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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르포] "입고부터 출하까지 로봇이"…HD현대일렉, 배전기기 효율 승부수

"기존에는 생산성과 품질 모두 사람 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다가올 미래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생산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

[르포] "입고부터 출하까지 로봇이"…HD현대일렉, 배전기기 효율 승부수

HD현대일렉트릭의 청주 배전캠퍼스 전경. [출처=HD현대일렉트릭]

"기존에는 생산성과 품질 모두 사람 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다가올 미래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생산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지난 25일 찾은 충북 청주 소재의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는 그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1161억원을 들여 약 2만5000평 규모로 세운 이 공장은 안성·울산·부산 등에 흩어져 있던 배전기기 거점을 한곳에 통합한 생산 기지다.

김세용 HD현대일렉트릭 상무가 말한 '완전히 새로운 생산 방식'은 현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작업자를 대신해 자재를 나르고 제품을 검사했다. 청주 배전캠퍼스의 새로운 방식은 이미 성과로 이어지고 있었다.

◆ 흩어진 거점, 청주로 모은 '스마트공장'

청주 배전캠퍼스는 HD현대일렉트릭이 1161억원을 투자한 미래형 스마트 생산 거점이다. 지난해 11월 준공을 거쳐 12월 정상 가동을 시작했다.

그간 HD현대일렉트릭의 배전기기 생산 거점은 안성(생산)·울산(설계)·부산(물류 창고) 등으로 흩어져 있었다. 기존 안성 공장은 임차 공장이어서 구조상 증설도 어려웠다. 회사는 이들 거점을 청주 한곳으로 모아 생산·설계·물류를 일원화했다.

특히 자동화를 전면에 내세운 데는 시장 환경 변화가 자리한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함께 북미·유럽·중동 등지에서 배전기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지역마다 요구하는 인증과 사양이 제각각이다. 생산성과 품질을 사람 손에만 의존해서는 다품종·다규격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회사가 '완전히 새로운 생산 방식'을 고민한 배경이다.

이에 따라 기존 공장을 옮기거나 일부 설비만 고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스마트 제조에 맞춰 전 공정을 새로 설계했다. 작업 동선과 건축 구조, 설비 배치, 통신 환경까지 자동화를 전제로 설계됐다.

청주 배전캠퍼스에서는 발전소·산업 플랜트에 쓰이는 기중차단기(ACB)와 진공차단기(VCB)부터 일반 주택·빌딩용 배선용차단기(MCCB), 전자개폐기(MS)까지 5만여 종에 달하는 제품이 생산된다. 공장은 1·2층 구조로, 2층에는 MCCB·MS 등 경량 다품종 제품을, 1층에는 VCB 등 중량물 위주 주문생산 제품을 배치했다.

자율주행 물류로봇이 자재를 운반하고 있다. [출처=HD현대일렉트릭]

◆무게로 검수하고, 로봇이 나르는 자재 창고

공장에 들어서자 자재 창고에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입고된 자재가 가득 쌓여 있었지만, 작업자들의 표정은 여유로워 보였다. 자재 입고 단계부터 자동화 설비가 작업자를 돕고 있어서다.

외부 협력사에서 들어온 자재는 직원들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 바코드 리더기가 어떤 자재인지 인식하고, 검수는 무게 정보로 이뤄진다. 이렇게 확인된 자재는 창고관리시스템(WMS)과 연동돼 8m 높이 자동화 창고에 입고된다.

창고도 두 종류로 나뉜다. 큰 부피의 자재를 담는 팔레트(Pallet) 창고와 작은 박스 단위로 보관하는 토트(Tote) 창고다. 협력사에서 자재가 들어올 때는 통상 팔레트 단위로 입고되는데, 생산 2~3일 전 디팔레타이징 로봇이 이를 토트 단위로 자동 소분한다. 창고 내부에서 자재를 분류하고 옮기는 일은 셔틀 로봇이 맡는다. 보관량은 통상 일주일 치다. 생산 계획에 맞춰 자동화 기기가 자재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다.

로봇 팔이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출처=HD현대일렉트릭]

◆5명이 돌리는 라인, 로봇 물류로 효율 극대화

이렇게 준비된 자재는 생산 계획에 맞춰 라인으로 향한다. 생산 라인으로 향하는 공장 내 물류도 이 캠퍼스의 핵심 자동화다.

층간 이동은 자동 수직 이송 시스템이, 생산 라인 투입은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이 담당한다. 실제 생산 라인 공간에 들어서자 물류 로봇이 여러 라인을 바쁘게 오가며 자재를 옮기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대형 건물·공장의 메인 차단기로 쓰이는 ACB 라인이었다. 이 제품은 주문 생산 방식이라 같은 라인을 흘러가는 제품도 모델이 제각각이다. 앞 제품과 뒤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이 서로 다른 셈이다. 작업자가 매번 어떤 모델인지 확인하고 필요한 부품을 일일이 찾아야 한다면 속도도, 정확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법은 제품 위에 얹힌 녹색 '키트 박스'였다. 제품 한 대에 들어갈 부품을 미리 담아둔 상자로, 제품과 한 몸처럼 라인을 따라 함께 흘러간다. 어떤 부품을 담을지는 디지털 피킹 시스템(DPS)이 알려준다. 작업자는 모델을 확인하거나 부품을 찾아 헤맬 필요 없이, 눈앞 키트 박스에 담긴 부품만 조립하면 된다. 모델이 수시로 바뀌어도 혼선이 없는 이유다. 부품을 라인까지 실어 나르는 일 역시 AMR 몫이다.

