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집중투표제 배제 삭제…행동주의 공세 속 방어 전략 구축
18일 삼성전자·삼성SDI, 19일 한화오션, 20일 기아·LG엔솔 등 운명의 날
[사진=파이낸셜포스트 DB]
이번 주, 2026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이번 주총에서 상법 개정과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대응해 '지배구조 쇄신'을 핵심 안건으로 내걸었다.
16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주 삼성전자와 기아,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상장사들이 잇따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이번 주에 주총을 개최하는 기업은 총 211곳이다. 유가증권시장 102곳, 코스닥시장 107곳, 코넥스시장 2곳이 한 주에 몰리는 '주총 슈퍼위크'가 될 전망이다.
◇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상법 개정 선제 대응
올해 주총의 가장 큰 특징은 주요 기업들이 정관에서 '집중투표제(이사를 2명 이상 선임할 때 주당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 배제' 조항을 삭제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또 이사 임기를 확대하거나 이사 정원을 줄이고, 임기 시차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른다. 선제적인 감사위원 선임도 마찬가지다.
이 모두가 상법 개정에 대응해 마련한 전략적 판단이다. 전자 주총 도입과 정관 재정비를 통해 거버넌스 투명성을 높이려는 쇄신의 의지로도 읽힌다.
상법 개정에 따라 오는 7월 23일에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확대 시행되며, 9월 10일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선임 시 분리 선출 확대 규정이 도입된다.
이번 주총은 개정 상법에 맞춰 정관 변경을 비롯해 지배구조를 정비할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면서, 행동주의 펀드 및 시민단체들이 주요 상장사에 대해 본격적인 압박에 나설 절호의 기회다.
이들은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강화는 당연하고, 이사회 진입 확대를 통해 기업 의사결정 참여까지 목표로 삼고 있다.
LG화학 지분 0.67%를 보유한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 미국 서드포인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라이프자산운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주총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7기 정기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보수한도 선임, 정관 일부 변경을 논의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 안건으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를 비롯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관련 조문 정비,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명칭 변경 관련 조문 정비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상향 관련 조문 정비 ▲전자 주주총회 도입 관련 조문 정비 ▲이사의 임기 조문 정비 등을 상정했다.
SK하이닉스는 다음주 25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제78기 정기 주총을 개최하고 신임 사내이사 선임을 비롯해 2025년 결산배당, 자사주 소각 등 총 14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패키지를 의결할 전망이다. 또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와 전자 주총 도입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17일 현대모비스를 시작으로 20일 기차, 26일 현대자동차 등이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는 사내이사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또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서 사업 목적에 '자동차 대여사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 기업 가치 제고 핵심
재계는 이번 주총이 한국 기업들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 개정안 통과 후 기업들 사이에선 지배구조 쇄신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의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막 구축 전략이 핵심 관전 포인트"라며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까지 거세져 기업들이 투명한 거버넌스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는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강력한 신호"라며 "주요 기업들이 이사 임기 변경을 담은 정관 개정안과 이사회 인원 축소 등 안건을 상정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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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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