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명
논설위원
전 세계인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은 각본 없는 드라마 속에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 있어서다. 1930년대를 풍미한 뉴욕 양키스의 1루수 루 게릭은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 진단을 받은 뒤 은퇴식에서 “오늘 나는 지구상에서 최고의 행운아”라며 슬픔을 희망으로 바꿨다. 1950년대를 대표한 전설적 메이저리그 포수인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불멸의 명언을 남겼다. 역대 최고의 권투선수로 평가받는 무하마드 알리는 “챔피언은 체육관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마음속 깊이 품은 꿈과 열정이 챔피언을 만든다”고 말했다. 브라질을 월드컵 3회 우승으로 이끈 ‘축구 황제’ 펠레는 “승리가 어려울수록 승리의 기쁨도 커진다”며 쉼 없는 도전을 강조했다. 그들이 왜 진정한 챔피언으로 불리는지 짐작할 수 있는 경구들이다.
지금 세계인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 2026년 월드컵은 ‘노장들의 라스트댄스’로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국가명도 낯선 아프리카의 소국 카보베르데는 우승 후보 스페인과의 1차전에서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은퇴하고도 남을 불혹의 나이에 수문장으로 나선 보지냐 골키퍼는 7개의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내는 등 눈부신 활약을 했다. 5만여 명에 그쳤던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1157만 명으로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약 1070만 명)를 앞질렀다. “이런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인생에서 우리는 노력한다”는 그의 묵직한 말은 사람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8)도 노익장을 과시했다. 알제리와의 1차전에서 월드컵 최고령 해트트릭 기록을 세우며 월드컵 최다골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 골만 더 넣으면 월드컵 역사를 새로 쓴다. 이들에게선 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떨어지는 ‘에이징 커브(aging curve)’를 찾을 수 없다. 땀방울과 도전만 있을 뿐이다. 19일 멕시코전에 나서는 손흥민(34)에게 이번 월드컵은 라스트댄스가 될지도 모른다. 한국 축구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그의 활약을 기대하며 열띤 응원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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