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국 참가·총리도 찾은 아시아 최대 규모 스타트업 무대
“6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딥테크 스타트업은 드문 풍경이었다. 지금은 모두가 딥테크를 이야기한다.” 일본 스타트업 관계자의 말이다. 4월 27일 도쿄 빅사이트에는 60개국에서 모인 770개 스타트업이 들어찼다. 아시아 최대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 스시테크 도쿄(SusHi Tech Tokyo) 2026이 4회째 막을 올렸다.
고이케 도지사 “5년 목표 4년 만에 달성”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지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두 가지 신규 이니셔티브를 공개했다. 하나는 유망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시테크 글로벌(SusHi Tech Global)’ 프로그램, 다른 하나는 도쿄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과를 국내외에 가시화하는 ‘도쿄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다.
스시테크 글로벌 그랜츠를 통해 선정된 스타트업에는 최대 2억 엔의 자금 지원과 최대 18개월간의 밀착 지원이 제공된다. 1기 선발 기업은 이미 결정됐다. 도지사는 민관 협력으로 내년 회계연도까지 스타트업에 약 1조4,000억 엔 규모의 투자 흐름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재확인했다.
성과 수치도 함께 공개됐다. 도쿄도의 스타트업 관련 누적 예산은 2026회계연도 기준 약 1,900억 엔에 달해 4년 전 설정한 ‘5년 내 1,500억 엔’ 목표를 1년 일찍 달성했다. 지난 4년간 도쿄도와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은 약 1,000개사로, 이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오프닝 직후 기자 스크럼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현장 방문도 확인됐다. 고이케 도지사는 “국회 일정으로 최종 확정이 늦어졌지만 결국 참석이 결정됐다”고 밝히며, 중앙정부와 도쿄도가 규제 개혁과 스타트업 지원에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 환경부 장관, 에스토니아 법무·디지털부 장관도 오프닝에 참석해 도쿄와의 협력 의지를 밝혔다.
“컨퍼런스가 아닌 딜룸”…1만 건 사전 미팅
행사 주최 측은 스시테크 도쿄를 두고 스스로 “컨퍼런스가 아닌 딜룸(Deal Room)”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행사가 시작되기 전 1만 건의 미팅이 이미 예약됐다. 참가자들은 공식 앱을 통해 사전에 프로필을 등록하고 AI 추천을 통해 미팅 상대를 검색·예약할 수 있다.
전년도 행사 종료 6개월 후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45%가 “협업 또는 자금 조달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매칭 시스템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에는 현장 2만8,000명 이상이 방문해 6,000건 이상의 비즈니스 미팅이 성사됐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손 내미는 ‘역피치’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띄는 구조는 역피치(Reverse Pitch) 포맷이다. 스타트업이 투자자 앞에 줄을 서는 대신, 기업과 도시 정부가 무대에 올라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발표하고 스타트업에게 솔루션을 제안해 달라는 방식이다. 올해는 호주 모어턴베이와 이탈리아 로마가 역피치 세션을 운영한다.
소니,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미즈호를 포함한 62개 기업 파트너가 오픈 이노베이션 부스를 운영하며 스타트업과의 협업 기회를 찾고 있다. 물류, 생명과학, 철도, 기후 기술 분야의 12개 도메인별 클러스터도 올해 처음으로 전시에 참가했다. 메가존클라우드, 비전웍스벤처스 등 한국 기관도 공식 앰배서더로 참여해 서울관(64㎡)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과 일본 투자자·기업 간의 연결을 지원하고 있다.
4대 테마: AI·로보틱스·레질리언스·엔터테인먼트
올해 행사는 네 가지 기술 영역에 집중한다.
AI 세션에서는 엔비디아의 하워드 라이트(Howard Wright), AWS의 롭 추(Rob Chu), NEC·후지쓰 사장, 도쿄대 총장이 연사로 나서 AI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배포되고 있는지를 논의한다. 로보틱스 부문에서는 로봇들이 유리 뒤 전시가 아닌 행사장 바닥에서 관람객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공개된다. 닛산, 이스즈,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카사르 유니스(Qasar Younis)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의 미래를 다루는 세션도 마련됐다.
레질리언스 분야에서는 트렌드마이크로의 에바 첸(Eva Chen)이 사이버 방어를 다루고, VR 재난 시뮬레이터와 도쿄 지하 홍수 제어 인프라 현장 견학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엔터테인먼트 세션에서는 프로덕션 I.G, MAPPA, CoMix Wave Films의 CEO들이 도쿄가 애니메이션의 헐리우드가 되기 위한 조건을 논의하며, AI로 망가를 전 세계에 번역하거나 텍스트 프롬프트로 음악을 생성하는 스타트업 부스도 운영된다.
전체 세션은 원칙적으로 영어로 진행되며, AI가 자동 생성하는 일본어 동시 자막이 제공된다. 전체 연사의 약 60%가 해외 출신이며, 여성 연사 비율은 50%를 넘었다.
글로벌 피치 대회…60개국 820개사 경쟁
이번 행사의 피치 대회인 ‘스시테크 챌린지 2026’에는 60개국 820개 스타트업이 지원해 전회(46개국 657개사)를 크게 상회했다. 20개 팀이 최종 진출해 27일 세미파이널을 거쳐 28일 파이널이 열린다. 우승팀에는 1,000만 엔의 상금이 주어진다. 공식 미디어 파트너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준결승 진출팀 중 한 팀을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스타트업 배틀필드 200에 추천할 예정이다.
도시 리더 50명 집결…G-NETS 정상 회의 동시 개최
스타트업 행사와 동시에 5개 대륙 약 50개 도시 리더들의 정상 회의 ‘G-NETS 수장급 회의’가 열렸다. 주제는 ‘기후 및 재난 회복력 위에 세우는 새로운 도시의 미래’다. 고이케 도지사는 “국가 대 국가가 아닌 도시 대 도시이기 때문에 재난 현장과 시민에게 더 가까운 논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숫자는 늘었다, 유니콘은 아직
성장 지표만큼 숙제도 뚜렷하다. 일본 정부의 5개년 스타트업 육성 계획 하에 스타트업 수는 2021년 대비 1.5배 늘어 2만5,000개사로 증가했고, 관련 산업은 GDP 약 14조 엔을 창출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유니콘 기업은 여전히 드물고 벤처캐피털(VC) 규모는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도쿄대 마쓰오·이와사와 연구실은 현재까지 42개 스타트업을 배출했으며 연간 100개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즈니스 데이는 27~28일,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되는 퍼블릭 데이는 29일 열린다. 29일에는 그룹 ‘새로운 학교의 리더즈(ATARASHII GAKKO!)’가 전시 로봇과 협연하는 특별 퍼포먼스도 예정돼 있다.
스시테크
스시테크 도쿄
일본
일본 스타트업
김문선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댓글
✨ 많이 본 기사
에바, 전기차 완속충전기 출시…대기전력 업계 최저·릴레이 탄화 ‘사실상 평생 보증’
오토메타, 시리즈 A 105억 원 유치…온톨로지 기반 AI 엔터프라이즈 플랫폼…
한국-베트남, 30년 제조 협력의 문법을 바꾼다
서울창경, ‘올해의 K-스타트업 2026’ 혁신창업·AI리그 참가기업 모집
문페이·성호전자, 핀테크 기업 핑거에 1,100억 투자·인수…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구축 포석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