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임직원은 과거 서로 마주칠 때마다 '1등 합시다'라는 인사말을 건넸다.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LG전자 임직원은 매번 각오를 다졌다.
이러한 인사말은 이제 삼성전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 됐. 한때 초격차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던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을 헌납하고 추격자 신세로 전락했다가 최근 간신히 다시 선두 지위를 찾는 등 한치 앞도 모르는 불확실한 경쟁 상황에 내몰려 있다.
문제는 1등 자존심을 지키려는 의지 대신 보상주의를 내세우며 실속을 챙기려는 분위기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기술력으로 승부를 봐야 할 순간에 들려오는 소식은 노사 갈등뿐이다. 수십 년간 삼성전자를 지탱하던 '1등 DNA'가 큰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올해 초 HBM4 공급을 시작하며 실적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찰나, 노조는 파업 예고로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사공들이 이익만 챙기고 다투느라 배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시장을 호령하던 삼성전자의 1등 DNA가 집안싸움으로 '셀프 사망선고'를 받을 수 있는 위기의 형국이다.
물론 노동조합이 정당한 보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퍼센테이지(%)나 숫자가 아니다. 1등 기업에서 근무한다는 임직원의 자긍심과 자부심, 그리고 이를 지탱하게 해 줄 글로벌 기술 경쟁력이다.
현재 노조의 모습은 권리와 자부심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노사 갈등으로 파업이 발생하면 고객사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는 동시에 호황가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숫자의 피해가 예상된다. 더 나아가 또다시 경쟁사와 차이가 벌어지고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노조와 경영진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반도체 1등 지위는 한번 회복했다고해서 다시 영원히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번 무너진 신뢰와 기술 격차 회복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1등 DNA와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는 노사가 같은 방향을 보고 달려도 부족한게 현실이다.
경영진은 하루빨리 합리적인 합의점을 도출해 내부 동력을 결집해야 한다. 노조 역시 내일의 성장이 없다면 오늘의 보상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집안싸움에 몰두하다 밖에서 불어오는 태풍을 막지 못할 수 있다. 지난 1분기 5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이 오랜 시간 이어질 리 만무하다.
1등이 사라진 곳에 1등 보상은 존재할 수 없다. 노사가 계속 다투면 삼성전자의 영광은 역사 속에 남을 수 있다. 지금은 제 몫 챙기기가 아닌 기술력과 성과로 가치를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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