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기영 유원대 교수
농촌과 도시를 아우르는 정책 현장에서 중간지원조직은 단순한 사업 집행 창구가 아니라 지역혁신을 이끄는 핵심 플랫폼으로 재편되고 있다. 2026년 들어 법제도 개편과 정부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기초지자체가 운영하는 중간지원조직은 주민과 행정, 전문가를 연결하는 다리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행정과 주민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조직이 바로 중간지원조직이다.
농촌 분야에서는 기존 마을만들기와 역량강화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온 활력지원센터가 「농촌공간재구조화법」 시행 이후 기초지원센터가 농촌협약과 농촌공간 재구조화의 기획과 운영을 책임지는 전문 조직으로 격상되었다. 중앙 지원기관과의 수평적 연계망이 구축되면서 현장 조직은 하위 집행기구가 아니라 지역 맞춤형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돌봄·복지 인력 확충은 농촌 공동체의 생활 안정성과 삶의 질을 높이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도시재생 분야도 변화가 뚜렷하다. 국토부가 사업 유형을 재편하면서 지원센터는 공동체 형성을 넘어 노후 주거지 정비와 거점시설 자립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보조금 의존형 조직에서 벗어나 사회적경제조직, 협동조합과 연계한 상설 자생형 조직으로 전환이 촉진되면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역 자산을 지키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관리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사업 종료 후에도 성과가 지역에 뿌리내리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그러나 현장은 정책을 못 따라간다. 센터 역할은 커졌지만 권한과 전문인력 운영은 그 속도를 못 따른다는 지적이 많다. 아직도 지자체에 종속되는 경향이 있고, 사업기획보다는 단순 집행기능에 치우치는 역할의 한계도 있다. 인력운영체계가 용역계약방식의 계약직 구조로 노하우가 쌓일 즈음 인력이 바뀌는 것도 문제중 하나이다.
중간지원조직의 정착을 위해서는 실질적 대안이 필요하다. 먼저 부문별로 흩어진 지원센터를 한 공간에 모으는 '지역혁신 허브'형 통합 운영을 검토할 만하다. 농촌협약,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조직이 사무 공간과 정보망을 공유하면 중복 행정을 줄이고 사업 간 연계 효과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종사자를 위한 표준 직무체계와 자격 경로를 마련하는 일이다. 직무를 표준화하고 단계별 자격 경로를 갖추면 이 일이 한시적 일자리가 아니라 경력으로 쌓이는 전문 직업이 되고, 지자체도 인력을 평가하고 육성할 근거를 갖게 된다.
큰 예산 없이도 전문성의 공백을 메우고 조직 간 시행착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있다. 인근 대학의 도시·지역개발·복지 관련 학과와 협약을 맺어 인턴십을 상시 활용하는 산학협력, 은퇴한 공무원·전문가의 경험을 재능기부 형태로 끌어들이는 자문단 운영, 전국 중간지원조직의 성공·실패 사례를 축적해 공유하는 지식은행 구축 등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고민에 답을 낸 사례들이 있다. 영국의 로컬리티(Locality)는 유휴 공공자산을 주민 단체가 넘겨받아 운영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자금 연계를 지원하는 전국 단위 중간지원조직 연합체로 성장했다. 이들이 이끈 런던 코인스트리트 재생사업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일본에서는 도쿄 세타가야구의 마을만들기센터가 좋은 참고가 된다. 주민과 행정, 기업이 파트너십을 맺고 수십 년째 마을계획 수립부터 세부 사업 실행까지 함께 담당해온 이 모델은, 담당자가 바뀌어도 조직이 축적한 관계와 노하우가 끊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중간지원조직이 지향할 방향과 맞닿아 있다.
앞으로 중간지원조직은 공동체와 사업을 아우르는 생활권 단위의 실행 거점으로, 준공 이후 시설을 자립적으로 운영하는 관리 주체로 발전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인력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 운영 모델을 함께 마련해 가야 한다.
지자체는 중간지원조직을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바라보자. 중간지원조직은 더 이상 사업 집행의 임시 창구가 아니다. 주민과 행정, 전문가를 잇는 다리이자 지역의 미래를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이끄는 동력이다. 이제는 이 조직을 단발성 사업의 부속물이 아니라, 지자체 행정 체계의 상설 인프라로 정식 편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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