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조수지 기자) 2025년 한국 프로야구단들이 남긴 숫자는 야구단의 위상을 바꿔 놓고 있다. 모기업의 홍보 수단이라는 인식을 벗어나 입장권·굿즈·광고 등 자체 수익으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 독립적인 스포츠 산업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리그 전체 매출이 1조원에 근접한 가운데, 흑자 구단이 절반에 이르렀다는 점이 변화를 상징한다.
특히 2년 연속 1천만 관중을 동원한 열기는 경기장을 넘어 재무제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관중이 지불한 입장료와 팬덤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수입이 늘어나면서 구단들의 지갑이 두꺼워졌고, 리그 전체 매출이 1조원 규모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과거와 비교해 경영 구도가 달라진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모기업 의존 줄이고 팬 마케팅 확대, 삼성·롯데 10년 새 재무 구조 ‘체질 개선’.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25년도 KBO리그 10개 구단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0개 구단 총매출액 합계는 약 7천795억8천만원으로 집계됐다. 리그 전체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각 구단의 재무 구조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해졌다고 전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익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구단들이 늘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810억8천만원의 매출과 645억2천만원의 영업비용을 기록해 165억6천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영업이익 1위 구단으로 올라섰다. 두산 베어스는 매출 795억3천만원, 영업비용 708억2천만원으로 87억1천만원을 남겼고, 키움 히어로즈는 507억8천만원 매출에 422억6천만원을 지출해 85억1천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수익 구조를 안정시킨 사례도 있다. SSG 랜더스는 매출 722억원, 영업비용 672억7천만원으로 49억3천만원을 벌어들였고, NC 다이노스는 546억8천만원 매출과 542억2천만원의 영업비용으로 4억7천만원 흑자를 냈다. 10개 구단 중 5개 구단이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수익 창출 구조가 일정 부분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통합 스포츠 법인의 몸집이 가장 크다. 야구단 외에 농구와 e스포츠단을 함께 운영하는 케이티스포츠는 982억4천만원을 벌어 10개 구단 가운데 매출 1위를 차지했고, LG스포츠도 967억6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비용은 케이티스포츠가 988억원, LG스포츠가 992억5천만원으로 집계돼 각각 5억6천만원, 24억9천만원의 영업손실을 남겼다.
야구단 단독 법인 가운데서는 삼성 라이온즈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삼성 라이온즈는 948억3천만원의 매출과 950억2천만원의 영업비용을 기록해 영업손실 1억9천만원을 냈지만, 매출 규모만 따지면 단일 종목 구단으로 ‘1천억 매출’ 문턱에 접근했다. 한화 이글스는 746억4천만원 매출에 748억원의 영업비용으로 1억6천만원의 적자를, KIA 타이거즈는 매출 768억4천만원·영업비용 773억8천만원으로 5억3천만원의 손실을 기록해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재무 상태를 보여줬다.
이처럼 지출 규모가 400억∼900억원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각 구단이 이를 감당하는 방식 역시 예전과는 달라졌다. 과거에는 모기업이 집행하는 광고와 지원금이 운영의 중심이었지만, 2025년 재무제표에서는 입장권 판매와 굿즈, 자체 광고 등 팬덤에 기반한 매출 비중이 커진 것이 특징이다. 팬이 지갑을 열수록 구단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자립도 변화는 더 뚜렷하다. 삼성 라이온즈를 예로 들면 2015년에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가 집행한 광고 수입이 전체 매출에서 48.4%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5년에는 계열사 광고 비중이 30.8%로 줄어 17.6%포인트 하락했다. 구단의 총매출이 580억8천만원에서 948억3천만원으로 63.3% 증가한 사이, 계열사 광고비는 280억9천만원에서 292억2천만원으로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문 결과다.
수익 구조의 성격도 크게 바뀌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2015년 당시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458억원의 일회성 이익을 올린 덕분에 당기순이익을 흑자로 맞췄지만, 실제 야구 운영 성적을 반영한 영업이익은 146억원 적자였다. 반면 2025년에는 부동산 매각과 같은 일회성 수입 없이도 매출 자체를 900억원대 중반까지 끌어올리며 계열사 의존도를 줄였고, 영업손실 규모도 1억9천만원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롯데 자이언츠의 변화 폭은 더 크다. 2015년 롯데의 모기업 의존도는 매출의 59.4%에 달했다. 전체 수입의 10곳 중 6곳을 그룹 지원에 기대야 했던 구단이 10년 사이에 구조를 바꿔 2025년에는 의존도를 26.2%까지 낮췄다. 같은 기간 영업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2015년 152억8천만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던 롯데 자이언츠는 2025년 165억6천만원 영업이익을 남기며 흑자 폭이 300억원가량 개선됐다.
롯데 자이언츠가 거둔 수치에는 팬 기반 수익의 확대가 그대로 담겨 있다. 입장 수입은 10년 전 80억원에서 2025년 232억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유니폼과 각종 상품 판매를 포함한 사업 수입은 37억원에서 249억원으로 뛰어 6.6배 늘어났다. 경기장 관중의 지출이 구단 매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고, 팬덤을 활용한 마케팅이 수익 구조를 뒷받침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구단이 완전한 자립 단계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면 모기업이 있는 9개 구단은 여전히 계열사 광고 집행을 통해 운영 자금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표면상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구단들 가운데에는 모기업의 지원이 일정 부분 반영돼 있고, 신구장 건설과 같은 대규모 투자를 위해 미리 재원을 축적하는 성격도 존재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는 영업이익 구조에 대해 "표면상으로 드러난 영업 이익의 상당 부분은 모기업의 지원이다. 또한 향후 신구장 건설 등에 필요한 예산을 미리 확보한 성격도 있다"며 아직 완전한 산업적 자생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롯데 구단은 다만 수익 구조가 개선되는 과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독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무 수치를 종합해 보면 2025년 성적표는 한국 프로야구가 독자적으로 생존 가능한 기반을 어느 정도 갖췄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중이 지불하는 입장료와 굿즈 소비가 구단 수익원의 큰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팬들의 목소리도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 팬이 더 많이 찾고 더 많이 소비할수록 구단 재정이 개선되는 구조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수익이 늘어난 만큼 활용 방향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구단들이 확보한 자생력은 선수 육성 시스템과 시설, 팬 서비스 부문으로 재투자되며 리그의 질적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수단 연봉과 해외 전지훈련, 데이터 분석 시스템 강화 등 현장에 직접 연관된 영역에 예산을 늘리는 사례가 늘고 있고, 관중 편의 시설 개선과 팬 이벤트 확대에도 재원을 배분하는 흐름이 보인다.
한편 KBO리그 전체 차원에서는 연간 매출 1조원 시대 진입이 가시화되면서 산업적 가치 극대화를 위한 전략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중계권, 스폰서십, 디지털 콘텐츠 등 부가 수익원을 추가로 확대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고, 신구장 건설과 지역 밀착 마케팅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연간 7천795억8천만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 프로야구단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확장해 나갈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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