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황경란 충북여성재단 정책연구팀 연구위원
2025년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5년 사이 65% 증가하며 25만 명을 넘어섰다. 충북은 같은 기간 약 3배 증가하여 1만 명을 돌파했다(교육부 통계). 정부는 2027년까지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고, 이 추세라면 목표는 예정보다 앞당겨질 전망이다. 그러나 유치 실적이 화려한 만큼, 이들이 얼마나 안전한지를 묻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의 2020년 조사에서 여성 유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유학 기간 중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이 중 공식 지원을 요청한 경우는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 유학생 규모에 대입하면 전국적으로 수만 명이 홀로 피해를 감당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제도가 있어도 닿지 않는다는 것이 더 근본적이다. 현행 여성폭력피해자지원은 대부분 내국인 피해자를 전제로 설계되었고, 다누리콜센터 등도 결혼이민자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유학생이 어느 쪽에도 온전히 포함되기 어렵게 만든다. 도내 이주여성상담센터는 1개소로, 해당 센터에서 주로 외국인 유학생을 지원하나, 피해 인지가 늦고 지원 의뢰가 늦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있다.
장벽은 여러 겹으로 나타난다. 교육 경험과 사회문화의 차이로 외국인 유학생은 젠더폭력이 무엇인지 잘 모르거나, 피해 사실을 빠르게 인지하지 못해 사건 해결이나 지원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피해를 인지하더라도 비자 연장과 체류자격이 걸린 신분 앞에서 신고는 곧 추방의 위험으로 다가온다. 언어 장벽 역시 진술과 지원 요청 자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신고를 막는 요인은 가해자가 같은 국적의 유학생이거나 지역 내 이주민일 때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신고로 인해 한국 생활의 버팀목인 출신국 커뮤니티에서의 평판 손상, 본국 가족에 대한 위협 우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언어), 여성, 일시 체류라는 조건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취약성은 증폭된다. 취약함을 정확히 노리는 젠더폭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유학생 대상 안전망 조성은 시급한 과제이다.
호주는 올해부터 모든 고등교육기관에 젠더폭력 대응을 법적 의무로 부과하고, 국제 유학생을 명시적 고위험군으로 규정했다. 위반 시 거액의 제재가 따른다. 영국 잉글랜드는 성희롱·성적 비위 대응을 대학 등록조건으로 법제화했고, 미준수 시 등록 취소까지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교육부가 2022년 유학생 가이드북을, 2025년에는 7개 언어로 된 성희롱·성폭력 SOS 가이드를 배포했다. 그러나 안내서에 유학생에게 절실한 체류자격 보호 경로 등 피해 이후 대응 장치는 충분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대학 평가지표에 성폭력예방교육 이수율은 포함되어 있지만, 피해자 지원체계 및 절차는 평가 대상이 아니어서 대응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기 어렵다.
유학생 유치가 대학 재정 안정과 지역소멸 대응의 해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이들의 정주 환경, 특히 젠더폭력 안전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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