인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들의 발행어음·IMA 대비 평균 모험자본 공급 비율은 17.3%로 집계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발행어음 포트폴리오에서 모험자본을 24%까지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상품 출시 후 단기간에 업계 평균을 웃도는 수준까지 끌어올린 셈이다. 하반기 목표치 35% 달성도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투자 비중 '0%'라는 초강수도 뒀다. 앞서 금융당국은 종투사의 부동산 운용 한도를 올해 15%에서 2028년 10%까지 낮추라는 규제를 내놨다. 부동산 금융에 쏠렸던 증권사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신한투자증권은 부동산 투자를 전면 배제하고 중소·중견기업과 벤처기업, 신기술투자조합 등 실물경제 영역에 자금을 공급하는 운용 전략을 세웠다.
모험자본 전담 조직 신설·리서치 본부 개편 '척척'
전략을 뒷받침할 조직 정비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초 정근수 CIB총괄사장 직속으로 'IB종합금융부'를 신설했다. 모험자본 투자와 생산적 금융 실천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IB종합금융부는 최근 특수화학소재 기업 수양켐텍 경영권 인수 거래를 마치며 출범 이후 첫 성과를 냈다. 신한투자증권은 SKS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500억원 규모 사모펀드를 조성하고 동성케미컬의 전략적투자자(SI) 참여를 이끌어 거래 성사에 힘을 보탰다. 기술력 있는 강소기업에 성장 자금을 공급하는 동시에 사업 파트너 연결까지 지원했다는 점에서 생산적 금융의 구체적인 실행 사례로 꼽힌다.
지난 4월에는 리서치본부 개편에도 나섰다. 단일 부서였던 기업분석부를 기업분석1부와 기업분석2부로 나누고 기업분석1부 안에 혁신성장팀을 신설했다. 혁신성장팀은 코스닥과 비상장 유망 기업 분석, 해외기업 커버리지 강화를 맡는다. 리서치본부는 코스닥 종목을 포함해 전체 커버리지를 400개 종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는 기업 분석까지 늘려 성장기업 발굴 역량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그룹 시너지 기대…투자처 발굴 경쟁력 주목
신한투자증권의 행보는 신한금융그룹의 생산적 금융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11월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2030년까지 최대 11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단계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발행어음과 모험자본 투자를 앞세워 그룹의 생산적 금융 전략을 증권 부문에서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쌓아온 혁신기업 지원 인프라는 향후 모험자본 투자처 발굴에 활용될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015년 금융권 최초로 스타트업·혁신기업 지원 프로그램 '신한 퓨처스랩'을 출범시킨데 이어 스타트업 성장 플랫폼 '신한 스퀘어브릿지'등을 운영하며 유망 기업 풀을 넓혔다.
이런 네트워크는 신한투자증권이 성장기업을 발굴하고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이 모험자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 맞물려 관련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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