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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도장을 찍어야 계약?…말로만 한 것도 계약일까

" 스타트업·중소기업 대표님들이 분쟁 상담을 올 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분명히 말로 합의했는데" 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대개 이렇습니다. "그런데 증거가 없어서요." 계약서에 도장 찍어야...

도장을 찍어야 계약?…말로만 한 것도 계약일까

99LAW, 앤드 법률사무소 정하연 대표변호사

[정하연 변호사의 스타트업 법률상식]

“분명히 미팅에서 구두로 합의했는데, 상대방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합니다.”

“카카오톡으로 ‘진행하시죠’라고 했는데, 계약서가 없으니 계약이 아니라고 하네요.”

“전화로 단가를 확정했는데, 나중에 ‘검토해 보겠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스타트업·중소기업 대표님들이 분쟁 상담을 올 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분명히 말로 합의했는데” 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대개 이렇습니다. “그런데 증거가 없어서요.”

계약서에 도장 찍어야 계약? 구두계약도 계약…문제는 증명

많은 분들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민법상 계약은 청약(한쪽의 제안)과 승낙(상대방의 동의)이 합치되면 성립합니다. 서면이나 서명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습니다. 전화 통화도, 미팅 자리에서의 악수도, 카카오톡 메시지도 법적으로는 계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구두계약이 문제가 될까요. 계약의 성립 자체보다, 계약 내용을 ‘증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쪽이 이를 입증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합니다. 상대방이 “그런 합의 없었다”라고 버티면, 말뿐인 계약은 사실상 없는 계약이 됩니다.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대화…얼마나 효력이 있을까요

카카오톡이나 이메일로 오간 대화는 서면 계약서는 아니지만, 계약의 존재와 내용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조건이 중요합니다.

계약의 핵심 내용이 메시지에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시죠” 한 줄만으로는 무엇에 동의했는지가 불분명합니다. 단가, 납기, 결제 조건, 업무 범위 등 계약의 핵심 사항이 메시지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야 증거로서의 힘이 생깁니다.

또한 메시지를 보낸 당사자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 담당 직원이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보낸 메시지가 회사를 구속하는지는 그 직원의 권한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계약”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민법상 계약은 청약과 승낙이 합치되면 성립한다. 즉 서면이나 서명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구두 합의 이후 계약서를 쓰지 않은 사이에 분쟁 생겼다면

실무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다. 미팅에서 합의를 마쳤고, 계약서는 ‘나중에 정리하기로’ 했는데, 그 사이에 일이 틀어지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미팅 자리에서 나온 이메일, 메신저 대화, 견적서 수신 확인, 발주서, 대금 일부 지급 내역 등이 모두 합의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이미 일부 이행을 했다면(계약금 지급, 작업 착수 등), 이 역시 계약 성립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이 됩니다.

지금 점검해야 할 세 가지…확인·백업 습관, 계약서 작성

첫째, 구두합의 직후 내용을 문자나 이메일로 남기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오늘 미팅에서 합의한 내용을 정리해 보내드립니다”라는 확인 메시지 하나가,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묵시적 동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둘째, 계약서 작성 전에는 업무를 시작하지 않는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신뢰 관계라도, 구두 합의만으로 납품이나 서비스 제공을 시작하면 나중에 대금을 못 받아도 법적 대응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간이 계약서라도 서명을 받은 뒤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셋째, 카카오톡·이메일 대화는 반드시 백업해 두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대화를 삭제하거나 계정을 바꾸면 증거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분쟁 조짐이 보이는 순간, 관련 대화 전체를 캡처하거나 저장해 두는 것이 필수입니다.

말로 한 약속도 법적으로 유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효한 계약’과 ‘내가 법정에서 이길 수 있는 계약’은 다릅니다. 사업에서 신뢰는 중요하지만, 신뢰를 담보하는 것은 결국 문서입니다. 구두 합의 이후 계약서 작성, 합의 내용 확인 메시지 발송 등 작은 습관이 나중에 큰 분쟁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99LAW, 앤드 법률사무소 정하연 대표변호사)

정하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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