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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메모리 덮친 '터보퀀트'… 삼성·SK 수백조 증설 영향은?

이에 따라 수백조원 규모의 증설을 추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터보퀀트가 현실화할 경우를 대형 변수로 상정하고 미래 전략을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터보퀀트, AI 산업 인프라 격변 예고 1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덮친 '터보퀀트'… 삼성·SK 수백조 증설 영향은?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구글이 발표한 ‘터보퀀트(TurboQuant)’ 기술이 메모리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모델이 메모리를 현재의 약 6분의 1 수준으로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내용의 이 기술은 ‘앞으로 메모리를 덜 써도 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며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에 따라 수백조원 규모의 증설을 추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터보퀀트가 현실화할 경우를 대형 변수로 상정하고 미래 전략을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터보퀀트, AI 산업 인프라 격변 예고

1일 업계에 따르면 터보퀀트 쇼크로 인해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터보퀀트 기술이 공개되자 미국 대표 메모리 상장사 마이크론이 10% 급락마감했다.

AI·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0개 구성 종목이 모두 하락하며 4.23% 떨어졌다. TSMC와 ASML, AMD, 인텔도 3%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31일은 장이 시작하자 마이크론이 다시 약 5% 뛰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이는 터보퀀트 기술이 장기적으로 메모리 업체들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글이 기습적으로 내놓은 터보퀀트는 메모리 기술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AI 모델의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성능 저하를 최소화하는 압축 알고리즘으로, 상용화 시 기존 AI 인프라의 설계 방식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터보퀀트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 메모리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기존 AI 모델은 고차원 벡터(여러 가지 정보를 숫자로 치환한 것) 형태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연산해 왔다. 터보퀀트는 이러한 표현을 보다 압축에 유리한 구조로 변환해, 동일한 정보를 더 적은 데이터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업계에서는 터보퀀트 기술이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처리 속도는 최대 8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것에 주목한다. 이 같은 변화가 AI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지금까지 AI 성능 경쟁은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터보퀀트 기술이 확산될 경우, 메모리 용량 자체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연산 효율이 더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이 크다. 메모리를 덜 쓰는 기술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AI 활용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전체 반도체 수요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용인 클러스터 영향권?… 수요 전망 엇갈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사진. 사진=삼성전자

터보퀀트와 같은 AI 효율화 기술이 확산될 경우, 메모리 업체는 수요 변화 이상의 구조적 재편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글로벌 메모리 ‘2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의 ‘HBM 중심 성장 전략’에서 한 단계 확장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금까지 AI 반도체 시장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HBM의 탑재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능을 끌어올려 왔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 HBM 시장에서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하며 AI 수혜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터보퀀트처럼 메모리 사용 효율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기술이 확산될 경우, 단위 AI 모델당 요구되는 HBM 용량은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여파는 HBM 수요·성장률 둔화 우려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과 AI 서버용 메모리의 수요 증대를 예상하고 정부와 협력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초대형 팹(반도체 공장)이 양사 합쳐 10여기 건설된다. 수백개의 협력사도 입주해 거대한 산업단지를 조성하게 된다.

2030년 이후 본격적으로 클러스터가 가동해 메모리 생산이 폭발하는 시점에서 터보퀀트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반도체주 급락 현상은 이 같은 공포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현재 반도체 업계에 만연한 ‘장밋빛’ 수요 예측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증설 자체는 필요한 순간이지만, 터보퀀트와 같은 예상외의 변수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낙관론에 기댄 비대한 투자는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터보퀀트는 단순한 압축 기술을 넘어, AI 산업의 방향성을 ‘규모 확대’에서 ‘효율 중시’로 전환할 것”이라며 “메모리를 덜 쓰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상용화가 되면 기존 메모리 수요에 영향을 주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대규모 증설이 완료되는 시점과 맞물리게 되면 타격으로 덮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터보퀀트와 같은 AI 효율화 기술이 진입 장벽을 낮춰 오히려 메모리 수요를 높일 수 있다는 반대의 전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구글 터보퀀트와 같은 AI 효율화 기술은 AI 추론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연산량 증가와 메모리 탑재량 확대를 유도하며 전체 AI 수요 증가를 가속화할 전망”이라며 “이는 1860년대 증기기관 효율 개선 이후 석탄 수요가 오히려 증가했던 사례, 1990년대 인터넷 도입 이후 종이 사용량 급증 사례와 유사하게 효율 개선이 오히려 수요를 확대시키는 ‘리바운드 효과’가 AI 산업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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