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자 수필가
오늘도 해 뜨기 전의 하늘이 핏빛이다. 폭염과 가뭄으로 한낮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더니 입추를 기점으로 조금 낮아졌다. 그래도 스마트폰에는 소방청과 행정안전부에서 전기화재 주의사항과 한낮에는 외출이나 노동을 자제하라는 문자가 하루에도 서너 차례씩 뜬다.
가뭄과 이상기온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산불과 지진이 끊이지 않는다. 캐나다 전역에서는 건조한 기후로 890건의 산불이 발생해 진화 능력을 벗어난 상태라고 한다. 스페인 마드리드 외곽에서도 산불이 일어나 하늘이 검붉은 연기로 뒤덮였고, 순식간에 집과 재산을 잃은 주민들의 울부짖음이 뉴스를 통해 여러 차례 전해졌다. 화재로 인한 피난민이 32만 명에 이르자 스페인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인프라마저 마비되어 재난 수습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산불이나 지진은 자연재해다. 지난달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 이어 8월 4일에는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도 지진이 일어났다. 지구 깊숙한 곳에서는 지금도 가스와 마그마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지진과 산불로 발생하는 탄소가스 배출 또한 기후를 더욱 건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가뭄의 피해는 서서히 진행된다. 엘니뇨 현상까지 일어나 세계시장에서 밀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호주와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밀 생산량이 60%로나 줄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채소와 수산물 값이 껑충 뛰었다. 오이 한 개에 300원씩 하던 것이 900원이다. 파도 열무도 마찬가지다. 성주 참외, 청송 사과, 순창 고추도 고온으로 농사를 망쳤다고 한다.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와 곡물 가격의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대판 글로벌 식탁에 비상이 걸리게 생겼다.
가뭄은 먹거리뿐만 아니다. 며칠 전 헝가리와 세르비아, 루마니아를 관통하는 다뉴브강의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했던 독일 군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의 수위가 이렇게 떨어지자 냉각수 부족으로 루마니아와 헝가리에서는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는 기사를 읽고, 현대문명과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게다가 이번엔 과테말라의 푸에고 화산이 폭발했다. 3,763미터의 고지에서 200~300미터 높이로 용암이 분출하자 과테말라 당국은 인근 3개 주에 재난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불가마를 연상시키는 화산 폭발 사진을 보는 순간 뭉크의 작품 '절규'가 퍼뜩 떠올랐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는 일찍이 대자연의 절규를 들었던 인물이다.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났던 화산폭발로 유럽의 하늘까지 검붉은 색깔을 띠고 있었다. 오슬로에서 친구들과 길을 걷던 뭉크는 갑자기 눈앞에 전개되는 핏빛 하늘을 보는 순간 어디선가 대자연으로부터 엄청난 절규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듯한 환상에 어지럼증까지 일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휘청이는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난간에 몸을 기대었다가 집으로 돌아와 그 무섭고도 장엄한 빛깔과 느낌을 스케치해 두었다. 그리고 10년 후 자신의 아이콘이 되는 ‘절규’라는 대작을 그렸다. 길 복판에서 괴기하게 생긴 인간이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입을 크게 벌리고 절규하는 모습은 어쩌면 가뭄과 기근에 시달리는 미래 인간들의 궁상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를 두고 생태학자들은 식량 위기는 이렇게 쓰나미 현상으로 닥칠 수 있다고 예언했다. 무심히 들어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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