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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동십자각] 청년창업, 숫자보다 희망이 필요하다

“언젠가 지방에서도 1000만 플랫폼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동십자각] 청년창업, 숫자보다 희망이 필요하다

“언젠가 지방에서도 1000만 플랫폼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국내 1호 조각투자 기업 루센트블록 허세영 대표의 이야기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그는 글로벌 빅테크의 제안을 뿌리치고 졸업 후 모국으로 돌아와 창업의 길을 택했다. 전도유망한 청년 창업가가 본사 소재지를 테헤란로나 판교가 아닌 스타트업의 불모지, 대전으로 선택한 건 오로지 군 복무 시절 맺은 인연 때문이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을 지원받았고, 그 혜택을 지역에 환원하겠다는 의미였다.

루센트블록은 고액의 상업용 부동산 지분을 쪼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토큰증권(STO) 플랫폼 기업이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값비싼 빌딩의 지분을 단돈 5000원에 소유할 기회를 주겠다는 게 회사의 모토다. 현재까지 11차례 공모사업에 총 50만 명, 350억 원 유치라는 대흥행을 기록했고, 신생기업 70% 이상이 사라진다는 창업 3~5년 차 ‘데스 밸리’를 넘어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도 기대됐다.

올해 창업 8년 차를 맞은 루센트블록이 폐업 위기를 맞았다. 금융위원회의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예비인가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 자리는 대형 금융사·거래소 주도의 신규 컨소시엄이 차지했다. 유망 스타트업의 도전을 가로막은 건 자금난이나 성장동력 부족과 같은 한계가 아니라 제도권 진입이라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루센트블록 사례는 단순히 한 청년 창업가의 실패가 아니라 시장을 개척한 신생기업이 제도화 과정에서 배제되고 기득권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우리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청년 창업가 10만 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19일은 대한민국 청년의 날이다. 지금 필요한 건 실패로 기록될 청년 창업가의 숫자를 키워내는 것보다 청년 한 명 한 명의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는 일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언제까지 청년들의 희생을 강요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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