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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말로만 듣던 5·18 역사 현장 오니 숙연해져요”

하동중앙중은 7일 전남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은서 학생회장이 추모탑 앞에서 학생 대표로 분향하고 있다.

“말로만 듣던 5·18 역사 현장 오니 숙연해져요”

“말로만 듣던 5·18 역사 현장 오니 숙연해져요”

1년간 학교서 5·18 공부한 경남 하동중앙중 전교생 104명 광주 찾아

‘소년이 온다’ 읽고 교과 연계·가상 신문제작 등 체험

5·18 묘지 참배…옛 도청·전일빌딩·상무관 등 견학

“민주주의 가치 깨달아”…20일 수업공개의 날 개최

2026년 10월 07일(수) 21:15

하동중앙중은 7일 전남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은서 학생회장이 추모탑 앞에서 학생 대표로 분향하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7일 찾은 전남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앳된 얼굴의 10대 학생 100여명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경남 하동군에 있는 하동중앙중 전교생 104명이 한 데 모여 5·18 사적지 역사문화체험을 위해 광주를 찾은 것이다.

학생들은 한 마음으로 오월 열사들의 묘비를 찬찬히 살피고, 고개를 떨구며 오월 아픔에 공감하고 있었다. 오월 해설사가 당시 긴박한 상황을 몸짓까지 더해 현실감 있게 설명하자 학생들은 귀를 ‘쫑긋’ 기울이며 마치 그날 광주에 있는 듯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갔다.

또 가슴 아픈 사연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거나, 입술을 굳게 다무는가 하면 한참을 묘비 앞에 고개를 숙여 묵념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유가족의 한이 담긴 절절한 문구와 열사들의 유언을 읽고 책자에 기억에 남은 내용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하동중앙중 학생들은 올해 1년간 교실에서 배운 5·18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해 현장체험학습을 왔다고 한다.

하동중앙중은 올해 ‘행복학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리와 사회, 민주주의’, ‘연대와 실천’ 등을 주제로 정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국어·역사·미술·음악 등 교과를 연계해 5·18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교육을 진행해왔다.

학생들은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독후활동을 하는가 하면, 5·18 주요 인물을 분석하고 광주일보(옛 전남일보) 사옥이었던 전일빌딩의 헬기 사격 등을 그림으로 묘사하거나 양동시장 상인과 택시운전사를 가상 인터뷰한 5·18 특집신문을 만드는 등 다양한 창작활동도 진행했다.

이들은 ‘말로만 듣던’ 5·18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오자 절로 숙연해진 모습이었다.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끈 곳은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가 된 문재학 열사의 묘역이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또래인 문 열사(당시 광주상고(현 동성고) 1학년)가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지키다 산화했다는 이야기에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밖에도 광주지역 5·18 최초 희생자인 김경철 열사, 효덕초 4학년생이었던 전재수 열사,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 등의 묘역을 차례로 찾아 해설사로부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들었다.

김태산(15)군은 “1년 동안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시민들이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며 계엄군에 맞섰던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알게 됐고 열사들에 대한 경외심도 생겼다”며 “직접 묘지에 와보니 생각보다 희생자가 많아 놀랐고, 내 또래나 나보다 어린 학생들도 많다는 사실이 특히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교사들이 준비한 체험학습 책자에 5·18 추모탑을 둘러싼 손 모양의 난형환조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유영봉안소 외부의 건축물이 무엇을 형상화했는지 등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씩 채워나갔다.

김도윤(14)군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만삭의 임산부였던 최미애 열사의 묘비에 적힌 ‘여보, 당신은 천사였소.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라는 문구였다”며 “오월 열사들이 모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시민들이었는데 한순간 이들의 삶이 무너져 내렸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민주주의가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탁휘주(15)양은 “역사 교사라는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간 것 같아 뿌듯하고, 5·18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다”며 “민주화의 꽃이 된 모든 열사들을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한다. 모든 국민이 5·18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묘지 참배를 마친 뒤 오후에는 최후항전지였던 동구 옛 전남도청과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됐던 상무관, 전일빌딩 등을 둘러봤다. 8일에는 ‘힙하게 보는 Art’를 주제로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할 예정이다.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하동중앙중 학생들의 작품들이 학교에 전시돼 있다. <하동중앙중 제공>

전남대 사범대학을 졸업한 교사 최하나(여·47)·이주희(여·29)씨는 “제자들이 ‘소년이 온다’를 읽고 5·18민주묘지와 옛 전남도청, 전일빌딩을 방문하면서 5·18을 제대로 알게 됐다며 5·18 유가족과 광주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저희가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해설사분들이 ‘전국에서 학생들이 오지만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와서 경청을 잘하는 학교는 못 봤다’며 칭찬을 해주셔서 뿌듯하고 대견한 마음이 크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동중앙중은 오는 20일 현장체험학습과 1년간 진행한 5·18 및 민주주의 교육의 성과를 공유하는 수업공개(수업나눔)의 날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경숙 하동중앙중 교감은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가장 많이 성장하는 시기가 중학생 때라고 생각한다”며 “진지한 모습으로 5·18 수업에 참여하고 직접 사적지를 찾으면서 아이들이 마음속으로 ‘자유가 무엇인지’,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느끼고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깨어 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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