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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소년범 [전국 프리즘]

“언론에서 이런 사건 기사를 쓰는 게 오히려 모방 범죄를 낳는 건 아닐까요?”

디지털 시대의 소년범 [전국 프리즘]

경찰과 군이 2025년 12월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건물에서 폭발물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희 | 전국팀 기자

“언론에서 이런 사건 기사를 쓰는 게 오히려 모방 범죄를 낳는 건 아닐까요?”

지난해 한 경찰관에게 물었다. 경기도에서 학교, 대기업 등을 향한 폭파 협박이 이어지던 때였다. 조그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폭발물 확인 작업을 반복했다. 경찰에 붙잡힌 이들은 대체로 10대였다. 비슷한 범행이 하루이틀 간격으로 계속 일어났다. 기사를 쓰면서도, 언론 보도가 여론의 관심을 원하는 이들에게 범행 동기를 제공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질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진실은 좀 더 복잡했다. 여론의 관심이 주요한 동기 중 하나였다는 점을 배제할 순 없겠지만, 범행은 모방 범죄라기보다는 내부 경쟁이었다. 온라인 게임을 할 때 서로 소통하기 위해 이용하는 플랫폼인 ‘디스코드’에 모인 10대들은 그곳에서 ‘네임드’(유명 사용자)와 일반 사용자로 나뉜다. 이들은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단순히 불특정 다수의 관심을 갈구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만의 세계의 위계가 중요했다.

아이들에게 폭파 협박은 범죄가 아닌 놀이가 됐다. 공중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17살 청소년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17차례 걸쳐 이재명 대통령 등 다른 사람을 사칭해 케이티(KT) 사옥, 카카오, 서울역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폭발물 테러 협박을 반복한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런 범죄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놀이처럼 퍼지고 있다”고 했다. 현실의 법은 서버의 룰 앞에 무력했다.

어른들이 모르는 디지털 공간에 대한 걱정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때 세상은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폭력성을 키울까 우려했다. 당시에도 기성세대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하기보다는 ‘게임 금지’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접근했다. 혹은 “폭력성이 있다”는 안내문을 띄웠다. 하지만 그때도 진짜 핵심은 콘텐츠가 아닌 구조였다. 사람들이 빠져든 건 온라인 게임 속 세계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상호작용, 이미 작동하고 있는 질서였다.

지금은 문제가 한층 더 심각하다. 과거에는 10대가 인터넷을 이용하더라도 사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컴퓨터를 이용해야 친구들과 연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을 통해 24시간 온라인 상태에 놓여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어느 정도 부모의 관리가 가능했던 예전과 달리 아이들은 “부모가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진짜 대화’는 카카오톡이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나눈다. 혐오와 냉소가 가득한 인터넷 세계에서 밤새 헤맬 수도 있다. 아이들은 이제 온라인에 접속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만들어진 세계에 상주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쉽게 범죄에 노출된다. 피해자가 되기도, 가해자가 되기도 쉽다. 때때로 인스타그램 등에 학교폭력 장면을 찍은 영상을 올렸다가, 이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지만, 10대들 얘기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 ‘박제’ 자체가 아이들 세계에선 괴롭힘의 한 형태다. 그중 극소수가 어른들 세계에 알려질 뿐이다. 이처럼 아이들과 온라인의 결합은 어느 때보다 강한데, 사회는 그 세계에 대해 어느 때보다 무지하다. 딥페이크, 온라인 도박, 스와팅 등 각종 디지털 범죄에서 10대 범죄율이 높아지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조차 사회 변화를 예상하지 못해 혼란을 겪는 시대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아이들은 어떤 격랑을 겪고 있을까? 경찰은 협박 글을 쓴 이들을 엄벌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처벌만으로는 아이들을 구할 수 없다. 그 이전에 우리 사회 전체가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국가는 처벌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그 세상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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