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서울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 정책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오승현 기자 2026.08.10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닥공(닥치고 공급)’을 전면에 내걸면서 여당에도 공급 해법을 찾기 위한 비상이 걸렸다. 공공 주도 공급에 무게를 둬온 기존 기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민간 재개발·재건축 현장까지 파고들며 사업을 지연시키는 병목 요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공공 공급만으로는 서울의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공급 기반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대한건축학회와 함께 ‘서울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신속한 주택 공급을 뒷받침할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22대 국회 후반기 들어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가운데 주택 공급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양천구(을)를 지역구로 둔 이 의원은
“가용 토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노후화된 주거 환경을 안전하게 개선하고 시민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속도감 있는 정비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조합 내부 갈등이 사업 지연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박영국 현대건설 도시미래가치사업3팀장은 “공사비와 사업 속도는 정비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최근 공사비가 폭등하면서 사업성이 떨어지고 분담금이 늘어 사업 추진이 늦어지거나 참여 자체가 어려워지는 사례가 서울 외곽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조합원의 반발로 조합장이 해임되는 등 내부 갈등까지 겹치면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사례도 있다. 박 팀장은 “사업성이 좋은데도 내부 갈등으로 10여 년간 사업이 추진되지 않아 아직 착공하지 못한 사업장도 더러 봤다”고 전했다.
이주비 부담도 걸림돌이다. 현행 담보인정비율(LTV) 40%, 최대 6억 원 수준인 이주비 대출만으로는 거처를 옮기기 어려운 조합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시공 계약 단계부터 공사비 산정과 증액 기준을 구체화해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영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평당 공사비만으로 계약할 경우 물가 변동이나 공사 기간 연장, 추가 공사 등에 따른 증액 기준이 불명확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내역 공사비를 바탕으로 계약하고 증액 사유와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공 단계에서는 증액 사유와 세부 내역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사업성 낮은 정비사업장에 대한 금융 지원도 해법으로 제시됐다. 정부 기금이나 보증을 활용한 저리 이주비 상품을 신설해 조합원 부담을 낮추고 중견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합 내부 갈등을 줄이기 위해 현재 조합원 10분의 1 찬성만으로 가능한 조합장 해임 총회 발의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과 입법 과제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여당은 주택 공급의 양대 축인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 재개발 사업을 앞당기기 위해 조합설립 동의율을 현행 75%에서 70%로 낮추는 법안은 천준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1명이 지난해 12월 공동 발의해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공공이 정비사업에서 나오는 임대주택을 매입할 때 적용하는 가격 산정 기준을 현실화해 사업성을 높이는 법안도 본회의에 부의됐다.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주택 공급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 내 공부 모임인 ‘경제는 민주당’은 최근 ‘저출생 대응 청년 주거 지원 방향’을 주제로 한 자리에서 공공임대 단지 일부 동을 육아 세대 전용으로 운영하고 역세권에 주거·육아지원시설·병원 등을 결합한 주택 모델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학교 용지 일부를 육아친화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다만 청년 주거 대책을 둘러싼 현실성 논란은 여권의 공급 정책 핵심 과제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청년주택 공급 방안으로 폐버스를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제안한 뒤 논란을 빚자 이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청년들이 현장에서 직면한 주거 문제의 엄중함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겨냥해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온갖 규제와 대출 통제로 부동산 시장은 이미 지옥이 됐다”며 “청년들에게 폐버스에서 살라는 이야기는 하지 말고 민주당사와 민주당 국회의원 사무실부터 폐버스로 옮기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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