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C 잭팟부터 폭스바겐 추월까지···시장의 우려 불식시킨 과감한 결단력
전동화 캐즘·지정학 리스크 속 유연한 파워트레인 전략으로 ‘정면 돌파’
美 세마포 AI 로봇·수소 생태계 청사진 제시···스마트 모빌리티 완성 박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이뉴스투데이 김경현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뚝심 있는 리더십이 재계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의 과감한 결단력과 유연한 경영 철학은 엄격한 가풍과 깊은 뿌리에서 출발한다.
1970년 정몽구 명예회장의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창업주, 작은아버지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 하며 경영의 기초를 다졌다. 정 창업주는 생전 어린 손자를 보며 “물건”이라 칭찬했고, 언젠가 중책을 맡을 것이라며 각별히 총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거쳐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MBA, 일본 이토추상사 근무 등을 통해 글로벌 안목을 키운 그는 1995년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장녀 정지선씨와 결혼했다. 사촌 동생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동명이인이라는 점 때문에 집안의 반대도 있었으나, 정 창업주의 허락으로 맺어진 연애결혼이었으며 현재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좋은 금슬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정 회장은 기획력을 바탕으로 그룹의 라인업 체질을 서서히 변화시켰다. 비록 PYL 브랜드 개발 등 저조한 실적을 거둔 뼈아픈 실패도 있었지만, 이를 만회하고도 남을 굵직한 성과를 연이어 증명했다.
피터 슈라이어 영입으로 탄생한 K5,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안착 등은 그의 대표적 성과다. 기아 사장 시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직접 챙긴 대형 SUV 모하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평소 외부 노출을 삼가던 모친 고(故) 이정화 여사가 신차 발표회에 이례적으로 참석했을 만큼, 정 회장이 각별히 무게를 두고 추진했던 핵심 프로젝트로 꼽힌다.
정 회장의 시선은 자동차 본업을 넘어 미래 사업을 이끌 통합 거점 확보로 이어졌다. 2014년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 부지(7만9342㎡)를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을 당시만 해도 시장의 우려가 컸다. 연구개발(R&D)이나 브랜드 인수에 써야 할 자금을 부동산에 쏟아부어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는 지적이었다. 낙찰 직후 일주일만에 주요 계열사 시가총액이 11조원가량 증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강남 중심부의 입지적 가치와 미래 모빌리티 허브로서의 효용성을 근거로 해당 프로젝트를 흔들림 없이 추진했다.
2020년 10월, 부친의 뒤를 이어 제2대 회장직에 오른 그는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을 꾀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 결과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시장에서 727만대를 팔아 토요타(1132만대), 폭스바겐(898만대)에 이어 글로벌 판매량 3위를 수성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익성이다. 합산 영업이익 20조5460억원을 기록하며, 폭스바겐그룹(약 15조3000억원)을 사상 처음으로 제치고 토요타에 이어 글로벌 영업이익 2위에 등극했다. 중대형 SUV와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차량을 앞세워 미국 관세 충격과 중국 전기차의 약진을 훌륭히 방어해 낸 것이다.
눈부신 실적을 바탕으로 정 회장의 발걸음은 올해 초부터 미래 모빌리티 동맹 구축을 위해 분초를 다투며 세계를 향했다. 지난 1월 4~5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 쩡위친 회장, 시노펙 허우치쥔 회장, 기아 합작사 위에다그룹 장나이원 회장을 차례로 만나 수소·배터리 파트너십을 다졌다.
이어 6~7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 현장을 찾아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블랙웰 GPU 5만 장 공급 및 AI 기술 센터 설립 협력을 공고히 했고, 퀄컴 아카시 팔키왈라 COO 등 빅테크 경영진과 조우했다. 12~13일에는 진출 30주년을 맞은 인도 시장을 찾아 첸나이 공장,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 GM으로부터 인수한 푸네 공장을 잇달아 점검했다. 150만대 생산 체제 구축을 지시한 그는 현지 임직원 가족에게 한국 화장품을 선물하며 격려했고, 인도 내 2680만 장애인을 위한 '사마르스(Samarth)' 캠페인과 취약 7개 주 이동식 진료소 운영 등 현지 사회적 책임(CSR) 활동도 살뜰히 챙겼다.
이처럼 탄탄하게 다져진 글로벌 거점과 빅테크 동맹은 스마트 모빌리티 미래 비전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달 13~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대규모 경제 컨퍼런스 ‘2026 세마포 월드 이코노미’는 이를 알리는 무대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 회장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2028년 제조 시설에 보스턴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배치하고 2030년까지 연간 3만대를 생산할 예정이다”고 선언했다.
또한 글로벌 AI 인프라 확장에 따른 에너지 안보 해법으로 수소를 지목하며, 전북 새만금 지역에 약 9조원을 투자해 로봇 및 수전해 플랜트 등 신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해당 행사에서는 호세 무뇨스 사장이 전동화 캐즘과 중동발 리스크 등을 돌파할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을 소개했고, 제네시스가 스폰서로 나서 전용 라운지에서 글로벌 리더들에게 럭셔리 경험을 제공했다.
과거 승자의 저주라 비판받던 선구안은 현재 모두 압도적인 가치로 돌아오고 있다. 2014년 매입했던 삼성동 GBC 부지는 현재 공시지가 기준 매입 당시보다 4.3배 급등한 6조6330억원을 돌파했고, 실거래가를 고려하면 수십조원을 호가한다.
특히 정 회장은 105층 타워라는 상징성에 집착하지 않고 49층 3개 동이라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설계를 택했다. 최근 서울시와 당초 예상보다 큰 2조5600억원 규모의 공공기여에 통 크게 합의하며 기나긴 인허가 리스크마저 말끔히 털어냈다. 당장의 손익보다 미래의 청사진을 내다본 정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과 실용주의가 2031년 513조원의 경제 효과를 낼 GBC의 비상, 나아가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을 이끄는 현대차그룹의 진화를 완성해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은 당장의 손익계산서보다 10년, 20년 뒤의 산업 패러다임을 내다보는 선구안에 있다”며 “과거 GBC 부지 매입이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당시 제기됐던 시장의 우려를 사상 최대 실적과 압도적인 자산 가치 상승으로 완벽하게 불식시킨 셈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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