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급과잉 직격탄…3년째 그대로인 범용 비중
흑자에도 남은 의문…EP 규모 늘려도 수요처 변수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와 롯데케미칼 여수공장.<롯데케미칼·뉴시스>
롯데케미칼 지상과제는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 사업 재편이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범용 석유화학 시장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자 고부가 제품과 친환경 사업을 키워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역시 롯데케미칼의 방향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스페셜티 사업이 위기에 빠진 범용 석유화학을 대체할 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과 친환경 사업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기능성 컴파운드, 반도체 공정 소재, 그린 소재, 기능성 동박, 친환경 에너지 소재 등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린 ‘CEO 인베스터 미팅(Investor Meeting)’에서도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기초화학 부문의 선제적 사업 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보완하는 한편, 첨단소재·정밀화학·전지소재·수소에너지 등 4대 성장축을 중심으로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中 공급과잉 직격탄…범용 의존도 여전
롯데케미칼 기초화학 사업 매출 비중.<자료 : 사업보고서>
롯데케미칼이 이 같은 목표를 제시한 배경에는 범용 석유화학 사업의 구조적 부진이 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그동안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기반으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을 대량 생산해왔다. 다만 이 같은 전통적인 사업 구조만으로는 달라진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뚜렷해졌다.
문제는 중국이었다. 중국 업체들이 2018년을 전후해 대규모 증설에 나서면서 글로벌 공급은 급격히 늘었다. 동시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최대 수출 시장이던 중국이 자급률을 끌어올리면서 한국산 제품을 받아주던 수요처는 빠르게 좁아졌다. 중국발 물량은 쏟아지는데 정작 국내 업체들이 기대던 중국 시장은 줄어드는 이중고가 시작된 셈이다.
롯데케미칼의 사업 구조는 이 같은 흐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롯데케미칼 기초화학 사업 매출은 12조480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7.5%를 차지했다. 지난 2024년 66.9%, 2023년 68.9%와 비교하면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케미칼 기초화학은 올해 1분기 매출 3조449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4조9905억원과 비교하면 비중은 69.1%에 달한다.
적자 줄였지만…흑자 배경은 ‘래깅 효과’
이영준 롯데케미칼 총괄대표가 지난 4월 ‘CEO 인베스터 미팅(CEO Investor Meeting)’에서 발표하고 있다.<롯데케미칼>
수익성 측면 부담은 더 크다. 지난해 롯데케미칼 기초화학 부문은 84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부터 강도 높은 ‘에셋라이트(자산경량화)’ 전략을 추진했지만 범용 부문에 치우친 사업 구조는 회사 실적 개선 발목을 잡았다. 실제 2024년 영업손실 8096억원과 비교해 적자 폭은 오히려 380억원가량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이 가운데 기초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455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이를 범용 사업의 구조적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판매 가격 상승에 따른 스프레드 개선과 긍정적 원료 래깅(lagging) 효과가 실적을 끌어올린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범용 석유화학 시황 자체가 정상화됐다기보다 원료 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의 가격 차이가 일시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작용한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롯데케미칼이 스페셜티 확대를 외친 시점이다. 회사가 범용 소재 매출 비중을 줄이려 한 시기는 전임 김교현 부회장 재임 시절이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2030 비전’을 통해 고부가 스페셜티와 친환경 사업 중심의 사업 재편을 공식화했다. 당시에도 중국발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범용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컸던 것이다.
이영준 대표 체제에서도 같은 방향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의 일관성은 분명하다. 동시에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한 전략인 만큼 이제는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매출의 3분의 2 이상이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건은 시장 볼륨”…스페셜티 한계론도
롯데케미칼에서 생산하는 용도별 스페셜티 소재.<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제품 확대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남 여수 율촌산단에 조성 중인 컴파운드 공장이다. 회사는 약 3061억원을 투입해 연간 50만톤 규모의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며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을 생산할 예정이다. 향후 슈퍼(Super) EP와 같은 고성능 제품군으로 생산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스페셜티 제품 특성상 단기간에 범용 부문 손실을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범용 석유화학은 대규모 설비를 기반으로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장치산업이다. 반면 스페셜티 제품은 고객사 요구에 맞춰 성능과 물성을 조정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가 일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EP 사업을 통해 창출한 이익을 가지고는 기존 기초화학 부문 매출과 지속된 적자를 막을 수 있는 규모가 되긴 힘들다”며 “생산 규모를 키울 순 있지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 보인다. 공장 건설 시간뿐 아니라 투자할 여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스페셜티 제품의 기술력보다 실제 적용처 확대가 더 큰 변수라고 본다. 자동차·가전·IT 등 전방 산업에서 고기능성 소재 사용 비중이 구조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스페셜티 매출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시장 볼륨”이라며 “EP나 고부가 소재를 만들 수 있느냐보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용처가 열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 분야만 봐도 철판을 EP가 대체할 정도의 기술 변화가 없다면 수요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며 “기존 플라스틱을 고기능성 소재로 바꾸는 수요만으로는 범용 부문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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