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 강병선, 지분 41% 전량 매각 추진
국내 단행본 출판사 1위인 문학동네의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을 비롯해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펴내온 대표 문학 출판사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문학동네 창립자인 강병선(필명 강태형) 전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 41.5%의 전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강 전 대표는 복수의 기업들과 만나 매각 방안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가격은 수백억원대로 추정된다.
문학동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주식은 강 전 대표 외에 기타 주주 51.8%, 자기주식 6.7%로 구성됐다. 기타 주주에는 문학동네의 창립과 역사를 함께했던 문인과 평론가 등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동네 지분을 보유한 복수의 문단 관계자들은 강 전 대표 지분의 매각 추진에 대해 “깜짝 놀랐다” “내부에서 거의 이야기가 안 됐다”라며 그간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강 전 대표가 지분 정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왔고, 문학동네의 현 출판 시스템과 별개로 디지털과 IT 콘텐츠 분야의 투자를 위해서는 대자본의 힘이 필요하다는 강 전 대표의 의견에는 현실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는 강 전 대표는 곧 귀국해 기타 지분 보유자 및 관계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문학동네는 강 전 대표가 1993년 설립했다. 창립 당시 주간이었던 강 전 대표는 1995년 대표직에 오른 뒤 20년간 회사를 운영했다. 그간 문학동네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 출판사로 자리매김하는 것과 동시에 글항아리·교유서가·난다·엘릭시르 등 역사·철학·과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20여개 임프린트 브랜드를 통해 수준 높은 서적을 선보여왔다.
기업들과 만나 인수 타진…수백억대 추정
국내 단행본 1위 출판사, 문화적 영향력 커
‘노벨상’ 한강 등 한국 문학 대표 작품 출간
대자본 들어올 경우 ‘출판 몰이해’ 우려도
단행본 기준 국내 매출 1위 출판사로 지난해 매출은 368억원을 기록했다. 단순 매출 규모로만 보면 일반 중소·중견 기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 문학·지식 시장에 미치는 유무형의 영향력은 여느 문화 콘텐츠 기업 못지않다.
문학동네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을 비롯해 은희경, 김영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출간했다. 한강의 ‘겨울 3부작’ 중 마지막이며,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첫 소설이 될 차기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될 예정이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가호>의 판권 역시 문학동네가 사들였다.
출판업계는 이번 지분 매각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 전 대표의 지분이 기존의 출판업종을 영위하는 회사가 아닌 IT 기업 등 제3의 기업에 매각될 경우 문학동네를 넘어 문학·출판계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창작과 번역을 넘어서 출판 전반에 침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보다는 문학의 전통적 가치를 지키며 회사를 이끌 대주주가 있을지 우려하는 이도 많다. 작가를 발굴하고 출판사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발행하는 계간 문예지는 어떻게 만들어도 적자다. 문학 출판사 간판이기도 한 세계문학전집 역시 장기적으로는 출판사의 위상을 높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문학 출판사의 사정을 헤아리는 외부 자본이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페이스북에 강 전 대표의 매각 결정에 대해 “좋은 결단”이라며 “나이 들 때까지 할 만큼 하고 언젠가 뜻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고 떠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평했다. 다만 기자와 통화하면서 “문학과 출판을 제대로 이해하는 자본이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 역시 “과거 강 전 대표는 계산기 없이 작가에게 투자하고 배려하던 사람”이라며 “계산기 너머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본이 들어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분 매수에 관심을 보이는 일부 기업은 강 전 대표 지분을 넘어 지분 100% 매수를 원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대표의 지분은 개인 자산 처분 문제라 결심을 바꾸기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기타 주주 모두 지분 매각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새로운 대자본이 들어와 문학동네가 구축한 전통적인 시스템을 바꾸려 할 경우 내부 반발도 예상된다. 편집자와 작가들 사이에 구축된 유대관계와 신뢰에 금이 가고, 국내 1위 문학 출판사로서의 자부심이 흔들릴 경우 내부 구성원의 이탈이 있을 수도 있다.
이를 우려해 문학동네 일부 주주는 지분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문학동네 체질 개선을 위한 다른 해법을 모색해보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주주들의 동의를 얻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한 문단 관계자는 “이번 매각 시도가 해프닝으로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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