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동양칼럼/ 올바름을 넘어, 좋음으로 민주당에 필요한 발상의 전환

전당대회가 끝났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부 논쟁이 반복되고, 개혁은 표류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그 답을 두 개의 축에서 찾는다.

동양칼럼/ 올바름을 넘어, 좋음으로 민주당에 필요한 발상의 전환

▲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전당대회가 끝났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부 논쟁이 반복되고, 개혁은 표류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그 답을 두 개의 축에서 찾는다. 하나는 진영 내부의 언어와 심급(心級)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옳음’과 ‘좋음’을 구별하지 못하는 정치의 문제다.

예전에 이어령 선생은 개와 고양이가 원수처럼 보이는 이유를 신체 언어의 차이에서 찾았다. 개가 앞다리를 드는 것은 놀자는 신호지만, 고양이가 앞다리를 드는 것은 공격 경고다. 서로 다른 코드로 말하기에 서로를 오해한다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 안의 ‘개혁 코어’와 ‘중도 통합’ 세력이 꼭 그렇다. 김민석 대표와 정청래 전 대표로 대표되는 두 흐름은 서로 다른 언어로 싸우는 개와 고양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둘이 갈라져 싸울 이유는 사실 없다. 개혁은 국정 철학의 ‘깊이’를, 통합은 국정 영향력의 ‘넓이’를 논하는 담론일 뿐이다. 국정이란 본래 깊이와 넓이가 함께 있어야 완성된다. 그런데 각자 좁은 담론의 담장을 쌓고 대립하는 데는 지적 허영과 관념의 유희만 있을 뿐, 정치·사회 개혁에 대한 실질적 비전도, 협치와 연정의 제도적 설계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심급의 전환이다. 장자는 추수(秋水)편에서 “우물 안 개구리에게 큰 바다를 말할 수 없고, 여름 매미에게 겨울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닫힌 정신에게는 큰 도(道)를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더 높은 정신은 스스로를 지양하며 더 넓은 담론을 개방한다. 그런 정치가는 편 가르기를 하지 않고 정적과도 대화하며, 요란하지 않게 묵묵히 살피고 돌본다.

그런데 심급의 문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나는 ‘옳은 것’과 ‘좋은 것’을 구별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검찰 보완수사권 박탈, 군 사관학교 통폐합, 부동산 보유세 강화 같은 이재명 정부의 개혁은 옳은 일이다. 그 당위성과 정당성은 얼마든지 열거할 수 있다. 그러나 옳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다. 좋은 것이란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낡은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은 옳지만, 비 오는 날 지붕을 고치는 것은 좋지 않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때와 명분과 순리가 있다. 지금의 개혁안들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주면서도 결과를 확실히 책임지지 못한 채, 단지 옳다는 이유만으로 추진되고 있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머리로는 지지하되 가슴으로는 응원하지 못하는 개혁, 그것이 지금 지지율 하락의 실체다.

최근 국방부 장관 교체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민 장관이 1년 만에 물러나고 다시 육사 출신이 내정되면서, 차관·안보실 차장·국방비서관까지 육사 출신으로 채워졌다. 문민 통제의 원칙과 품격을 세우는 것은 옳은 목표였으나, 그 결과에 대한 책임성 있는 설계 없이 추진된 탓에 도로 옛 질서로 회귀하고 말았다. 옳음만 좇고 좋음을 놓친 전형적 사례다. 여기에다 새로 발표된 개각에서도 왼쪽 개혁 날개를 보강한다는 명분으로 능력과 경륜이 전혀 없는 30대 여성을 발탁한 일도 억지스러워 보인다. 결론은 분명하다. 민주당과 정부에 필요한 것은 옳음의 목록을 더 늘리는 일이 아니라, 옳음과 좋음을 통합할 수 있는 더 높은 심급(心級)의 정치, 즉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편을 가르는 언어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코드를 조정할 줄 아는 정신,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지는 실행력. 이 둘이 결합될 때 비로소 개혁은 표류를 멈추고, 지지율은 다시 신뢰를 회복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옳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일을 말끔히 청소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이다.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문제나 연임 개헌 논란과 같은 문제가 말끔히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재판 받겠다고 하면 끝날 일이다. 그 말 한마디가 그토록 어렵고, 다른 이유와 변명이 나오는 걸 보면 대통령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게 뻔히 보이니 지지율이 추락하는 거다. 당분간 이를 둘러싼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