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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동양칼럼/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사회

요즘은 모든 것이 풍족해졌고 좋은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모두가 당당하다 못해 자신만이 떳떳하다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닌다. 물론 정당한 행위를 했을 때야 어쩌랴만은 그릇된 행위를 했음에도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니 문제이다.

동양칼럼/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사회

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요즘은 모든 것이 풍족해졌고 좋은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모두가 당당하다 못해 자신만이 떳떳하다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닌다. 물론 정당한 행위를 했을 때야 어쩌랴만은 그릇된 행위를 했음에도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니 문제이다.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경로석에 앉아있는 젊은이 얼굴이, 산책길에 애완견 변을 모른 체하는 견주의 얼굴이 뻔뻔하다. 특히 정치인들이 비리를 저지르고도 대표적으로 뻔뻔하다. 70년대에 나온 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의 화자는 탐욕, 허영, 가식에 가득 찬 인간 군상을 겪으면서 울부짖는다. 국어, 외국어, 수학 학원은 많은데 왜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원은 없느냐고. 부끄러운 짓을 숨기기 급급한 세상에 부끄러움은 대체 어디서 배워야 하나?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사람됨의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조건이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양심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사회가 되었다. ‘내로남불’이라는 요술 거울 속에 숨으면서 우리는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소거해버린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인간만이 얼굴이 붉어지는 동물이라고 했다. 수치심과 죄의식은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는 마음의 기둥이다. 부끄러움이란, 자존을 지키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평생 부끄러운 짓을 한 번도 안 하고 살면 좋으련만, 오욕칠정을 가진 인간에겐 버거운 삶이다. 그래서 맹자는 본성 인의예지(仁義禮智) 중 의(義)의 단서를 수오지심(羞惡之心), 즉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 했다. 그 마음은 짐승과 구별되는 사람다움이라고도 했다. 불교는 뜻밖에 깨달음의 처음을 부끄러움에다 두었다. 세상은 인간을 더럽게 만들고 잘나게 만들고 사납게 만들기 딱 좋게 되어 있지만, 그것을 극적인 순간마다 구해주는 스파이더맨이 있는데, 그게 부끄러움이라 한다. 한 수행자가 길을 가다가 속옷이 풀려 땅에 떨어졌다. 그는 좌우를 돌아보고는 몸을 굽히고 조심스럽게 옷을 끌어당겨 입었다. 산이 그 모습을 보며 껄껄 웃었다. 당신은 참 이상도 하다.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데, 옷이 벗겨졌다고 해서 그렇게 수치스럽게 생각할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수행자는 말했다. 우선 당신이 나를 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나 또한 나를 보지 않았습니까. 거기다가 하늘도, 태양도, 땅도, 숲도 나를 보았습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가 어찌 수행을 할 수 있겠습니까? 부끄러움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참(慙)의 부끄러움이요 하나는 괴(愧)의 부끄러움이다. 참(慙)이란 자기를 스스로 부끄러워함이요, 괴(愧)는 사람에 대해 부끄러워함이다. 참(慙)의 부끄러움은 하늘이 알까 부끄러워하는 마음이요, 괴(愧)는 남이 알까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우린 뒷부끄러움만 알았지, 정녕 숨길 수 없는 부끄러움에 대해서는 염치가 없이 사는 편이다. 부처의 제자들은 부끄러움을 세밀하게 나눠놓았다. 능력이 모자라는 부끄러움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은 부끄러움이 있고, 미혹이 생긴 부끄러움이 있고, 죄를 숨기는 부끄러움이 있다고 했다. 가장 저열한 부끄러움은 죄를 짓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부끄러움이라고 했다.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일을 그르친다는 것.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기에 그 실상을 놓치고 그 부끄러운 일을 개선할 기회를 놓친다는 것. 인간의 어리석음이란 부끄러움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부끄러움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인간적인 지혜를 돌보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고, 그리하여 개선의 여지도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내로남불에서 벗어나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알고 고백할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 모두 그동안 잃어버렸던 부끄러움을 되찾고 건강한 세상을 꿈꾸자. 세상에 완벽한 이가 어디 있을까.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고 잘못됨을 부끄러워하고 그 것을 시정하는 일이야말로 진정으로 지혜로운 일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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