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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리브랜딩 혁신] 문패 바꾸고 새 판 짠다…진격의 K-게임

◆카카오게임즈, 대주주 변경이 몰고 온 격변의 파고 카카오게임즈의 리브랜딩 역사는 게임업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인수합병(M&A)의 산물이다. 2013년 문을 연 게임 플랫폼 기업 엔진(NZIN)이 지금의 카카오게임즈를 만든...

[리브랜딩 혁신] 문패 바꾸고 새 판 짠다…진격의 K-게임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고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지는 등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경제계·정치권을 막론하고 전략 재편이 한창이다. 서울와이어는 오는 15일 '불확실성 시대, 한국 경제 혁신전략'을 주제로 '제7회 서울와이어 혁신포럼(SWIF 2026)'을 열고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는 기업의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또한 서울와이어도 이같은 거대한 변화의 파고 속에서 이달 중순 제호 변경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에 맞춰 사명과 브랜드명 등의 변경이 실질적인 혁신 성과로 이어진 주요 사례를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국내 게임업계 역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체질 개선이 한창이다. 과거 단순히 오락거리를 만드는 곳이라는 인식을 넘어, 이제는 강력한 지식재산권(IP) 기반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자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창사 이래 유지해온 사명을 바꾸거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등 리브랜딩을 통한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 소프트 떼고 테크 도약·29년 만에 바꾼 문패

엔씨(NC)의 여정은 1997년 '차세대 소프트웨어(Next Company Software)'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엔씨소프트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리니지'를 필두로 온라인 게임 시장의 기틀을 닦으며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 개발사로 우뚝 섰다. 이후 2021년에는 기업 브랜드 슬로건을 'Window to the Future(미래를 보는 창)'로 정립하고, AI 센터 설립과 디지털 휴먼 개발 등 게임 너머의 차세대 기술 투자를 본격화하며 리브랜딩의 초석을 다졌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마침내 올해 3월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창사 29년 만의 첫 사명 변경으로 결실을 맺었다. 공식 명칭에서 '소프트'를 떼어내고 엔씨(NC)로 새출발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기존 게임 개발사의 틀을 깨고 AI와 플랫폼 등 미래 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미 NC AI, NC QA 등 계열사들이 사용해온 명칭과 통일성을 갖추며 그룹 차원의 브랜드 체계를 단일화했다. 엔씨는 이번 사명 변경을 기점으로 기존 핵심 IP의 가치 극대화는 물론, 글로벌 신규 IP 확보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래프톤, 펍지 신화 넘어 연합군으로…블루홀에서 이어진 장인의 고집

크래프톤의 브랜드 역사는 배틀그라운드의 전례 없는 흥행과 함께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2007년 설립된 블루홀스튜디오는 MMORPG 테라의 성공 이후 차기작 개발에 난항을 겪었으나, 2017년 자회사 지노게임즈에서 탄생시킨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이때 블루홀은 게임 명칭을 전면에 내세운 펍지주식회사(PUBG Corporation)를 설립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린다. 개발사 이름보다 게임 브랜드의 파워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단일 IP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명 자체를 게임명으로 바꾼 이례적인 사례였다.

이후 2018년 모회사 블루홀은 중세 유럽의 장인 길드를 뜻하는 크래프톤(KRAFTON)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제작 연합(Game Union)' 체제를 선언했다. 이는 본사가 개별 스튜디오의 독립적인 창의성을 보장하되, 자금과 마케팅 등 인프라를 통합 지원하는 일종의 '독립군 연합체' 모델이다. 블루홀이라는 이름이 특정 게임 개발사에 고착되어 있었다면,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발판 삼아 다양한 전문 스튜디오를 아우르는 거대 제작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석이었다.

2020년에는 효율적인 경영과 IP 가치 제고를 위해 펍지주식회사를 다시 크래프톤 본체로 흡수합병하며 펍지 스튜디오라는 내부 개발 조직으로 재편했다. 블루홀에서 펍지를 거쳐 다시 크래프톤으로 이어진 변천사는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회사 전체의 가치로 키워내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전문 제작 시스템으로 굳히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로 풀이된다.

배틀그라운드와 카카오프렌즈 협업. 사진=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대주주 변경이 몰고 온 격변의 파고

카카오게임즈의 리브랜딩 역사는 게임업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인수합병(M&A)의 산물이다. 2013년 문을 연 게임 플랫폼 기업 엔진(NZIN)이 지금의 카카오게임즈를 만든 토대가 됐다. 엔진은 2015년 카카오의 자회사로 편입된 후, 이듬해인 2016년 카카오의 또 다른 게임 자회사인 다음게임을 흡수합병하며 규모를 키웠다. 이 합병 과정에서 탄생한 통합 법인이 바로 현재의 카카오게임즈다. 즉, 엔진이라는 기술적 기반에 다음게임의 퍼블리싱 역량, 그리고 카카오의 브랜드 가치가 결합하며 지금의 정체성이 완성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게임즈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큰 분기점을 맞이했다. 카카오가 본사의 AI 사업 역량 집중을 위해 지분 상당수를 일본 라인야후(LY주식회사) 측에 매각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이다. 지난 3월25일 공시에 따르면, 라인야후가 출자한 투자 목적 법인 'LAAA 인베스트먼트'가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르며 경영권이 넘어갔다.

10년 가까이 유지해온 '카카오' 브랜드의 존속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라인야후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사명에서 카카오를 떼어내고 글로벌 시장용 독자 브랜드를 내세우는 리브랜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의 공식 입장은 신중하다.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현재는 안정적인 기조와 영업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양측 주주가 합의했다"며 사명 변경 논의가 시기상조임을 명확히 했다. 이는 10년 가까이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카카오톡 기반의 플랫폼 경쟁력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결국 사명 변경은 단기적 결단보다는 글로벌 신작 성과와 라인야후와의 화학적 결합 속도에 따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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