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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 뒤로 가는 선거법

이용규 기자의 기사에 등장한 한 정치 신인은 AI 웹툰을 만들고 TTS로 쇼츠를 제작하려다 "AI가 들어간 건 다 안 된다"는 답변을 듣고 3주를 허비했다고 한다. 선거법을 잘 알지 못한 채 선거판에 뛰어든 그의 실책이라고만...

[마감을 하며] 뒤로 가는 선거법

지난 2023년 3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여야 청년 정치인 모임인 '정치개혁 2050'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photo 뉴시스

운전을 하다 보면 누구나 내 안의 두 자아와 마주한다. 사고 위험이 전혀 없는 탁 트인 도로에서 유턴을 하고 싶어질 때가 대표적이다. 아무도 보는 이가 없을 때조차 우리는 신호 옆 표지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의 특징은 포지티브 방식에 가깝다. 즉 법에 명시적으로 허용된 것 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이다. 우리 법은 보행자나 운전자가 '해야 할 의무'와 '할 수 있는 행동'을 촘촘하게 규정하고, 표지판이나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임의로 행동하는 것을 금지한다. 반면 미국은 네거티브 성격이 강하다. 즉 법에 금지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법 체계에는 이러한 포지티브 방식이 적용된 영역이 많다. 특히 산업 분야가 그렇다. 그래서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정치인이 규제 타파를 외치지만,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랜 관행 탓이기도 하겠지만, 규제가 있어야 힘이 생기는 공무원들의 일 처리 방식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는 선거판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주 주간조선 커버스토리는 지역을 바꿔보겠다며 정치에 뛰어든 정치 신인들이 각종 규제 앞에 막혀 뜻을 접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허용 표시가 있어야만 할 수 있다"는 경직된 논리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판에 이식됐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돈 없고 조직 없는 정치 신인들의 몫이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도로교통법에서 포지티브 방식이 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선거법에서의 포지티브 방식은 '사고'가 아니라 '진입' 자체를 막는다. 이용규 기자의 기사에 등장한 한 정치 신인은 AI 웹툰을 만들고 TTS로 쇼츠를 제작하려다 "AI가 들어간 건 다 안 된다"는 답변을 듣고 3주를 허비했다고 한다. 선거법을 잘 알지 못한 채 선거판에 뛰어든 그의 실책이라고만 손가락질할 수는 없다.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길은 아예 갈 수 없다고 막아버리는 우리 선거법 규제가 더 큰 문제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늘 거창하게 오지 않는다. 때로는 "이것만 가능합니다"라는 친절한 문장으로 찾아온다. 한국 정치가 정말 바뀌길 바란다면, 허용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게 만드는 제도적 습관부터 돌아봐야 한다. 현역 의원들 가운데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이들을 만나보면, 겉으로는 티격태격해도 뒤에서는 술도 마시고 밥도 먹는다. 최근 한 청년 정치인의 불미스러운 일 역시, 정치적으로는 다른 당에 있는 의원과 가깝게 지내다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좋지 않은 예이긴 하다. 그래도 그들은 서로를 향해 '악수는 인간과 하는 것'이라는 식의 말로 적대하지는 않는다. 옛 정치인들처럼 앞에서는 욕을 하더라도 뒤에서는 술도 마시고 밥도 먹어야, 지금의 극단이 불러온 문제도 조금씩 완화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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