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나스닥
뉴욕 증시가 국제유가 급등과 지정학 리스크 속에서도 결국 약세로 돌아선 데에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10% 안팎 급락이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11% 올랐지만 S&P500은 0.39%, 나스닥은 0.73%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4.2% 급락했다. 반면 WTI는 배럴당 102.88달러로 마감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서며 유가 급등보다 반도체, 특히 메모리 대표 주인 마이크론의 급락을 업황 둔화 가능성의 신호로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 모습이다.
이번 조정이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한 하루짜리 변동이 아니라 AI 호황을 타고 치솟았던 메모리 업종에 대해 시장이 본격적으로 "지금이 고점일 수 있다"라는 의구심을 반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로이터와 AP 등에 따르면 브렌트유와 미국 원유는 3월 한 달 새 각각 약 59%, 56% 급등하고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는 각각 4.35%, 3.83% 안팎으로 내려갔다. 이는 시장이 단순한 인플레이션보다 고유가가 초래할 경기 둔화 위험을 더 크게 반영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주가 동반 급락한 것은 기술주 전반의 밸류에이션 부담에 더해 메모리 업황 정점 논란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메모리 업황 자체가 이미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로이터는 이달 삼성전자 경영진이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올해도 강한 수요를 떠받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고,앞서 애플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자사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가는 흔들렸지만 현물·계약 시장의 수급까지 급격히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국면이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은 늘 업황보다 한발 앞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마이크론 급락은 메모리 산업 후퇴 가능성을 시장 전면에 끌어올린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메모리 주는 실제 실적 둔화가 확인된 뒤보다 다음 분기부터 업황이 고점을 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순간 먼저 크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뉴욕 증시 하락은 시장의 기대가 더 이상 일방향으로 확대되기 어려워졌다는 신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충격은 한국 반도체주에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31일 오전 11시 현재 삼성전자는 1.93%, SK하이닉스는 4.01% 하락 중으로 미국 메모리 대표 주의 급락이 곧바로 한국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로이터도 중동 리스크 확대 국면에서 한국 증시가 급락 압력을 받았다고 전하면서 이번 약세는 실적 훼손이 확인돼서라기보다 글로벌 자금이 전쟁 리스크와 기술주 조정을 동시에 반영하며 한국 대표 반도체주부터 줄이는 위험회피 흐름에 가깝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세트 사업이 서로 맞물려 있는 사업 구조 탓에 메모리 가격 강세와 AI 수요로 실적 기대를 유지하더라도 마이크론 급락처럼 시장이 업황 후퇴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의심하기 시작하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방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한층 복합적이다.
여기에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스마트폰과 가전 수요 둔화, 물류비 상승, 전력비 부담 확대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호황의 이익을 다른 사업 부문비용이 잠식할 가능성도 커진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약 80억 달러 규모의 ASML EUV 장비를 주문하며 HBM과 첨단 D램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장이 강한 수요보다 업황 정점 논란을 먼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더 민감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직접적인 시험대에 올라 있다.
실적 모멘텀은 여전히 강하지만, 주가와 자본시장의 평가는 그보다 앞서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국 증시 조정은 한국 반도체에 "실적은 아직 버티지만, 시장은 이미 다음 둔화를 묻기 시작했다"는 경고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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