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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혐오 아닌 건강한 가정 가치 전파”…서울 중심에 세워진 기도 방파제
입력:
2026-06-13 19:07
수정:
2026-06-13 21:04
거룩한방파제, 2026 통합국민대회
폭염 속 1만6000여명 모여
“건강한 가정 만들자” “태아 생명 지키자” 구호
차금법·약물 낙태 폐해 우려 전해
“혐오 아닌 건강한 가정, 공동체 가치 확인하는 평화적 시민행사”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 참가자들이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남녀의 결혼, 건강한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손팻마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를 기록한 13일 오후 서울시청 일대가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만큼이나 사람들의 기도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계와 시민단체 회원들은 “가정과 다음세대 지켜내자” “소중한 태아 생명을 보호하자” 등을 외쳤다.
거룩한방파제통합국민대회(대표 김운성 목사)는 이날 서울시의회~숭례문 일대에서 ‘2026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는 동성애를 지나치게 옹호한다며 교계의 비판을 받아온 차별금지법(차금법) 입법이 재차 논의되고 있다. 또 법원은 동성 혼인 관계를 ‘사실혼과 유사한 생활 공동체’로 판단하며 법적 보호가 가능한 관계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집회는 이처럼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성·가족 정책의 파고가 연일 거세지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며, 성경의 기치로 방파제를 세우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거룩한방파제 조직위원회는 다만 이번 집회의 목적이 “동성애자 등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혐오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대한민국의 건강한 가정과 다음세대를 지키고,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전통적 가족 가치의 중요성을 시민사회에 평화적으로 알리는 시민문화운동”이라고 밝혔다.
김운성 목사가 설교 메시지와 함께 집회를 열게 된 계기를 밝히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날 집회에 운집한 군중 모습과 이를 건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행사는 오후 1시 예배를 시작으로 국민대회, 거리 행진, 찬양집회 순으로 진행됐다. 예배 설교를 맡은 김운성 목사는 “우리가 정치 때문에 모인 것도, 교회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라며 “이 땅에 하나님의 빛이 비치고 어두워진 사람들의 심령에도 소망이 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갈라진 한국교회가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며 “세상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되자”고 강조했다.
정영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부총회장은 대회사에서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영원히 바꿀 수 없는 창조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어린이와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한 교회의 문제 제기는 혐오가 아니라 책임 있는 시민의 표현”이라며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아닌 사랑의 마음으로 다음세대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도심 잇는 기도 행렬
이어 대통령과 국가 지도자들, 건강한 가정과 보편적 성윤리 수호, 태아 생명권 보호와 생명존중 문화 확산, 차금법 반대와 종교 자유 보장 등을 주제로 특별기도 시간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눈을 감고 손을 들어 기도했다. 기도 행렬은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청을 지나 숭례문까지 길게 이어졌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해당 일대 운집 인구는 약 1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이 25.9%로 가장 많았으며, 20~50대도 각각 14~18% 수준으로 고르게 분포했다. 20~30대 비율 역시 33.0%를 차지해 청년층 참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최 측은 이날 30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집회 참석자들이 깃발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작은 인형들이 모여 방파제가 됐다”
집회 현장 한편에서는 교회와 교계 기관들이 마련한 다양한 체험 부스가 운영됐다. 차금법과 약물 낙태의 위험성을 알리는 전시와 함께 간단한 게임이나 성경 말씀 캘리그래피 체험 등 가족 단위 참가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청년들의 댄스 공연과 문화무대도 이어지며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두 자녀와 함께 ‘방파제 만들기’ 체험 부스를 찾은 조희진(50)씨는 “경남 통영에서 아침 7시 30분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고 했다. 조씨와 두 자녀는 파란 파도 조형물 앞에 직접 각자의 모습을 그려 넣은 작은 나무 인형들을 줄지어 세웠다. ‘가정 보호’ ‘생명 사랑’ ‘하나님 사랑’ 등의 문구가 적힌 손바닥 크기의 인형들이 하나둘 모이자 작은 방파제 형상이 완성됐다. 조씨는 “아이들에게 함께 지켜야 할 성경적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그의 첫째 딸 김예인(15)양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동성애도 괜찮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가고, SNS에서도 관련 내용이 쉽게 보인다”며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스를 운영한 라이프워커의 최다솔(29)씨는 “파도가 밀려올 때 혼자서는 버티기 어렵듯 동성애와 낙태, 안락사, 자살 등 생명과 관련된 문제도 함께 연대해야 한다”며 “각자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 위에 서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방파제가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누군가를 혐오할 수 없다”
집회에서는 20대 때 동성애에 빠졌지만, 이후 신앙 안에서 삶이 변화됐다고 고백한 박진권 홀리센터 사무국장의 간증도 이어졌다. 결혼해 자녀를 낳고 가정을 꾸린 박 사무국장은 “오늘날 사회는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자유를 말하지만, 자신의 성적 끌림을 신앙과 가치관 안에서 다시 성찰하고 다른 삶의 방향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의 자유는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며 “누군가를 바꾸도록 강요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반대로 ‘절대 달라질 수 없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성애를 경험하던 시절에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지 못했지만, 하나님 안에서 회복을 경험했다”며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러한 선택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한 영혼이라도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집회 한쪽에 마련된 참여형 부스를 찾은 참석자들이 각자가 지키고자 하는 성경적 가치를 적은 인간 모형의 막대기를 세워 인간 방파제를 만든 모습. 아래 사진은 부스 모습과 참석자들이 차금법 반대 구호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김연우 기자, 신석현 포토그래퍼
도심 행진 이어져…인근선 퀴어 퍼레이드 열려
국민대회 이후 참가자들은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서대문역 사거리와 대한문을 거쳐 다시 서울시청 앞까지 행진하며 차금법의 폐해 등을 알렸다. 자녀가 탄 유모차를 끌고 거리행진에 참여한 젊은 부부부터 초등학생 자녀 손을 잡은 학부모, “생명 존중”이라고 적힌 깃발을 든 청년, 백발의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다.
같은 시각 중구 을지로입구 일대에서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핵심 행사인 퀴어 퍼레이드가 열렸다. 현장에는 동성애를 상징하는 크고 작은 무지개 깃발이 참가자들의 손에 들려 있었고, 성별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성중립화장실도 마련됐다. 집회 현장 맞은편에서는 별도의 동성애 반대 집회도 진행됐지만, 경찰의 안전 관리 아래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또 거룩한방파제 집회가 마무리될 즈음인 이날 오후 5시부터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2026기독학생연합 기도운동 더라이트(THE LIGHT)’ 집회도 열렸다. CTS기독교TV,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사단법인 꿈미 등이 주관한 이 행사에는 전국에서 온 중·고교생들이 학원복음화를 놓고 기도했다.
거룩한방파제 측은 행사 후 성명을 내고 “서울퀴어문화축제 측이 제정을 요구하는 차금법은 국민 각자가 자신의 자유로운 신념에 따라 동성애·성전환을 반대할 신앙 양심 학문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기본권조차 억압하는 위헌적 독재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에 “동성애·성전환 반대 금지 독재법, 포괄적차별금지법과 유사차별금지법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에는 “성혁명 교육과 관련 학생인권조례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전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김연우 기자 y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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