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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로터리] 다핵 초광역 경제권으로 여는 국토 공간전략

사람들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일하고 배우고 만난다. 기업은 인재가 있는 곳을 찾아 움직이고 인재는 기회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경제권은 이미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범위를 넘어 확장되고 있다. 국가 공간 전략도 생활권과 경제권을 단위로 새롭게 짜야 한다.

[로터리] 다핵 초광역 경제권으로 여는 국토 공간전략

이헌욱 한국부동산원 원장

사람들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일하고 배우고 만난다. 기업은 인재가 있는 곳을 찾아 움직이고 인재는 기회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경제권은 이미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범위를 넘어 확장되고 있다. 국가 공간 전략도 생활권과 경제권을 단위로 새롭게 짜야 한다. 필자는 생활권 도시를 연결해 경제권을 구축하는 다핵 초광역경제권 전략을 제안한다.

국토의 경쟁력은 도시의 품질과 도시 사이의 연결에서 함께 나온다. 삶의 질과 혁신성을 갖춘 자족적인 생활권 도시들이 빠르게 연결될수록 광역경제권의 이익은 커지고 비용은 나뉜다.

수도권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인재와 일자리를 끌어들이는 핵심 거점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수도권 안에서의 과제는 서울의 초과밀을 해소하고 수도권을 다핵 광역경제권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그 해법은 새로운 거점을 세워 서울 핵심 거점과의 공간적 위계를 완화하는 데 있다. 필자는 강남과 광역급행철도로 15분에 닿는 입지에 일자리와 생활 기능을 두루 갖춘 새로운 대규모 도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 세대에는 강남이 있었고 부모 세대에는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있었다. 이제 청년 세대가 충분한 기회를 누리며 꿈을 펼치고 가정을 꾸리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서울에 집중된 자원을 수도권 안에서부터 분산할 때 서울의 초과밀이 풀리고 주택 문제의 해법도 열린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하나의 경제권으로 빠르게 통합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행정수도를 온전히 완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종과 대전·청주를 연결해 지식 네트워크와 인재 생태계를 만들고 혁신 인재를 더 많이 집적시켜 혁신 생태계가 작동하게 해야 한다. 다핵화된 수도권과 충청권을 하나로 연결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첫 번째 초광역경제권이 만들어진다.

영호남에는 한층 파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산업화를 이끈 영호남이 지금은 지방소멸의 한가운데에 있다. 필자가 지난 글에서 제안한 영남과 호남의 세계적 지식 허브, 곧 슈퍼 허브는 인재들이 자주 만날 수 있게 생활권 도시 단위로 조성하고 혁신 인재 30만 명을 모아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 허브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여러 분야가 함께 성장하는 도시는 한 산업이 흔들려도 굳건하고 가족이 정주하는 데 필요한 배우자의 일자리도 제공한다.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다. 주거와 교통, 교육과 인재 육성, 산업과 일자리, 금융과 투자, 문화·예술, 소비와 생활 서비스, 의료와 돌봄 등 도시의 핵심 기능이 모두 세계적 수준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승패는 인재 생태계에 달려 있다. 세계의 인재를 불러 모으려면 도시 단위에서 새로운 실험이 가능하도록 특별한 권한을 부여하고 수도권과 차별화된 파격적인 제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세운 슈퍼 허브를 기존 도시들과 광역급행철도·고속철도로 연결하면 영호남은 두 번째 초광역경제권으로서 세계적인 지식산업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고 정부의 5극 전략 가운데 동남권·대경권·호남권 메가시티를 실질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수도권 다핵화는 주택 문제를 풀고 비수도권 핵심 거점 조성은 지방소멸의 흐름을 막는다. 두 전략이 함께 갈 때 국토 전체가 균형 있게 발전한다. 국토는 한정돼 있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의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생활권과 경제권을 중심으로 국토 곳곳에 세계적인 지식 허브를 세우고 기존 도시들을 촘촘히 연결하자. 국토의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혁신이 일어나고 한 곳이 약해지면 다른 곳이 보완하며 저마다의 강점을 지닌 도시들이 협력과 경쟁 속에서 함께 강해진다. 네트워크형 국가로의 전환이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국토 공간 전략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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