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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만화경] 치킨집 사장님의 한숨

월드컵은 한때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치킨집 대목’이었다. 한국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한밤중에도 치킨집 전화기에 불이 났고 편의점 맥주 진열대는 빠르게 비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한국·우루과이전 때는 몰려드는 치킨 주문에 배달 앱이 일시적 서비스 장애까지 겪었다.

[만화경] 치킨집 사장님의 한숨

김현수

논설위원

월드컵은 한때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치킨집 대목’이었다. 한국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한밤중에도 치킨집 전화기에 불이 났고 편의점 맥주 진열대는 빠르게 비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한국·우루과이전 때는 몰려드는 치킨 주문에 배달 앱이 일시적 서비스 장애까지 겪었다. 자영업자들에게 월드컵은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매출을 올려주는 경제 이벤트에 가까웠다.

그랬던 월드컵이 달라졌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거리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12일 한국과 체코의 첫 경기를 앞두고도 들뜬 기색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같은 날 예정된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시간이다. 한국 대표팀 조별 리그 경기는 모두 평일 오전 10시 또는 11시에 열린다. 퇴근 후 치킨집을 북적이게 만들었던 ‘월드컵 치맥’을 기대하기 어렵다. 편의점들이 점심 간편식 마케팅에 나서는 것도 그래서다. 직장인들이 경기 시청 후 찾을 점심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치킨집 사장들의 한숨을 더 깊게 하는 것은 천정부지로 오른 닭고기 가격이다. 지난해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공급이 줄면서 닭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40% 이상 올랐다. 배달기사 보험 가입 의무화에 따른 배달비 부담까지 겹쳤다.

주류 업계의 고민도 깊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술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가 확산하면서 음주 응원 문화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월평균 1인당 술 소비 금액은 1만 3000원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드컵 특수를 누리던 TV 판매 역시 잠잠하다.

월드컵 특수의 실종은 단순히 축구 열기가 식어서만은 아니다. 고물가, 고금리, 소비 패턴 변화가 한꺼번에 만들어낸 풍경이다. “월세보다 손님 실종이 더 무섭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에는 반도체 수출 호황에 가려진 민생의 체감 경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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