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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립문에서] 선택적 적극행정

2025∼2026년 동절기 국내 가금농장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건수는 62건. 지난해(49건) 수준을 훌쩍 넘었다. 방역 실패론은 정부 보도자료에서 자취를 감췄다. 돼지고기 담합 의혹 처리도 ‘빛의 속도’다. 최근...

[독립문에서] 선택적 적극행정

“호랑이 등에 탄 것 같다.” 이해관계자간 이견, 사회적 합의 부족 혹은 다른 이유로 그간 결실을 맺지 못했던 일들이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 농업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농지 전수조사가 대표적이다. 헌법 가치인 경자유전을 부정하는 시각이 농업계엔 거의 없지만 올 2월 “농지 관리가 엉망이고 투기 대상이 되고 있다” “귀농·귀촌을 하려고 해도 땅값이 올라 터를 잡기 어렵다”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발언에 뜨악했던 것 또한 농업계 현실이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농지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그 결과 농지 거래가 급감해 농가들이 재산권을 침해받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개정 ‘농지법’ 시행 이후 농촌지역 농지거래 회전율은 13∼21% 떨어졌다. 규제 강화에 따른 농지 유동성 경색이 농촌에 집중된 것이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 의원이 발의한 규제 완화 골자 ‘농지법’ 개정안이 30건을 넘어선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농산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중동 사태를 겪어내는 과정에서 무기질비료 감축·대체 논의가 한방에 처리되고 있다. 정부가 가축분뇨 퇴액비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전격 내놓은 것이다. 국내 영농현장에서 화학비료 과다 사용 문제는 그간 불편한 진실이었다. 그러나 가축분뇨 퇴액비를 원활하게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현장 요구엔 꿈쩍하지 않았던 정부였기에 그 과단성이 당혹스럽다. 공론화가 설익다보니 불협화음도 크다. 한쪽에선 정밀 시비 정착이 선결 과제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시비처방서 자체를 폐지하자고 목청을 높인다. 정부의 난데없는 적극성에 토양·비료 전문가들은 ‘익명’이란 두 글자에 숨었다.

태국·브라질산 달걀 수입 단행은 더욱 가관이다. 달걀값이 비싸다는 일부 여론에 편승해 농업통상계 오랜 화두였던 브라질산 가금산물 수입에 대한 지역화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게 지난해 5월이다. 브라질산 달걀은 올여름이 오기 전 사상 처음으로 수입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최근 국영무역으론 처음으로 태국산 달걀을 도입했다. 국산 달걀 대비 2000원가량(30개·소매가 기준) 저렴해 완판 행진 중이라는 일부 언론보도에 들떠선지 올 5∼8월에도 외국산 신선란 수입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2025∼2026년 동절기 국내 가금농장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건수는 62건. 지난해(49건) 수준을 훌쩍 넘었다. 방역 실패론은 정부 보도자료에서 자취를 감췄다.

돼지고기 담합 의혹 처리도 ‘빛의 속도’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돼지고기 출하주체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가 돼지고기업계를 사법당국에 고발한 것은 최초다. 대통령이 2월19일 “우리 사회에는 설탕·밀가루·육고기·교복 등등 반시장적인 담합 행위가 뿌리 깊게 퍼져 있다”고 질타한 지 두달 만이다.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정부가 4년째 뒷짐만 지는 듯한 사안도 있다. 서울 가락시장의 주 5일제 도입 추진과 경기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겹치기 기습 휴업 강행 시도엔 표면적으로 침묵을 고수 중이다. 딸기가 썩고 대체 판로 찾느라 오이농가가 발을 굴러도 농정당국의 책임 있는 발언 한조각 들리지 않는다. 2025년산 저장양파 시장이 중국산에 휘둘리고 올해산 햇조생양파 가격이 무너져도 공식 보도자료 한쪽 없다.

농산물값 뛸 염려가 없어 그런 것일까. 정부의 농정은 선택적 적극행정 같다.

김소영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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