조립이 끝난 제품은 곧바로 시험·검사 공정으로 넘어간다. 과거 사람 손에 의존하던 작업이 상당 부분 자동화된 대목이다. ACB 라인 끝단의 비전 검사 시스템은 제품을 흘려보내며 전면·상면·측면·후면을 카메라로 촬영해 구멍 누락이나 명판 숫자까지 자동으로 판별한다.

2층 MCCB·MS 라인은 자동화율이 95% 이상으로, 1층보다 자동화 수준이 한층 높았다. 자재 입고부터 라인 공정, 완제품 창고 입고까지 부품과 제품이 자동으로 흘러간다. 같은 라인에서 여러 모델을 혼용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재가 입고되면 QR코드를 인식해 설비와 기준치가 자동으로 바뀌는 방식으로, 같은 전류 용량(암페어 프레임)이면 한 라인에서 여러 제품을 함께 만들 수 있다.

이런 자동화 공정 덕분에 라인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1개 라인을 돌리는 인원은 5명 안팎에 불과했다.

◆스마트한 완제품 창고와 출소 시스템

라인에서 조립된 제품은 모두 완제품 창고로 모인 뒤 출하장을 거쳐 나간다. 이 창고에서 로봇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졌다.

완제품을 더 많이 쌓기 위해 적재 렉의 높이는 10m 이상으로 올렸고, 렉 사이 통로는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날 만큼 좁혔다. 하지만 그 통로를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 바퀴 달린 소형 로봇 '미니키바'가 완제품을 쌓거나 출하장으로 실어 나른다. 높은 렉 상단의 제품은 또 다른 로봇 '하이픽'이 꺼내 아래로 내려놓으면, 미니키바가 이를 넘겨받는다.

주문 처리 방식도 자동화돼 있다. 서로 다른 모델을 한 박스씩 담아 보내는 주문이 들어오면, 작업자가 일일이 찾아다니는 대신 주문을 스캔하기만 하면 된다. 해당 제품은 미니키바가 완제품 창고에서 작업자에게 바로 가져다준다.

현장 관계자는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해 각기 다른 주문에 대응하는 납기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스템 도입으로 창고 인력이 기존보다 약 30% 줄었다고 덧붙였다.

물류창고 내 자재와 완제품을 운반 중인 물류셔틀 [출처=HD현대일렉트릭]

◆ 자동화율·장비효율 개선…2030년 캐파 1300만 대

HD현대일렉트릭은 신공장 이전 효과로 생산 라인 자동화율이 23%, 장비 효율이 17%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영업의 판매 계획과 공장의 공급 계획을 하나로 잇는 '싱글 플랜(Single Plan)' 체계, 제조실행시스템(MES)·WMS·창고제어시스템(WCS) 통합 운영, AI 기반 수요 예측이 더해졌다.

그 결과 기존 연 500만 대 수준이던 중저압차단기 생산능력은 현재 850만 대로 70%가량 늘었다. 회사는 2030년까지 이를 1300만 대로 끌어올리고, 설비종합효율(OEE)을 글로벌 최고 수준인 90%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회사 측은 생산 자동화 라인은 국내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물류 자동화는 차별화 포인트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물류 자동화는 경쟁사도 아직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인지 세계 각국 고객들이 공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변압기 너머 배전기기로

청주 배전캠퍼스 투자의 배경에는 배전기기 시장의 구조적 성장이 있다. 그동안 전력기기 시장의 관심은 초고압 변압기 등 발전·송전 중심의 상위 계통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분산형 전원 확산으로 실제 수요처와 맞닿은 배전망 보강 필요성이 커지면서 무게중심이 배전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글로벌 배전기기 시장이 2025년 1202억9000만 달러에서 2034년 2032억3000만 달러로 커지며 연평균 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율(연 4% 안팎)을 웃도는 수준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배전기기 사업은 1978년 배전반 공장 준공 이후 이어져 온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로, 배전반·배전변압기·중저압차단기를 3대 축으로 한다. 다만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변압기 등 전력기기에 못 미친다. 지난해 제품군별 매출 비중은 전력기기(변압기·고압차단기 등) 69.5%, 배전기기 등 16.1%, 회전기기 14.4%였다.

HD현대일렉트릭은 청주 배전캠퍼스를 글로벌 시장 대응의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UL·cUL(캐나다 UL) 인증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췄다. 회사는 향후 울산에 있는 배전반·배전변압기 공장 이전과 주요 공급망 집적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해, 청주 캠퍼스를 배전기기 생산 전 과정을 아우르는 거점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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